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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Jan 27. 2022

나를 사랑하게 하는 서유럽 여행

삶이 아름다워지는 시간여행

매일 유럽의 낯선 도시에서 고대부터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시간여행을 하면서, 위대한 인류의 걸작을 만날때마다 내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게된다. 그리고 그 길위에 있는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한다.


빨간 2층 버스와 빅벤이 상징인 런던 여행


현대식 빌딩과 빅토리아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런던은 이색적이며 즐겁다. 런던의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는 런던아이와 빅토리아 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과 웨스터민스터 사원 그리고 버킹엄 궁전을 여행하다 보면 내가 런던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진다.


특히 노을 진 타워브리지에서 보는 런던의 야경은 여행자를 압도한다. 18세기의 영국의 시인이었던 새뮤얼 존슨은 런던에 싫증난 사람은 인생에 싫증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인간의 운명을 사랑한 오디세우스를 만나다.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렸던 영국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파르테논 전시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도자기와 벽화에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담은 <오디세우스의 귀환 Return of odysseus >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서 영원한 생명과 젊음을 보장하는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건네는 칼립소 요정의 손길을 거부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그로 인해 살아있을 때의 황홀감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선택한 오디세우스의 삶을 감상하면서 <아모르파티,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의 의미를 새긴다.



알프스를 걷다.


언제나 꿈꾸었던 스위스 알프스에 도착하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만년설의 융프라우를 정면에 두고 알프스를 걷다 보면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알프스의 장엄함과 숭고함에 우리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온몸을 자극한다.    



신이 아닌 인간을 노래한 르네상스의 본향 피렌체 여행  


천년 동안 이어진 신 중심의 중세시대를 박차고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은 인문주의자  페트라르카는 피렌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여 이 세상에 왔으며 이곳을 떠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구원만을 생각하고 인간의 삶에 관심이 없었던 자신을 원망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신이 아닌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원근법의 창시자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두우모에 올라 르네상스 시대를 펼친 피렌체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고 단테의 집 옆에 있는 산타 마르게리타 성당에서 베아트리체의 결혼식을 훔쳐보는 단테의 모습에서 천년만에 신이 아닌 인간을 사랑한 그의 화두 <Dolche 감미로움>를 떠올린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인간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한 보티첼리를 만나다.


르네상스 최고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공기 원근법과 스푸마토 기법으로 인간의 영혼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과 조각 같은 그림을 그린 미켈란젤로의 작품 그리고 성모 마리아를 가장 사랑스럽게  그린 라파엘로의 작품을 감상한 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감상하며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도취한다.



숙명적인 쾌락의 도시 베네치아 여행


넘칠 듯 살랑거리는 파란 바다 위로 파스텔 풍의 집들과 좁은 운하 위로 고급스러운 곤돌라가 넘실거리는 베네치아는 기차역을 나서는 순간 영화 세트장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입구라고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은 산마르코 성당과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궁전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한 면은 바다로 열려 있어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최절정의 공간미를 자랑한다. 이곳에 있는 꽃과 같은 카페 <플로리안>에 앉아 여행이 주는 여유를 한없이 즐긴다.



미로 같은 베네치아 뒷골목에서 인간의 숙명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만나다.


내일 당장이라도 침수될 것 같은 도시에 살았던 베니스 사람들은 생존의 배수진을 치고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영광과 번영 그리고 쇠락을 경험했다.


미로 같은 뒷골목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베니스의 화려한 문명은 어두운 뒷골목처럼 인간의 숙명적인 불안과 두려움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석호 위에 세운 이 미로 같은 이 도시를 토마스 만은 숙명적인 육욕의 쾌락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곳이라 노래했다.



천년의 제국 로마 여행


천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콜로세움은 수 많은 아치로  기나긴 영욕의 세월을 버텨왔다. 콜로세움과 함께 로마제국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포로로마노를 직접 걸으면서 식민지 출신의 트라야누스가  로마 최고의 황제가 될 수 있었던 로마제국의 개방성을 음미한다.


저녁식사 후 자유로움과 고전미가 넘쳐나는 나보나 광장과 판테온 그리고 트레비 분수를 돌아보는 야경투어에서 로마의 진짜 매력을 체험한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고귀한 불만으로 <천지창조>를 탄생시킨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피렌체를 지배한 메디치 왕가의 후원으로 성장한 미켈란젤로는 평생 그가 가졌던 공화국에 대한 신념으로 메디치 가문을 두 번 배신하며 공화국의 상징인 <다비드>를 창조했다. 평생에 걸친 삶에 대한 고뇌와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불만은 그로 하여금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창조하게 했다.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그의 작품에 서면 누구든 위대함을 넘어 숭고함에 전율을 느낀다.



낭만이 넘치는 파리 여행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기념탑이었던 에펠탑이 있는 파리는 19세기 말 산업혁명과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풍부한 물자로 관용과 풍요의 벨 에포크 시대를 열었다.


이 시대, 파리는 방사선으로 이루어진 현대 도시의 아름다움을 구축하였으며 카페와 극장 등에서 부르조아와 시민들은 낭만을 즐겼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과 그리고 몽마르트를 산책하면서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파리의 낭만을 유감없이 즐기자.



루브르 박물관에서 존재에 대한 불안과 호기심으로 최고의 걸작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다.


동성을 사랑하며 평생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졌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많은 인류의 걸작을 남겼다. <세례자 요한>에서 그가 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손으로 완성한 <모나리자>에서 인간에 대한 그의 관심과 집념 그리고 구원을 느껴본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처절한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운 고흐를 만나다.


르네상스 이래 인간의 눈으로 보는 원근법과 명암법에 기초한 작품들은 그 작품을 구입하였던 왕과 귀족이 프랑스혁명으로 무너지면서 함께 사라져 갔다. 19세기 말 시민이 주인이 된 세상에서 화려함과 영원함을 추구하였던 르네상스 작품은 사라지고 평면적이면서 찰나적인 시민의 삶이 담긴 인상파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마네의 모네 그리고 드가로 이어지는 인상파 작가들의 혁명적인 시도와 좌절 그리고 영광을 작품과 함께 알아보고,정신병과 가난 그리고 무명이라는 고통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긴 터치와 원색으로 표현한 고흐의 작품 앞에서 나를 만나는 소름 끼치는 순간을 맞이해보자.



퐁피두 센터에서 소변기 하나로 현대미술의 문을 연 혁신의 아이콘 뒤샹을 만나다.  


소변기를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작품을 전시한 뒤샹은 이전의 모든 예술을 부정하며 예술가는 더 이상 자신의 손으로 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상관없으며 오직 예술가의 직관과 통찰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하였다.


예술의 혁명가인 뒤샹은 예술의 주인공은 작가나 작품이 아니라 작품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탐색하는 관람자 자신이라고 했다. 마티스와 피카소 그리고 뒤샹의 작품앞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나를 알고 사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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