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이집트 전시관
늘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왜 형은 지상의 왕이 되고 자신은 어둠의 신이 되어야 하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또한 형은 아름다운 누이 이시스와 결혼하고 자신은 질투심이 강한 여동생인 네프티스와 결혼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이 풍족했다. 그에게는 농사짓는 법과 대규모 건축물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다. 또한 문자를 만들고 천문학에 능하여 달력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주어졌다. 이로 인하여 지상의 백성들은 그를 존경하며 따랐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 형을 왕국에서 몰아내고 자신이 왕국의 주인이 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늘 형을 짝사랑하던 자신의 부인이 형의 부인으로 변장하여 형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얼마 후 오시리스가 동생의 아내를 간음하여 자식으로 자칼의 머리를 한 아누비스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오시리스를 욕했으며 그 여세를 몰아 동생은 형을 죽였다. 그리고 황금관에 넣어서 강물에 버리고 왕이 되었다.
남편의 죽음으로 긴 시간을 슬픔 속에 보낸 이시스는 남편의 시신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시리아에서 남편을 관을 발견했다. 그녀는 관을 열고 죽은 남편의 모습을 보자 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오열했다. 그때 시신에서 무엇인가가 나와 그녀를 감싸자 이시스는 기절한다. 깨어나 보니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녀는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를 낳는다.
이시스는 자신의 남편을 고향에 묻어 주기 위해 시신을 이집트로 가져왔다. 하지만 이를 안 동생 세트는 시신을 다시 빼앗아 열네 토막을 내어 이집트 곳곳에 버렸다. 그녀는 이집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남편의 유해 조각을 모았다.
그 사이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아들인 호루스가 눈부시게 성장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삼촌 세트를 찾아가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전투 도중 호루스는 왼쪽 눈을 잃었고 세트는 고환을 잃었다. 결국 호루스는 그의 삼촌 세트를 굴복시키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전투가 끝난 후 호루스는 자신의 이복동생인 아누비스의 도움을 받아 오시리스의 유해를 다시 짜 맞추고 영생을 얻도록 기도를 한다. 이때 호루스는 왼쪽 눈을 제물로 바친다. 그리고 마침내 토트의 도움을 받아 오시리스를 부활시킨다. 부활한 오시리스는 저승세계의 왕이 되었고 후루스는 아버지를 이어 지상의 왕이 되었다.
이집트 역사는 크게 고 왕국과 중 왕국 그리고 신 왕국으로 나누어진다.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고 왕국시대의 이집트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 주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사막과 바다로 둘러싸여 외부 침략이 없는 평화로운 지역에서 살았던 그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하여 세상의 모든 것들은 순환한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생명이 없는 건조한 사막과 생명력이 넘치는 풍부한 초목으로 대비되는 환경에서 살았던 그들은 세상을 저승과 이승으로 나누고 이들 역시 반복된다고 생각하였다. 모든 것이 순환한다고 생각한 고대 이집트 인들에게서 최고의 신은 태양신이었다.
태양신 <라>는 태양의 돛단배를 타고 두아트로 넘어가는 계곡에서 뱀으로 형상화된 어둠의 신인 아포피스와 매일 싸워 이기면서 어둠을 물리치고 아침을 연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이집트 사람들에게 태앙신 <라>는 어둠에서 빛을 주는 신이자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신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고 왕국을 지나 중 왕국에 넘어가는 제 1중간기에 이집트는 대 혼란에 빠진다. 각 지역에서 파라오가 득세하며 연일 전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고 민심은 흉흉했다.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 이때 이집트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옛날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정이 없고 마음은 탐욕스러워서 서로의 재산을 뺏으려 한다. 더 이상 사회에는 정의는 없고 나라는 악한 이들에게 넘어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이며 죽음은 마치 환자가 병에서 회복되는 것과 같다.
혼란의 제 1중간기를 살고 있던 이집트 사람들은 이때부터 질서의 신이자 태양의 신인 <라>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들에게 질서와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현실이 너무 힘들었던 이집트 사람들은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선뜻 죽음을 선택하지 못했다. 죽음 뒤의 세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어 두렵기 때문이었다. 이때 오시리스는 죽음 뒤의 구원을 약속하는 신으로 탄생했다. 신화에 따르면 오시리스는 두 번의 죽음을 넘어 부활한 저승의 왕이었다.
그들이 죄를 짓지 않고 선량하게 산다면 죽어서 오시리스 신의 도움을 받아 부활하여 내세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들이 미라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사자의 서>이다.
<사자의 서>는 고대 이집트의 관에 미라와 함께 매장하였던 사후세계에 관한 안내서이다. 망자가 무사히 저승세계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뜻에서 만들어진 사자의 서에는 수 백 종류의 주문이 적혀 있고 그중 일부는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다.
루브르 박물관 이집트 전시실 14번 방으로 가면 우시루르의 파피루스를 만나볼 수 있다.
파피루스 오른쪽에는 저승의 신인 오시리스가 의자에 앉아 있다. 그의 얼굴색은 녹색으로 농업의 신이며 푸른 식물처럼 두 번을 죽고 부활하였다는 것을 상징한다. 오시리스 뒤로 이시스가 보이며 오시리스 앞에는 카누푸스 단지가 보인다. 이는 죽은 자의 장기를 보호하는 단지이다.
카누푸스 간지 옆에 보이는 저울에는 죽은 자의 심장과 마아트의 깃털이 올려져 있다. 마아트는 고대 이집트에서 정의의 신으로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의 심장은 마아트의 깃털과 균형을 이룬다는 전설이 있다.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의 심장은 깃털보다 무거워 저울에서 떨어지게 된다. 이때 저울 옆에 있는 괴물 암무트가 심장을 먹어버린다. 심장을 잃으면 죽은 자의 영혼은 영원히 사후세계로 가지 못한다.
저울 옆에 보이는 새의 머리를 한 토트는 그는 서기의 신으로 죽은 자의 죄를 받아 적는 역할을 한다. 왼쪽에는 죽은 망자 우시루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암소 머리의 여신 하토르에게 향을 흔들며 자신이 심판을 무사히 통과했음을 축복하고 있다. 사자의 서에는 현실이 힘들더라도 양심적으로 산다면 평화로운 내세를 갈 수 있다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믿음과 희망이 담겨 있다.
다음으로 <람세스 3세의 석관 상자>를 감상하자.
먼저 석관 상자의 제일 위에 람세스 3세의 얼굴 형상을 한 마스크가 눈에 띈다. 그리고 람세스의 가슴 쪽에 날개를 펼친 네프티스가 보이며 발 쪽에도 역시 날개를 펼친 이시스가 보인다. 그리고 중앙 부분의 문양은 태양신 라가 사라져 밤이 되면 12시간 동안 지하 세계의 12개의 심판의 문을 통과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람세스 3세가 두 여신의 보호를 받아 12 심판을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라는 문장들이다.
상자 아래 진열장에 전시된 파피루스에는 고인이 오시리스 앞에서 심장의 무게를 측정하는 그림이 보인다. 또한 관 옆에는 그 앞으로 그의 내장을 담은 카노푸스 단지가 보인다. 고대 이집트의 방부 처리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는데 이중 제일 중요한 것은 신체가 부패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장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장을 제거하여 방부 처리한 후 소금으로 덮어서 건조한 다음 천으로 포장하여 항아리에 넣었다.
다음으로 이집트 관 25 전시실로 이동하여 아멘호테프 4세의 동상을 만나보자.
우리가 루브르에서 보는 대부분의 유물들은 신왕국 18 왕조와 19 왕조 시대의 유물이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파라오는 아멘호테프 4세와 람세스 2세이다. 특히 루브르에서는 아크나톤이라 불리며 혁명을 꿈꾸었던 아멘호테프 4세의 삶과 유물을 주목해서 감상하자.
이집트 파라오 중 가장 혁명적인 파라오인 아멘호테프 4세는 기원전 1353년부터 1335년까지 약 20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한 파라오로 보수적인 이집트에서 유일하게 혁신적인 개혁을 단행하였다.
아멘호테프 4세의 아버지인 아멘호테프 3세는 이집트의 나폴레옹이라고 불리는 투트모세 3세가 이루어 낸 성과로 이집트 역사상 가장 번영한 이집트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며 모든 것을 제사장과 관료에게 맡겼다. 그가 평생 여자와 술에 빠져 살았다. 그는 정비 외에도 10명가량의 비를 거느렸고 그것도 모자라 3백 명의 미녀들을 항시 대기시켰다. 당연히 아멘호테프 3세의 시대에 제사장과 관료의 힘은 파라오를 넘가할 정도로 세었다. 이러한 정치상황을 물려받은 아멘호테프 4세는 왕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제사장에 대항하여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3천 년이나 이어온 이집트의 종교 체계를 뒤집어엎어야 가능한 혁명이었다.
아멘호테프 3세는 지금까지 다신교였던 이집트의 종교를 태양신 아톤만 섬기는 유일신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아멘호테프 4세는 자신의 이름을 아톤 신을 추종하는 의미를 지닌 아크나톤으로 바꾸었다. 그는 유일신 아톤만이 자신의 왕권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퍼뜨리고 싶어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로 알려진 네페르티티를 아내로 맞이한 그는 나일강 근처 아마르나로 수도까지 옮겨가며 혁명을 꿈꾸었지만 실패했다. 그가 죽고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제사장에게 모든 권한을 빼앗긴 왕이 투탕카멘이다.
이집트관 27 전시실로 이동하면 신왕조에서 가장 강력했던 파라오의 무덤에서 발굴한 벽화를 만나보자.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왕가의 계곡은 신 왕국 시대의 18 왕조부터 20 왕조까지의 왕들의 묘가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 람세스 2세와 아멘호테프 2세 그리고 하셉수트 여왕과 투탕카멘 등의 파라오들이 묻혀 있다.
이 계곡에 있는 무덤은 피라미드와는 다른 방식인 암굴을 파서 만든 분묘로 미라가 도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묘들이 도굴당했으며 1922년에 발굴한 투탕카멘의 무덤만이 원상태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왕가의 계곡의 세티 1세의 무덤에서 가져온 이 벽화는 루브르 박물관의 최고의 보물 중 하나이다. 벽화에는 여신 하토르가 저승의 문 앞에서 세티 1세를 맞이하고 있다.
세티 1세는 우리가 잘 아는 람세스 2세의 아버지이다. 기원전 1279년에 사망한 그가 저승에 도착하여 심판의 무덤을 통과하자 하토르 여신이 그를 맞이하고 있다. 하토르 여신은 사랑과 미의 여신이다.
벽화에서 하토르 여신은 미의 여신답게 몸에 꼭 달라붙은 옷을 입고 관능적인 몸매를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상형문자로 디자인된 옷을 입고 있는 하토르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메네트 목걸이를 세티 1세에게 전해주고 있다. 세티 1세는 당시 유행하던 가발을 쓰고 있는데 가발 앞에 왕을 상징하는 코브라 장식이 달려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면 당시의 의복이 얼마나 세련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속이 비치는 부분과 비치지 않는 부분이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으며 매끈한 부분과 주름진 부분 역시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의 머리 위로 세티 1세라는 상형문자가 적혀 있으며 그 옆으로 태양신과 같이 그대도 영생을 누리리라고 하는 상형 문자의 구절도 보인다.
이제 29 전시실로 이동하여 마지막으로 석관과 비문을 감상하자.
드제드 호르 석관의 뚜껑에는 하늘의 여신인 누트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누트는 머리 위의 태양 원반을 쓰고 있어 일출을 상징한다. 또한 관 바닥에는 죽은 자를 받아들이는 저승의 여신이 새겨져 있어 석관을 닫으면 하늘과 땅의 여신이 관 안에서 순환을 하며 영원한 낮과 밤이 이어진다.
샹폴리옹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집트인들이 생각하는 영혼불멸의 믿음과 삶의 의미가 여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이다.
계속해서 타페레트의 장례식 비문을 감상하자.
비문에는 고인이 태양신을 숭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비문의 앞면을 살펴보면 매의 머리 형상을 하고 붉은색의 태양 원반을 쓰고 있는 신이 보인다. 태양을 상징하는 레 호라크티 신이다. 그는 오른손에 채찍과 생명의 십자가를 들고 있다.
맞은편에 서 있는 여인은 타페레트 부인으로 긴 가발을 쓰고 있고 두 손을 들어 태양신을 경배하고 있다. 신이 부인에게 광선을 보내고 있는데 광선은 형형색색의 백합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광선들은 고인의 부활을 상징한다.
비문 위쪽으로 태양이 보이며 그 양쪽으로 부활과 충성의 상징인 호루스의 눈이 보인다. 호루스의 눈은 태양신에게 충성하면 저승에서 부활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비문의 목판 테두리의 양쪽으로 상하 이집트를 상징하는 파피루스와 백합이 보인다. 이 식물들은 땅을 상징하는 검은색 띠로부터 솟아 나와 하늘을 상징하는 푸른색 띠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고인이 우주의 거대한 순환 속에 태양의 모습을 따라 부활할 것임을 보여준다.
비문의 뒷면은 타페레트 부인이 아툼신을 숭배하는 모습이다. 아툼신은 저무는 해를 상징하며 남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목판 비문의 테두리를 보면 하늘의 여신 누트가 왼쪽 아래부터 몸을 둥글게 하여 반대 편 아래까지 뻗어 하늘을 지탱하고 있다. 그녀의 몸속에 태양 원반과 별들이 흘러 다니고 있다. 그녀는 저녁이면 태양을 삼키고 다음 날 아침이면 내뱉는 모습을 상징한다.
부인의 양쪽에는 고인이 저승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봉헌물들이 놓여 있다. 또한 부인 위로 신이 내리는 선물들을 열거해 놓은 상형문자가 보인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죽음을 삶의 연장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현세를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여겼기에 신체를 신성시하며 보존했다. 또한 죽음을 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그들은 메멘토 모리 즉 늘 죽음을 염두에 두면서 오늘 하루의 삶을 정의롭고 소중하게 살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