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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May 08. 2022

코로나가 가져다 준 일깨움

공장에서 스스로 묻기

코로나로 같이 하는 분들이 모두 떠나고 여행사 사장인 나는 홀로 남아 그분들이 했던 일을 도맡아 한다.


홈페이지를 열고 상담을 하고 몇 분 되지 않는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고 도시 간 열차와 전용차를 확보하고 입장권을 예매한다.


한날 한시도 틀리지 않아야하는 고된 일이다.


그룹이 되지 않아 매일 개별로 예약을 하다 보니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적자가 발생한다. 내 출장비를 없애가며 적자를 보지 않으려 애쓰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실컷 일하고 매일 가격을 높이는 항공사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믿고 맡긴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뒷목을 잡고 쓰러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들면서 이전에 이 일을 했던 분들의 노고와 수고에 머리가 숙여진다.


그래도 500년 전 <군주론>을 지은 마키아벨리의 말을 떠올리며 묵묵히 일을 해간다.


울지 마라.



돈 안 되는 이일에 모든 것을 바쳐서 하는 이유는 우리 회사를 찾는 고객들의 마음 때문이다.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님을 잃고 그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 먼저 했던 여행을 다시 신청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20년 일자리가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자 여행을 신청하는 분도 있다.


알바를 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신청하자마자 상품 가격 전액을 완납한 대학생 새내기가 있는가 하면 부모님을 위해 자녀들이 돌아가며 신청을 하고 상담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10분도 안 되는 이 그룹의 여행 출발을 확정하고 고객들에게 공지한다.


왜 이일을 하는가 묻는다.


코로나로 일이 사라져 세 곳의 구청을 다니면서 20년 넘게 여행을 인솔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여행의 의미들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있다.


40대 분도 있지만 대부분 60대 넘는 분들이 2시간 10회의 강의를 들으면서 설레기도 하고 한숨을 짓기도 하지만 한 두분은 강의 내내 졸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눈을 총총히 하고 필기를 하신다.


어느덧 그분들이 주시는 커피 한잔과 생수 한통이 내 삶의 이유가 되었다.  


매일 공장에 출근하면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출발을 확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은퇴까지 몇 년 남지 않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일이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일깨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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