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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May 02. 2021

할슈타트 산책

잘츠캄머구트의 보석

비엔나를 출발한 버스는 3시간이 조금 지나 할슈타트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길을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호수를 배경으로 선착장에 늘어선 중세의 집과 골목길들이 마치 동화 속 마을처럼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한 곳이라도 눈을 뗄 수 없는 마을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골목을 따라 언덕 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진 속 할슈타트의 장엄한 광경이 바로 내 눈앞에 펼쳐진다.  



할슈타트의 할은 소금을, 슈타츠는 도시를 의미하는 단어로 소금 도시라는 뜻을 지닌 할슈타트는 예로부터 부의 상징인 소금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한 때 영화로운 시대를 보냈다. 이후 1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던 사라예보 황태자 부부 암살사건 당시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이곳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을 정도로 이 곳의 아름다움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알려져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할슈타트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맑은 고요함이다.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쁜 거리를 걸을 때마다 발자국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적한 마을은 여행자의 마음을 어린 소녀의 마음으로 돌려놓는다.



배 선착장으로 돌아가면 보트 대여소가 나온다. 보트를 빌려 호수로 나가면 산호초 바다같이 푸른 호수 위에 떠 있는 동화 속 마을과 4천 미터의 장엄한 다크 슈타인 산이 어우러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여행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할슈타트를 출발한 버스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장크트 볼프강에 도착한다.



마을로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성 볼프강의 순례 교회이다. 마을의 랜드마크인 볼프강 교회는 976년에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주교인 성 볼프강이 호수 연안에 세운 것으로 교회가 세워진 이후 마을의 이름과 호수의 이름이 모두 볼프강으로 변하였다. 모차르트의 이름 역시 볼프강으로 이곳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마을을 둘러본  아직도 운행되는 증기기차를 타고 샤프베르크 산으로 오르면 형언할  없는 알프스의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또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도레미송 장면에 등장했던 푸른 들판을 직접 거닐며 기분좋은 추억에 휩싸인다.



산을 내려와 그림 같은 마을을 산책한 후 호수가에 있는 식당에 앉아 송어구이와 쉬니첼로 점심을 즐긴다. 풍경에 마음이 녹아내린 여행자는 시각 역시 미각만큼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달고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유람선을 타고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인 장크트 길겐으로 이동한다.



40분 동안의 유람선 여행은 여행자에게 진정한 휴식과 힐링을 선사한다. 바다같이 넓고 맑은 호수를 유유자적 거닐다 보면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그리움과 슬픔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받은 유람선 여행을 마치고 장크트 길겐에서 내리면 호수가 도시의 형언할 수 없는 고요한 매력이 다시 시작된다.



장크트 길겐은 모차르트의 외할아버지가 시장을 했었던 곳이지만 정작 모차르트는 외갓집이 있는 이곳을 한 번도 방문을 하지 못했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시청사로 접어들면 알록달록한 화원과 창틀에 걸린 화분들로 둘러싸여 있다. 시청사를 비롯하여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시골집과 골목들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으로 오르면 조금은 익숙하지만 여전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알프스 산맥과 옥색 빛 호수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면 잘츠부르크에 도착한다. 잘츠부르크의 여행은 구시가로 들어서기 전에 나타나는 미라벨 정원부터 시작한다.



분수와 연못 그리고 대리석 조각들로 장식된 아름다운 프랑스식 정원인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초입에 나오는 도레미송의 촬영지이다. 아름다운 성이라는 뜻을 지닌 미라벨 정원의 철문 앞에서 도레미송의 노래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름다운 정원과 정원 위로 우뚝 서 있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의 멋진 자태를 기억에 담기 위해서이다.


정원을 지나 구시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한 간판으로 장식된 게트라이데 거리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 거리 중 하나인 게트라이데 거리는 수 백 년에 걸쳐 형성된 상업의 중심지로 중세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아름다운 수제 간판과 모차르트의 생가로 유명하다.


거리를 장식한 아름다운 간판들을 감상하면서 걷다 보면 거리 중앙에 노란색의 모차르트 생가가 나온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이곳으로 입장하면 당시 모차르트가 사용하던 바이올린과 피아노 그리고 악보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비록 시차는 있지만 모차르트와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한다.


맑고 경쾌한 모차르트의 음악이 귀속을 맴도는 가운데 모차르트 생가를 나와 잘츠부르크 성이 있는 방향으로 걸으면 성모 마리아 상이 있는 돔광장과 대성당이 나온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으로 입장하면 화려하면서도 밝은 실내 가 여행자를 환하게 맞이한다. 이곳에서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던 로마네스크식 세례반의 앞에 서면 장난스럽게 킬킬거리면서 세례를 받는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성당을 나와서 푸니쿨라를 타고 오늘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잘츠부르크 성으로 이동한다.



잘츠부르크의 랜드마크인 호엔잘츠부르크 성은 중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요새로 푸니쿨라에서 내리는 순간 환상적인 도시 경관이 여행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107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로마 교황이 주교 선임권을 놓고 싸울 당시 독일 남부의 침략해 대비해 세운 호엔잘츠부르크 성은 대주교의 거주 공간과 군대 막사 그리고 감옥 시설로 이용되었으며 15-16세기에 증축과 보수를 거쳐 지금의 성채가 되었다.


성 내부에 들어서면 성의 상징인 사자 문양과 58개의 휘장 그리고 대주교의 사치스러운 황금 거실 등이 여행자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황금색 가득한 성 안을 감상한 후 전망대로 이동하면 환상적인 일몰이 오늘의 여행을 축복하며 여행자를 황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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