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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ug 03. 2020

비너스

루브르 그리스전시관

지척에 고향을 둔 오디세우스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는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여 목마를 이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명장이었다. 그는 전쟁을 승리로 가져오기 위해 10년간을 전쟁터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트로이 쪽을 응원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로 전쟁을 이기고도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다시 10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혔다가 탈출해야 했으며,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유인하여 물에 빠져 죽게 하는 사이렌의 저주도 이겨내야 했다.


또한 혼돈의 바다 카립디스에서 떼 여섯 마리의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스퀼라에게 6명의 부하를 바쳐야 했다. 종국에는 동료 병사들이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헬리오스 신의 가축들에 손을 대어 오직 자신만이 살아남아 불사의 요정인 칼립소가 사는 섬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그는 칼립소와 사랑에 빠지며 7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전쟁과 신들의 저주로 인한 고통은 7년의 달콤한 세월을 보내면서 잊혀졌다.


하지만 고향 이타카에 두고 온 자신의 아내와 아들 생각은 그의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칼립소는 오디세우스가 언제 떠날지 몰라 불안했다. 그녀에게 유일한 사랑과 행복을 주었던 그가 떠나면 그녀 역시 불행하게 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오디세우스에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녀는 신들이 먹는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신들이 마시는 음료인 넥타를 건네며, 이 음식을 먹으면 신들과 같이 영원한 젊으며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칼립소의 제안을 받은 오디세우스는 몇 주 동안 바다를 보며 고민한다.


그 바다 건너에는 무려 이 십 년간 떠나와 있던 그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 물론 고국으로 돌아가면 그의 아내와 재산을 노리는 무리가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싸움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오디세우스는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라는 제안을 거절한다. 칼립소의 섬에는 예측할 수 없거나, 불안하거나, 구할 수 없거나, 자유롭지 못한 것은 없지만 오디세우스가 전부를 던질 만한 미래가 없었다. 인간으로서 죽을 수밖에 없지만 그 한계로 살아 있을 때의 열렬한 사랑의 감정을 알고 있는 오디세우스에게, 모든 것이 주어진 채 아무런 일없이 영원이 산다는 것은 오히려 지옥이었다.


인간의 삶은 죽음과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렇기에 그 속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과 행복이 있음을 그는 알았다. 이는 신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인간의 삶이었다. 결국 그는 영원한 신의 삶 대신 위대한 인간이 삶을 살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오디세이>는 신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갔던 고대 그리스의 인간 중심의 문명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서사시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영향을 받은 고대 그리스는 지형적으로 산이 많아 왕국을 형성하지 못하고 조그만 도시국가들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해상무역을 하며 만들어낸 부와 번영을 주위의 강력한 왕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방어해야 했다.


시민 스스로 부를 이루고 이룩한 부를 시민 스스로 지킨 그리스는 자연스럽게 시민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를 실행하였으며 이는 신이나 왕이 아닌 자신을 찬양하는 인간 중심의 예술을 만들었다. 그리고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로 그리스는 지중해 해상권을 장악하며 막강한 부로 인간 중심의 문명을 꽃피웠다.


이후 그리스는 내전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점차 약해졌으며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 왕국에 의해 정복당한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꽃 피웠던 인간 중심의 문명은 알렉산더 대왕의 시대에 헬레니즘 문화로 절정을 이룬다. 그 대표적이 작품이 비너스이다.


루브르의 비너스상을 보기 위해 쉴리관으로 입장하여 1층 15번 방으로 이동하자.      

 

1820년경 에게 해에 있는 밀로스 섬에서 발견된 비너스는 작가를 알 수 없어 <밀로의 비너스>라고 부른다.


최근 발견된 고대 비너스의 조각들 대부분은 머리가 잘리고 없었다. 하지만 머리 부분이 완벽이 붙어 있는 이 작품은 대신 두 팔이 없었다. 비너스를 발견한 고고학자들은 두 팔을 복원하기 위해 조각상을 분석한 끝에 두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먼저 왼쪽 배에 있는 흔적을 따라 오른쪽 팔의 위치와 자세를 알아냈으며 왼쪽 어깨의 근육을 분석하여 왼팔의 모양을 복원하였다. 복원 결과 비너스의 오른손은 왼쪽 배를 지나 흘러내리는 옷자락을 잡고 있고, 왼손은 팔을 내밀어 사과를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루브르 전시팀은 복원된 팔을 붙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두 팔이 없는 비너스의 모습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당시 비너스 손에 들려 있었던 사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심판>에 기원한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화가 나서 연회장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쓴 황금 사과를 남기고 사라진다. 올림포스 최고의 여신들은 이 사과를 서로 갖겠다며 싸운다. 제우스는 사과의 주인을 결정하는 권한을 인간의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파리스에게 맡겼다.


황금사과의 주인이 되기 위해 헤라는 부를, 아테나는 어떤 전쟁에도 이기는 힘을, 비너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파리스에게 주겠다고 제안한다. 트로이의 왕자였던 파리스는 이미 부와 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비너스를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적국 그리스의 왕비 헬레나였다. 파리스가 몰래 헬레나를 트로이로 데려오자 그리스와의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고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로 트로이는 멸망한다.

 




먼저 비너스의 얼굴을 보면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비너스의 커다란 눈은 맑고 순수해 보이며 오뚝한 콧날과 굳게 다문 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또한 단정한 머리 결은 정숙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으며 브이 자 턱 선과 작은 얼굴은 오늘날까지 모든 여인들이 바라는 모습이다. 또한 작지도 크지도 않은 가슴은 적절한 볼륨감을 유지하며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차가우면서도 이성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상체와는 달리 몸을 뒤틀며 한 발 앞으로 나서는 비너스의 하체는 그녀의 몸을 둘러싼 옷이 흘러내릴 것 같이 육감적이다. 근육질의 복근 아래 천으로 가렸지만 상체에 비해 큰 엉덩이와 허벅지가 눈에 띈다.


차가우면서 이성적인 상체와 현실적이며 육감적인 하체가 조화를 이루는 비너스는 외모와 내면을 모두 중요시하는 그리스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는 얼굴에서 어깨까지의 길이와 어깨에서 배꼽까지 길이가 1:1.6인 황금 비율로 조각되어 영원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인간의 육체를 가장 이상화한 비너스는 이전에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에 대한 자부심을 담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인간은 외모적 아름다움과 내면적 품격을 지닌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선포한 것이다. 내면적 특성과 그것을 담은 형식의 통일을 지향한 그리스 미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클래식 즉 고전주의로 자리 잡았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드농관과 쉴리관을 이어주는 대계단으로 가면 니케 상이 보인다.


니케 상은 기원전 196년에 에게 해에서 벌어진 로도스와 시리아와의 해전에서 로도스가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조각상이다.


발견 당시 니케 상은 머리와 팔은 물론 몸통과 날개 부분 모두 파편 형태로 되어 있어 복원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1879년 니케 상을 처음 선 보였을 때에는 겨우 하체 부분만 전시할 수 있었다. 당시까지 상체 부분인 가슴과 날개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후 복원가 들은 기존의 승리의 여신들을 참고하여 꾸준히 가슴과 날개를 복원하여 지금의 조각상을 탄생시켰다.  



 

조각상을 살펴보면 가슴 부분은 기존 신들의 조각상처럼 얇은 천으로 가슴의 윤곽을 분명히 드러내도록 하였다. 기존 대부분의 그리스 신들의 조각상은 가슴을 드러내고 맨발의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개 부분은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활짝 펼친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이때 사라진 오른쪽 날개는 이미 발견된 왼쪽 날개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하지만 오른쪽 날개는 일부러 투박하게 만들어 원형인 왼쪽 날개의 섬세함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가장 원형에 가까운 니케 상을 보기 위해서는 조각상의 왼쪽에서 보아야 한다. 완벽하게 복원된 니케 상은 두 날개를 펴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자세로 보이지만 사실은 반대로 승리의 나팔을 불며 뱃머리에 막 내려서는 모습이라고 한다.


비너스의 신비로움을 위해 일부러 팔을 복원하지 않은 루브르 박물관측은 니케 상의 아름다운 날개와 몸의 움직임을 위해 얼굴을 복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관람객의 시선은 사라진 얼굴에서 활짝 핀 날개로 내려오고 다시 날개에서 가슴을 지나 크게 벌린 다리로 내려온다. 그리고 다리 사이로 절묘하게 흐르는 섬세한 천의 질감에서 감동을 느끼며 이 조각품이 돌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또한 조각상 아래 원래 없던 뱃머리를 만들고 대 계단 끝 쪽에 전시함으로써 니케 상이 드라마틱하게 우리를 내려다보게 하였다. 특히 드높인 니케 상은 박물관의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후광으로 받게 하여 헬레니즘 조각의 최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의 명 장면 가운데 하나인 남녀 주인공이 뱃머리에서 취하는 장면은 니케 상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니케의 영어식 발음은 승리의 여신 나이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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