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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18. 2021

안녕 쿠르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심

한 여름 파리의 아침은 달콤하면서 싱싱하다.


숙소를 나와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골목마다 하나씩 보이는 빵집에서 바케트와 크루아상의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거리를 메운다.


상쾌한 기분으로 플라타너스가 늘어서 있는 큰길로 나서면 어느새 눈앞으로 센 강이 펼쳐지고 센 강 옆으로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콩코드 광장이 튈르리 공원과 함께 경쟁하듯 아름다움을 뽐낸다.


세느강변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수 없이 구애한 끝에 마침내 친구가 된 쿠르베를 만났다. 잘 생긴 외모에 자존감 높은 아우라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다소 어색하지만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쿠르베.   



쿠르베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세로 고개를 뻣뻣이 들고 손을 건네며 인사를 한다. 어려서부터 부유하게 자란 그의 모습에서 거만함보다는 자신감과 생기가 넘쳐 보인다.


꾸밈이나 상징 그리고 가식 없이 눈에 보이는 것만을 그리는 사실주의 화가인 그는 그의 작품 <화가의 아틀리에>를 보여주며 프랑스는 프랑스혁명을 거쳤지만 아직도 어둡고 절망적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왼편에는 가난한 농민과 교활한 상인 그리고 무능력한 지배자인 나폴레옹 3세가 보인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프랑스는 왕을 몰아내고 나폴레옹의 통치가 시작되었으나 그마저 황제가 되어 민중을 배신했다. 이후 나폴레옹이 전쟁으로 몰락하자 주위 왕국의 압력으로 왕이 돌아왔으나 1830년 7월 민중들은 다시 왕을 쫓아내고 루이 필립을 왕으로 하는 입헌군주제를 실현하였다.


하지만 루이 필립 역시 변화하는 프랑스 산업혁명 시대에 부자와 가진 자들만을 대변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 시민들은 1848년 2월에 다시 혁명을 일으켜 그를 쫓아내고 국민투표를 통해 나폴레옹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역사의 질곡은 깊어 대통령이 된 나폴레옹 3세는 3년 후 다시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스스로 황제가 되어 주위 강대국들과 전쟁을 즐겼다.

  

나폴레옹 3세 치하에 살았던 쿠르베는 자신의 행동과 작품들을 통해서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위해 싸웠다.  



다시 그의 작품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왼쪽의 검은 옷과 사냥총을  사람이 나폴레옹 3세이며 작품의 오른쪽에는 그의 신념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친구들과 지식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서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쿠르베의 모습이 보인다.  


 다른 작품인 <매장> 보면 사실적이며 평등한 그의 세계관이 더욱 뚜렷하다.



작가의 고향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장례식 장면을 그린 이 작품 속 인물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의 장례식을 <나폴레옹 황제 대관식>처럼 실물 크기의 대작으로 그리자 당시 비평가들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내게 천사를 보여다오.
그러면 천사를 그려 보이겠다.


파격적이며 도발적인 시도로 그린  작품에서 현실에서 보는 장례식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죽음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쿠르베는 진정한 자유와 평등한 세상을 위해 파리 코뮌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석했다. 특히 그는 방 돔 광장에 있던 나폴레옹의 동상을 선두에 서서 무너뜨렸다.


두 달 만에 파리 코뮌이 실패로 돌아가자 6개월간 감옥에 갇혔으며 동상을 무너뜨린 형벌로 막대한 벌금형을 받아 빈털터리가 되었다. 출옥하여 벌금을 갚지 못해 스위스로 망명한 쿠르베는 54세의 나이로 스위스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역사는 자신의 안위와 이기심에 충실한 사람들보다는 자유와 인권과 그리고 이웃을 향해 살았던 사람들을 더욱 뚜렷이 기억한다. 그 삶 속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사람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귀족이든 왕족이든 누구 앞에서도 고개를 뻣뻣이 든 채 인사를 하지만 자유와 평등 그리고 세상을 위해 헌신한 쿠르베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넨다.



안녕 쿠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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