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밤과 아침
유럽 일주를 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하는 유럽 여행이라 마음은 설레지만 12시간의 기나긴 비행때문에 반쯤은 우울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독일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믹을 이용해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
좁은 이코노믹 좌석으로 장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에 갇힌 듯 갑갑하다. 무엇보다 창가 좌석은 방해를 받지 않아 좋지만 통행이 불편하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항상 복도 쪽에 앉은 사람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복도 쪽을 선호하는데 이마저도 하나밖에 없는 팔걸이로 고충이 심하다.
이코노믹 좌석에는 중간 팔걸이가 하나밖에 없어 안쪽에 앉은 사람에게 보통 양보하는데 3시간 정도 지나면 안쪽 방향의 어깨가 빠질 듯 아프기 시작한다. 그래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 다행히 프리미엄 이코노믹은 앞뒤 간격도 넓지만 각자의 팔걸이가 있어 마음 놓고 숙면을 취하기가 좋다.
장거리 비행뿐만 아니라 유럽을 여행하기 위한 필수품은 휴대용 슬리퍼이다. 대부분의 외국 항공기나 호텔에는 슬리퍼가 없다. 그래서 휴대가 간편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무 재질의 슬리퍼를 준비해 간다면 여행 중 편안한 실내 생활을 할 수 있다.
맛있는 기내식과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와인과 물 그리고 영화 몇 편을 보고 나면 어느덧 비행기는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의 상공을 날고 있다. 갑자기 유럽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설레임으로 기분이 한껏 고양된다.
런던에 도착하여 비행기에 내리면 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국적의 사람들에 대한 입국절차가 간소해져 전자여권으로 바코드를 찍고 바로 통과한다. 1시간 이상 걸리던 입국심사가 10분 안에 끝난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입국심사가 끝나면 짐을 찾아서 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지하철로 이동한다. 지하철 역에 있는 티켓 머신에서 런던의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카드 구입은 간편하여 카드 구입 버튼과 요금을 누른 후 돈을 넣으면 카드가 나온다. 요금은 25파운드가 좋다. 런던을 나갈 때 환불이 되니 너무 걱정안해도 된다.
오이스터 카드를 이용해 지하철로 런던 시내로 이동한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공항과 시내 중심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호텔 근처의 지하철 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역을 나오면 이색적인 런던의 거리와 시원한 공기가 여행자를 반긴다. 지하철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호텔이 나온다.
여행의 절반은 호텔이 차지한다. 좋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가성비와 위치가 좋은 호텔을 선택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호텔이 런던에서는 이비스 어얼스코트 호텔이다. 이비스 어얼스코트 호텔은 공항과 시내 중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하철 역과 가까워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무리가 없다. 또한 호텔에서 시내 중심지까지 지하철로 15분 안에 있어 여행하기가 편리하다. 호텔시설도 현대식이라 깨끗하고 넓으며 욕실이 있어 장시간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적당하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모처럼 방문한 런던의 밤을 즐기고 싶어 호텔 근처에 있는 펍으로 간다.
활기찬 펍의 야외 의자에 앉아 런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커피 향의 기네스를 마시면 지금 현재 내가 런던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온몸에 쾌감이 돋는다. 싱그러운 밤바람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다음날 새벽 4시 저절로 눈이 떠진다. 8시간 시차 때문에 마치 낮잠을 자고 일어난 기분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탕에 물을 받아 느긋한 목욕을 즐기자. 편안함과 안락함에 온 몸이 늘어지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목욕 후 호텔 밖으로 새벽 산책을 나가면 빨간 2층 버스와 새벽부터 출근하는 사람들이 드문 드문 보인다. 런던 특유의 집과 가게들 사이를 유유히 걷다보면 첼시 구장이 나타난다. 영국인들의 축구사랑은 남다르다. 축구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
새벽의 런던을 산책하였다면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위해 호텔 2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7시부터 시작되는 호텔의 아침식사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로 부족함이 없다.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음식은 갓 구운 빵부터 버터와 수제 잼은 물론 금방 요리된 베이컨과 스크램블을 비롯하여 계란 프라이와 소시지 그리고 구운 토마토와 버섯 등 맛의 향연이 아침부터 펼쳐진다. 그래서 영국에는 아침과 관련된 유명한 명언이 있다.
잉글랜드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세끼 모두 아침식사로 먹어야 한다.
시원하면서 신선한 오렌지 주스와 따뜻하면서 진한 커피로 여유 있는 아침식사를 마무리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할 시간이다. 런던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니 여름이라도 두터운 외투와 우산은 필수이니 챙겨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