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종강
부산의 작은 섬 영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영도는 늘 가난한 동네여서 이곳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하신 분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그분은 가난도 소외도 마다하고 교육자로써 우리를 공평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어쩌면 그늘진 아이를 더욱 사랑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방과 후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그림과 글짓기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ㅎ
그 사랑을 받고 자라면서 나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서 아파트 공사장에서 모은 돈으로 유럽을 여행했습니다.
유럽은 신세계였습니다.
유럽여행 덕분으로 여행사에 입사했으며 IMF로 실직하면서 여행사 사장이 되었습니다. 이후 경기 호황으로 사업이 잘되었고 틈틈이 책도 쓰고 서울로 여행 강의를 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세상은 공평하다는 듯이 코로나로 2년을 일없이 지냈습니다. 그동안 부산의 구청을 돌아다니면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 많은 분들이 여행사 사장이나 잘하지 돈도 안 되는 여행 인문학 강의를 한다고 모욕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강의를 했습니다. 특히 고향인 영도 구청의 강의가 보람 있었습니다.
영도구청 강의를 가면 커피를 비롯한 물과 음료수가 놓여 있어 강의 전에 이미 감사했습니다.
나이가 많으셔서 어쩌면 여행을 못하실지 모르지만 저의 강의가 그분들에게 삶의 이유이자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어느덧 10회의 강의를 종강하자 한분 한분 다가와 따뜻한 인사를 나눕니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 또 이렇게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