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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

대천사 미카엘의 섬

by 손봉기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필적할 만큼 아름답다고 빅토르 위고가 극찬한 몽생미셸은 원래 시시이 숲 가운데 솟아 있는 산이었지만 해일로 인해 섬이 되었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탓에 옛날에는 만조가 되면 섬 전체가 완전히 바다에 둘러싸였지만 지금은 900m 길이의 제방이 건설되어 만조가 되어도 육지와 연결된다.



버스에서 내려 제방을 따라 몽생미셸 사원이 우뚝 솟은 섬으로 걸어 들어가면 끝없는 수평선과 환상적인 섬의 모습으로 여행자의 마음은 들뜨게 된다.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섬의 입구를 지나면 120년 전통의 오믈렛을 파는 라메르프라르 식당이 나타난다.



식당은 프랑스뿐 아니라 벨기에와 네덜란드 그리고 독일 등에서 오믈렛을 맛보러 온 많은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빨간 옷을 입은 요리사가 특유의 박자인 쿵 짝짝 쿵작에 맞추어 계란 반죽을 하여 식당을 찾은 손님들을 즐겁게 한다.



반죽이 다 만들어지면 이 집 전통의 구리 프라이팬에 계란반죽을 올려놓고 숯불 장작불에서 완성한다. 단 6분만에 완성된 오믈렛을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하면서 부드럽고 또한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 집의 창업자인 메르프라르는 1831년생으로 어느 귀족의 하녀였으며 요리하는 구리 프라이팬은 무려 500유로나 한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골목에는 화려한 중세식 간판이 보이는데 당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간판에 그림 장식을 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열쇠 문양은 호텔이며 편지를 들고 말을 탄 사람이 보이는 곳은 우체국이다.


골목길 끝에 보이는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수도원의 입구가 나온다. 머리를 들어 위로 올려보면 수도원의 첨탑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대천사 미카엘의 조각상이 보인다.



중세시대 때 아주 거대한 용이 밤마다 마을에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두려움에 휩싸인 마을 사람들은 왕에게 용을 없애달라고 간청한다. 오랜 간청에 못 이긴 왕은 군대를 파견하지만 군대가 도착하였을 때 이미 용은 죽어 있었으며 용 주위로 칼과 방패가 놓여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나 용을 죽였다고 믿었으며 이후로 성당에 칼과 방패를 들고 발아래에 항상 용을 두고 있는 미카엘 천사의 동상을 세웠다.


몽생미셸 수도원은 지하와 중간층 그리고 상층으로 나누어져 있어 상층의 본당부터 차례로 내려가면서 관람해야 한다. 본당으로 입장하기 전에 먼저 서쪽 테라스로 가면 바다와 갯벌 그리고 하늘로 이어진 장엄한 광경이 펼쳐진다.



좁은 문을 통해 본당으로 입장하면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한 아치형 복도가 나타나고 계속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면 뾰족아치와 스테인드글라스가 돋보이는 화려한 고딕 양식의 천장이 보인다.



본당의 오른쪽에 있는 문으로 나가면 수도원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공중정원이 나온다.



137개의 기둥과 천국을 상징하는 포도덩굴로 장식된 이곳의 회랑을 돌면서 수도사들은 명상과 사색 그리고 기도를 하였다. 회랑에 보이는 기둥 숫자는 수도사들이 사색을 할때 도움을 주기 위해 숨은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데 한 개의 기둥은 유일신을 나타내며 세개의 기둥은 삼위일체와 하늘을 상징하고 네개의 기둥은 땅을 상징한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더한 일곱개의 기둥은 완벽한 구원을 의미한다.


회랑을 지나면 중앙에 십자가가 있는 큰 식당이 나온다.



수도사들이 식사를 한 이곳은 일반 식당과는 달리 식탁이 가로로 길게 놓여 있는데 수도사들이 서로 간격을 두고 묵언속에 하며 식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식탁의 중앙에 보이는 계단위는 수도사가 성경 말씀을 낭독하는 곳으로 수도사들은 식사를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새겼다고 한다.


식당을 나와 입구에 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중간에 몽생미셸 수도원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커다란 부조가 나타난다.



708년 대천사 미카엘이 오베르 대주교의 꿈속에 나타나 몽생미셸에 기도대를 세우고 예배당을 지으라고 명령했다. 대주교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를 계속 미루었는데 화가 난 미카엘 대천사는 다시 꿈에 나타나 손가락으로 오베르의 머리를 눌러 구멍을 내었다고 한다. 꿈속이지만 혼이 난 오베르 대주교는 다음날 몽생미셸에 올라 미카엘 천사가 꿈속에서 지목한 장소를 찾아내었다. 그는 숲이 내려다보이는 높이 80m의 큰 바위 위에 서둘러 기도 대를 세운 후 이탈리아의 몽테가르가노에서 화강암을 가져와서 예배당을 지었다고 한다. 몽생미셸은 대천사 미카엘의 불어식 발음인 미셸에서 기원한다.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아브랑쉬의 박물관에는 구멍 난 오베르 대주교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다.


부조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수도사의 식당 바로 아래쪽에 있는 손님의 방이 나온다.



입구 오른편으로 벽난로가 보이는 손님의 방은 성지 순례를 온 귀빈들을 맞이하는 곳으로 연회장과 침실로 사용되었다. 벽 한쪽에 보이는 병모양의 움푹 파인 곳이 왕의 가족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앞으로 휘장이 쳐 있었다. 원래 이곳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프랑스혁명 때 감옥으로 사용되어 복원없이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손님의 방 옆에는 왕족과 귀족을 위한 소 예배당인 마들렌 예배당이 있다.



예배당의 제단 뒤에 보이는 스탠드 글라스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사용했던 향유병과 야고보의 가리비 조개가 그려져 있다. 소아시아에서 벗어나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전도활동을 하다가 순교한 야고보의 무덤에 가리비 조개가 쌓여 있어 그 이후로 가리비 조개는 성지 순례지의 상징이 되었다.


예배당을 나와 계속 걸어가면 본당 제단 바로 밑에 위치한 기둥의 방이 나온다.



원래 이곳은 성인의 유해나 보물을 보관하는 곳이지만 1421년 본당의 중앙제단이 무너져 보수하면서 기둥들을 세워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기둥의 방을 지나면 왕족과 귀족들의 장례미사를 치렀던 생마르땅 예배당과 프랑스혁명 당시 죄수들이 사용할 물자를 끌어올렸던 도르래가 나온다. 도르래를 지나면 수도사들을 위한 병원과 수도사의 장례미사를 드렸던 생테티엔 예배당이 나온다.



생테티엔 예배당에는 성모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 조각상이 보인다. 프랑스혁명 당시 예수님의 목이 부러졌는데 종교의 타락을 경고하기 위해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다시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지하층에 자선의 방이 나온다. 이 방은 걸인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방 한쪽에 두레박을 설치해 상층에 있는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내려받아 걸인들이 나누어먹었다. 창가에 있는 2개의 쓰레기 처리구는 음식물 찌꺼기를 처리하는 장소이다.


자선의 방을 지나면 수도원의 마지막 전시실인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기사의 방이 나온다.



벽난로가 있는 이방의 용도를 몰라 처음에는 기사들이 사용했던 곳으로 추측하여 기사의 방이라 불렀으나 최근 연구 결과 수도사들이 필사본을 제작한 방으로 밝혀졌다. 인쇄술이 없었던 당시 필사본은 엄청나게 귀한 것으로 지금도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수도원을 내려와 프랑스 국기가 있는 시청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가면 백년전쟁 당시 요새로서의 기능을 위해 쌓은 성곽이 나온다.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아래로 하얀 모래밭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여행자는 그 모습에 반해 갯벌로 내려가 신을 벗고 하염없이 걷는다. 걷다가 한 번씩 올려다보는 하늘과 끝없는 지평선은 고단한 여행자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몽생미셸의 하이라이트는 해질녁이다. 파란 하늘에 붉은 노을이 층층이 드리우고 섬에 불이 들어오면 몽생미셸은 절정의 순간에 다다른다. 여행자는 몽생미셸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간직하려는 듯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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