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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Feb 07. 2022

나를 사랑하게 하는 스페인 여행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황홀한 여행

나는 미치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을 뿐이다.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내가 나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최고의 희열을 맛본다.


스페인의 심장 마드리드 여행  


16세기 스페인의 영광을 보여주는 마드리드 중심지인 솔 광장을 지나 왕의 취임식과 종교재판이 이루어진 화려한 마요르 광장에 도착하면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긴 펠리페 3세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마요르광장을 지나면 장엄한 왕궁과 알무네나 왕실 성당은 새로운 수도가 된 마드리드의 위용을 보여주려는 듯 화려한 외관과 장식을 자랑한다. 또한 스페인 광장의 돈키호테 동상은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만의 꿈을 꾸어도 좋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쓸쓸함과 처절한 고독 속에 생을 마감한 고야를 만나다.


젊은 시절 왕과 귀족을 위해 그림을 그리던 그는 말년에 마드리드 교외의 시골집에서 자신만을 위한 작품을 남겼다.

80세에 청력을 잃었던 고야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거침없이 그려나갔다. 당시 그가 그렸던 작품 중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개>를 보면 자유가 주는 고독과 쓸쓸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중세의 물이 뚝뚝 떨어지는 톨레도 여행


세르반테스가 스페인의 영광이요 빛이라고 극찬한 톨레도는 16세기까지 스페인의 정치와 종교 그리고 경제의 중심지였다.


500년 전 열쇠를 그대로 사용중인 중세의 옛집들이 들어서 있는 톨레도의 좁고 복잡한 길을 걷다가 전망대에 서면 요새처럼 감싸는 타호 강을 배경으로 톨레도 대성당과 알카사르 궁전이 마치 창과 방패처럼 솟아 있어 그 환상적인 톨레도의 모습에 여행자는 할 말을 잃는다.



톨레도 산타 토메 성당에서 엘 그레코를 만나다.

 

1560년경 크레타섬에서 태어난 엘 그레코는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공부하고 1577년 스페인의 수도인 톨레도로 와서 궁중화가가 되고자 하였으나 펠리페 2세의 눈에 들지 못하자 톨레도에 정착하며 자신의 작품을 창조했다.


회색빛 명암과 색채 그리고 길쭉한 인체 묘사로 현실과 이상을 조합하여 신의 세계를 창조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신의 위로와 구원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대항해 시대 유럽 최고의 도시 세비야 여행


17세기 유대인과 귀족들이 살았던 산타크루즈로 이동하면 사랑과 배신 그리고 죽음  온갖 사연이 담긴 좁은 골목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후안이 귀족 여인들을 유혹했던 여관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세레나데를 불렀던 발코니를 지나면 스페인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에 어둠이 내리면 광장의 아름다움과 낭만에 여행자는 시간을 잊어버린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콜럼버스를 만나다.


64개의 첨두아치와 60개의 기둥이 바치고 있는 세비야 대성당의 천장은 마감 처리하지 않고 육체적인 뼈대를 그대로 드러내어 창으로 들어오는 영적인 빛과 어우러져 최절정의 미를 보여준다.


수백만 명의 아메리카 원주민을 노예로 삼고 살해했지만 그가 가져다준 경제적 번영과 아메리카 대륙의 기독교 전파는 세비야 사람들에게  콜럼버스를 꿈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절벽 위의 도시 론다 여행


해발 750m의 웅장하고 거친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둘러싸인 론다는 독일의 시인 릴케가 꿈의 도시라고 예찬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론다의 투우장을 지나면 아찔한 절벽 위의 헤밍웨이 길이 시작되고 그 끝에 론다의 랜드마크인 누에보 다리가 나타난다. 깊은 계곡 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안달루시아의 푸른 평원은 여행자의 마음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한다.



하이킹을 통해 나를 만나다.  

 

시청광장을 지나 론다의 협곡 아래로 내려가면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올리브나무와 푸른 초원이 펼쳐진 돌길을 따라 30분 정도 걷다 보면 타호 계곡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아스라이 깊어지는 골짜기의 공포를 밑으로 누르고 거침없이 하늘로 솟아 있는 누에보 다리의 위용은 그 앞에 서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한다.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 그라나다 여행


스페인을 기독교 국가로 통일한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의 무덤이 있는 왕실예배당을 나와 기하학적인 문양이 넘실거리는 이슬람 시장을 지나면 니콜라스 전망대가 나온다. 알함브라가 한눈에 들어오는 니콜라스 전망대에 서면 붉게 물든 노을과 함께 더욱 붉어지는 붉은 성의 모습에 누구든 사랑에 빠진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술탄을 만나다.


8,017개의 목재 패널로 코란에 나오는 7개의 하늘을 상징하는 천장아래로 이어지는 타일 벽 위로 아라베스크 무늬가 무한히 반복되며 세상을 초월해 신에게 다가서고 있다.


대사의 방의 중앙에 있는 왕의 의자 뒤로 두 개의 창에서 들어오는 빛은 생명과 낙원을 상장하는 물 위에 궁전을 그대로 반사하는 아라야네스 연못으로 이어지며 신성함을 부여한다.  



심장소리가 들리는 몬세라트 여행


검은 성모 마리아상과 소년 합창단으로 유명한 몬세라트 수도원에 도착하면 끝없는 평화로움이 나를 감싼다.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순례자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걷다 보면 몬세랏 수도원을 배경으로 검은 십자가가 서 있는 전망대가 신기루처럼 서 있다.


자연의 위대함과 기독교의 거룩함이 어우러진 전망대에 서면 누구든 몸과 마음이 충만해진다.



카탈루냐의 영광 바르셀로나 여행


19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룬 바르셀로나의 그라시아 대로를 걷다 보면 바다 빛으로 반짝이는 카사 바트요와 물결치는 카사 밀라에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언덕 위에 있는 동화 같은 구엘공원에 다다르면 지중해를 배경으로 찬연히 빛나는 바르셀로나 전경에 여행자의 얼굴에 생기가 흘러넘친다.  



가우디 성당에서 신을 만나다.


성당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창으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에 할 말을 잃는다. 장엄한 대리석 나무가 우후죽순 쏟아 밀림을 이루는 천장의 대리석 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들은 방문자들을 경이로움을 넘어 구원을 맛보게 한다.



피게레스에서 달리를 만나다.  


달리가 고향이자 그의 무덤이 있는 피게레스에 있는 달리 박물관이 동화같은 모습으로 방문자의 탄성을 자아낸다.

녹아내리는 시계와 1930년대의 섹스 심벌이었던 메 웨스트의 빨간 입술을 표현한 소파 작품 등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왜곡되고 불안한 우리의 욕망을 알게된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단지 평범하지 않을 뿐이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최고의 기쁨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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