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여행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드림캠프

by 손봉기

여기저기 부딪히며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멈추어지지 않는다. 어쩐 일인지 속도가 줄지 않는다. 지금은 최선을 다해 중앙선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차는 계속해서 다른 차와 부딪히며 질주하다가 마침내 멈추었다. 하지만 수많은 인명피해와 사고가 일어난 뒤였다. 경찰들과 사람들이 다가와 어쩔 줄 모르는데 꿈에서 깨었다.


오늘은 10번째 드림캠프를 하는 날이다.



유럽 출장을 갔다 오니 회사 구성원 모두가 사표를 냈다. 회사에 돈이 있는데 월급을 왜 많이 올려주지 않느냐는 것이 퇴사의 이유였다. 사전에 어떤 이야기도 없이 갑자기 모두 한 뜻으로 사표를 내었다는 사실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더욱이 대학시절부터 믿고 신뢰한 후배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더욱 충격이었다.


계속 여행사를 운영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 없이는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통장에 들어 있던 돈은 매출이 없다면 6개월도 버티지 못하는 액수였다.


다음날 출근도 하지 않고 혼자 지리산으로 갔다. 걷고 또 걸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을 스스로 납득하려고 몸부림쳤다. 시간이 지나서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을 하며 회사로 돌아와 급여 인상을 하였다. 이후 회사는 순탄하게 성장해갔지만 나의 삶에는 열정이 사라졌다.


지리산을 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수 없이 물었다. 그래서 나온 답이 자원봉사였다. 회사로 돌아와 기회의 학숙이라는 자원봉사 단체에 가입하고 연탄배달 등 여러 가지 봉사를 하다가 옥스퍼드 셀프 리더십 과정을 추천받아 참가하였다.


교육과정 중 목표보다는 목적에 기반한 삶을 살아야 하며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청소년을 위한 드림캠프였다.



행사장으로 가니 일찍 온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행사장에 사용할 자료와 준비물을 체크하고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옷과 학용품을 분류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한 두 명씩 오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의 얼굴은 밝은데 반해 대부분의 아이들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드림캠프의 일정은 단순하다. 아이들과 함께 끊임없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꿈은 꼭 가져야 할까요. 내 꿈은 무엇일까요.
행복은 어디에서 오나요.
행복과 꿈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늘 머릿속에만 맴돌았던 복잡하고 불안했던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대답해가면서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과 꿈에 대한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어 행복나무에 붙이고 중요도와 시간순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자신의 행복나무를 벽에 붙여 서로 응원해주면서 아이들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또한 행복나무를 중심으로 팀별로 연극을 만들어 발표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는 것에 있다는 드림캠프의 목적에 공감한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마음 역시 행복해 보였다.



다음날 아침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 장기자랑을 하고 1박 2일 동안 보냈던 시간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드림캠프를 마무리지었다.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 인사하고 자원봉사 선생님들에게 안기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 선생님들 역시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뒤풀이 장소에서 말씀하신다.



꿈만 가지고 인생을 살면 꿈이 놓은 덫에 걸려 진정한 행복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 꿈은 꿈일 뿐이며 이룬다 해도 그 성취감은 오래가지 못한다.


행복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가는 그 길에 있다는 사실을 1박2일 동안의 여정을 마친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체득하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한민국에서 버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