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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Feb 09. 2022

나를 사랑하게 하는 북유럽 여행

세상 위에서 나를 외치다.

핀란드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네요. 어디에 가든 외로운 사람이 있으며 누구에게나 남모를 슬픔이 있는 법이지요.


심플 라이프 헬싱키 여행


여유가 넘치는 시벨리우스 공원 옆 레가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다가 바위 언덕에 지은 템플리아우키오 교회로 입장하면 성당 안으로 쏟아지는 빛이 오르간 소리에 맞추어 울려 퍼지는 세련된 아름다움에 머리가 맑아진다.


성당을 나와 원로원 광장과 마켓 시장을 지나면 쓸쓸하지만 감미로운 발트해가 여행자를 넉넉하게 안아준다.  



카모메 식당에서 삶의 기쁨을 맛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야무진 일본인 여성 사치에가 헬싱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녀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에게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따뜻한 음식을 대접한다.


카모메 식당 앞에 서자 연어를 굽고 오미기리 주먹밥을 만드는 등 군더더기 없는 사치에의 모습에 삶의 기쁨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영화 속 울림이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잔잔히 밀려온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 탈린 여행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탈린의 동화 속 성문을 지나면 높은 첨탑의 교회와 오래된 약국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다는 광장과 시청이 나온다.


중세를 그대로 간직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파트 쿨리 전망대에 올라서면 붉은 지붕 위로 우뚝 솟은 성당과 고깔 모양의 성탑이 핀란드만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성 니콜라스 교회에서 메멘토 모리를 만나다.


15세기 후반, 페스트로 유럽의 3분의 2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자 이들을 위로하고 신의 구원을 위해 그려진 <죽음의 무도회>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교황과 황제 그리고 황후를 죽음으로 데려가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이 일시적이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작품에서 부자는 앞쪽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뒤쪽에서 춤을 추고 있지만 그 형상은 모두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다.



북구의 베니스 스톡홀름 여행


수많은 운하가 둘러싸인 스톡홀름의 중심지, 감라스탄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왕궁과 대성당 그리고 국회의사당이 그림책 펼치듯 차례로 다가온다.


영화 속 세트장처럼 고풍스러우면서 아름다운 중앙 광장을 지나 유르고덴 박물관 지구로 이동하면 길이 69m 높이 50m의 전함 바사호가 그대로 전시되어 근세 스웨덴의 영욕을 삶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사에서 노벨을 만나다.


800만 개의 붉은 벽돌과 약 1,900만 개의 금박 모자이크를 사용해 12년 만에 완성한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해마다 노벨상 시상식과 연회가 열린다.


1833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노벨은 자신이 발명한 고성능 폭탄이 철도 터널공사에 사용되면서 엄청난 부자가 된다. 1888년 프랑스에 있던 그는 형 대신 자신의 사망으로 오보한 기사를 보면서 큰 중격에 빠진다. 그래서 그는 전 재산을 기부하였으며 오늘날 노벨상이 되었다. 아무도 노벨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노벨의 부고는 다음과 같다.


죽음의 상인 죽다. 전보다 더 빨리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노벨이 어제 사망했다.       



노을이 매력적인 오슬로 여행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건물이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의 오페라하우스와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시청사 그리고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모든 삶의 모습이 담긴 비겔란 조각공원 등 오슬로 여행은 즐거움의 연속이다.


오슬로 여행의 백미는 아케르스후스 요새에서 보는 노을이다. 이곳에서 보는 노을은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만큼 자연 역시 얼마나 깊고 풍부한지 보여준다.



오슬로 국립 미술관에서 뭉크를 만나다.


어려서부터 결핵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은 뭉크는 늘 우울함과 슬픔 속에 살았다. 파리에서 인상파 작품에 매료된 뭉크는 자신의 작품이 숨을 쉬고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다리 위 세명의 여인들의 모습에서 꿈속의 풍경처럼 목가적이면서 환상적인 생생함에 취하고 도망치지 못하고 절규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불안과 두려움은 바로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송네 피오르드에서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을 만나다.


유람선이 협곡의 구비를 돌아가자 피오르드의 장대한 자태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협곡의 깊이와 바다 호수의 고요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피오르드는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자연의 종합 선물 세트라 할 만한 피오르드 한복판에 이르자 모든 여행자들이 말을 잃는다. 간간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 외에 모든 이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 무아지경이다.



바다의 강자 베르겐 여행


12세기에 노르웨이의 수도였던 베르겐은 한자 동맹을 통해 북해와 발트해를 주름잡는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


목재로  거주지와 창고가 들어서 있는 한자 동맹의 중심인 브뤼겐을 방문하고 어시장에서 신선한 연어와  그리고 캐비어로 저녁을 즐긴  등산 열차를 타고 플뢰엔 산의 전망대에 오르면 베르겐의 환상적인 일몰에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진다.     



바이킹의 삶 스타방에르 여행


스타방에르는 피오르드 하이킹을 위한 전초기지이다. 이곳에서 800년 이상을 버텨온 돌로 된 대성당과 2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올드타운 그리고 바위의 검을 만나는 순간 거친 환경속에 생존의 사투를 벌이며 살아온 바이킹의 삶에 숙연해진다.



피오르드의 정상에서 나를 외치다.


정상에 도착하기 바로 전 바위 산에서 심한 바람이 분다.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 힘을 내어 바위산을 오르자 프라이케스톨렌이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아찔하면서 황홀한 대자연의 모습은 땀과 공포 그리고 자랑스러운 나를 담아내며 한 순간에 여행자의 기분을 고양시킨다. 이곳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며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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