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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ug 10. 2022

피오르드 하이킹

프레스토켈렌

북유럽 피오르드 정상인 프레스토켈렌을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을 바꾸어야 했다.


베르겐에서 5시간의 버스를 타고 스타방게르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프레스토켈렌을 오르는 일정이지만 내일을 제외하고 모레부터 계속 비가 예보되어 있다.


함께 여행한 분들과 의논하여 내일 첫 차로 이동하여 바로 피오르드 정상에 오르기로 했다.


베르겐에서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12시에 스타방게르에 도착하여 피오르드를 오르기 시작하면 저녁 7시 30분에 있는 마지막 버스의 시간은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는 배에 두 번이나 올라서야 스타방게르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이 없어 급하게 호텔로 가는 시내 버스에 올라탔으나 차장이 카드 결제가 안된다고 한다. 이 버스를 놓치면 다시 30분을 기다려야 해서 차장에게 부탁을 하니 그냥 타라고 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호텔 앞에 버스가 도착하자 일행 모두 이구동성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내린다.


호텔에 짐을 던져두듯이 맡겨두고 페리 터미널로 갔으나 터미널에는 투어버스 창구도 투어버스를 타기 위한 배도 보이지 않고 고요하다.


배를 타고 20분을 건너면 투어버스가 나오고 투어버스를 타면 하이킹 시작점이 나오면 피오르드에 올랐다가 다시 투어버스와 배를 이용하는 코스가 없어진 것이다.


택시 운전사에게 물으니 새로 해저터널이 생겨 대중교통 100번을 타고 가면 된다고 한다.


100번을 타면 종점에서 다시 택시를 이용해야 하이킹 지점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우리는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침 예상보다 저렴한 9인승 택시가 있어 바로 택시를 타자 4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운전사는 몇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우리가 하산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예상시간보다 빨리 도착하고 하산 시간도 문제가 되지 않자 우리는 여유 있게 피어르드를 오르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어 등산길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지만 여유 있는 마음과 피오르드의 청정한 기운이 아름다운 절경과 더불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두 번의 급경사 고개가 있는 피오르드를 오르는데 유난히 못 오르는 친구가 있다. 아기 걸음 걷듯이 한발 한발 나아가는데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다.


급경사인 고개를 한 번 넘고 나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평지에서 휘청하더니 넘어지고 말았다. 부축하려 다가서니 눈이 풀려있고 다리와 손목에 경미하지만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걸을 수 있다고 한다.


평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거절하는 모습을 몇 번 본터라 한 걸음 뒤에서 그 친구와 함께 오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교대 3학년생인 그 친구는 이전에 돌길을 걷다가 크게 부상을 입어서 돌길을 가장 두려워하며 수업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방에 있어 스마트폰에 38보가 기록된 날도 있다고 한다.


등산길이 힘든 이유이다. 힘든 등산을 편하게 하려는 사소한 대화를 우리는 계속 이어갔다.


고등학교까지 늘 반장을 하였지만 3학년 때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루어서 교대에 갔다고 한다.


왜 자퇴를 했냐고 물었는데 잠시 말이 없다가 대화가 이어진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아빠와 오빠 사이에 여자 혼자서 고민하고 보낸 날들이 이어졌으며 우울증이 심해져서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제발 살아서 돌아가게 해달라고 몇 번씩이나 기도하며 산을 오르고 있다고 한다.  



2시간의 등산 끝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도착하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지르며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일행은 아무 말 없이 1시간 넘게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 앉아 있었다.


피오르드는 그린 듯 웅장한 구름과 함께 여행자를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끌고 간다. 아름다움은 순간을 사는 인간에게 영원한 평화로움을 제공한다.


하산 길은 등산길보다 긴장되고 고되었지만 30분 넘게 짧았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젊은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 무릎이 아프면 나에게 컴플레인을 할 것이며 농담을 한다.


한국에 도착하자 시차를 두고 감사의 인사가 온다.


즐거운 여행이었으며 다시 대장님과 함께 여행할 꿈을 꾼다는 내용이다. 내가 지금 존재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감사한 문자이다.  역시 함께할 여행을 꿈꾸며 시차가 괴롭히는 힘겨운 일상을 다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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