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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Sep 30. 2021

여행은 한 편의 명화

여행 연출가

60시간의 여행 인솔 가이드 기본 교육을 마치고 한 달 만에 최종 선발자 21명을 대상으로 심화교육을 한다.


기본 교육이 유럽 현지에서 효율적이고 편안한 이동과 안전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심화교육은 현지 관광지를 어떻게 해설하고 연출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기본 교육이 여행 인솔의 하드적인 측면을 담았다면 심화교육은 소프트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했다면 이들 관광지를 여행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가이드할 것인가를 알아보고 체화하는 시간이다.  


이는 기존의 정보책자나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정보 수준을 벗어나 유럽의 역사를 기반으로 핵심 가이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야 하는 무척 어려우면서도 지루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 인솔자는 유럽 주요 관광지에 대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핵심 내용을 간추린 후 자기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야만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럽 주요 핵심 여행지에 대한 자료 연구와 스토리를 만들다 보면 유럽 여행에 대한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고 이는 유럽 관광지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서유럽 여행에 대한 인솔 가이드 심화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여행 인솔자는 여행 안내인이 아니라 연출자임을 스스로 체득한다.



여행자와 함께 런던의 빅벤과 빨간 2층 버스 그리고 검은 털모자의 근위병을 보면서 비로소 내가 유럽에 있음을 실감하고, 영국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그리고 그리스의 고대 유물을 해설하면서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 인류의 지혜를 터득한다.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가면 세련미 넘치는 에펠탑과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을 여행하면서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가 하면 가난과 정신병을 이겨내며 회화사상 가장 안상적인 작품을 남긴 고흐의 거친 붓 자국을 앞에서 황홀감을 느끼게 된다.



중간 일정인 스위스에서 여행의 절정에 다다른다. 웅장한 알프스의 정상인 융프라우를 오르고 그림 같은 알프스의 절경을 앞두고 내 발로 한발 한발 트레킹을 하다 보면 대자연의 장엄함에 감탄사가 끊이지 않으며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 대자연 앞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서유럽 15일 여행의 마지막 국가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미로 같은 골목길을 헤매다 보면 인간의 달콤함과 쾌락에 대한 정점을 느끼게 되고, 피렌체의 두우모에 올라 노을 지는 빨간 도시를 바라다보노라면 때로는 낭만적인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천년을 지배한 신 중심의 중세시대를 세상을 끝내고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예술을 피워 올린 메디치 가문과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떠올리기도 한다.



마지막 일정인 로마에서는 2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콜로세움과 판테온 그리고 포로로마노 등 고대 속 로마를 걸으며 그들이 이루었던 물질적 정신적 성취에 형언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을 느깐다. 특히 식민지 출신의 군인으로 로마 최고의 황제에 등극한 트라야누스 포룸에 서면 고대 로마의 위대성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런던과 파리 그리고 알프스와 이탈리아 도시로 이어지는 서유럽 여행은 인류의 지혜와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이 한데 어우러진 위대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인솔자는 스토리와 지식 그리고 치밀한 연출을 통해 여행자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


힘들고 지루하지만 길 안내를 넘어서 연출가가 되려는 노력은 여행자의 삶은 물론 인솔자 자신의 삶 역시 아름답고 가치롭게 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삶을 아름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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