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영국박물관 이집트관

by 손봉기

그는 늘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형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갔다. 형은 지상의 왕이 되어 모든 부와 권력을 다 가져갔으며 어려서부터 흠모했던 아름다운 누이와 결혼을 했다. 더욱이 그는 질투심이 강한 막내 여동생인 네프티스와 결혼해야 했다.


형이 지상의 왕이 되어 인간들에게 농사짓는 법과 대규모 건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어 인간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지만 자신을 기억해주는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형이 점차 왕의 면모를 갖추며 인간들에게 시간을 선사하는 달력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문자를 전해주며 인간 세상이 태평성대를 누릴 무렵 그 일이 일어났다. 늘 형을 짝사랑하던 자신의 부인이 형의 부인으로 변장하여 형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자신의 아내가 형의 자식을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리며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형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바로 처형을 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형은 동생의 처분을 묵묵히 따라야 했다.


형의 주검을 황금관에 넣어서 강물에 버리고 동생이 왕이 되었다. 죄의식은 전혀 없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차지했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의 아내는 형의 자식인 아누비스를 낳았다.


분노와 슬픔 속에 이를 지켜보던 형의 부인 이시스는 남편의 잘못이 없음을 알게 되자 남편의 시신이라도 찾겠다고 강을 따라 떠났다.


시리아에서 남편의 관을 발견한 그녀가 오열하며 관을 열자 시신에서 알 수 없는 연기가 나와 그녀를 감싸자마자 이시스는 기절한다. 깨어나 보니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시스는 자신의 남편을 고향에 묻어 주기 위해 시신을 이집트로 가져왔지만 동생 세트는 시신을 다시 빼앗아 열네 토막을 내어 이집트 곳곳에 버렸다. 이 모습을 본 이시스는 실성하여 몇 날 며칠을 깨어나지 못했다.


1년 후 남편의 아들 호루스를 낳은 이시스는 이집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남편의 유해 조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사이 호루스가 눈부시게 성장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삼촌 세트를 찾아가서 물러설 수 없는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싸움 중에 호루스는 왼쪽 눈을 잃었고, 삼촌 세트는 고환을 잃었다. 결국 호루스는 그의 삼촌 세트를 굴복시키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전투가 끝난 후 호루스는 자신의 이복동생인 아누비스의 도움을 받아 오시리스의 유해를 다시 짜 맞추고 영생을 얻도록 기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토트 신의 도움을 받아 오시리스는 부활한다.


부활한 오시리스는 저승세계의 왕이 되었고 호루스는 아버지를 이어 지상의 왕이 되었다.


영국 박물관 2층 67번 전실로 이동하면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사자의 서이다>



1290년 후네퍼의 무덤에서 발견된 사자의 서에서 죽은 후네퍼를 데려가는 인물이 아누비스이다. 그는 자신이 이 죄가 없음을 14명의 신 앞에서 고백을 하고 저울 앞으로 가서 자신의 심장을 저울에 단다. 저울 반대편에는 정의의 신인 마아트의 깃털이 올려져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의 심장은 깃털보다 무거워 저울에서 떨어지게 되며 이때 저울 옆에 있는 괴물 암무트가 심장을 먹어버린다. 심장을 잃으면 죽은 자의 영혼은 사후세계로 가지 못한다.


저울 옆에는 새의 머리를 한 토트 신이 보인다. 그는 서기의 신으로 죽은 자의 죄를 받아 적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에 매의 머리를 한 이승의 왕인 호루스가 저승의 왕 오시리스에게 죽은 이를 데려간다.


두 번을 죽고 부활시킨 부인 이시스와 함께 있는 오시리스의 얼굴색은 녹색을 띠고 있다. 녹색은 오시리스가 농업의 신이며 푸른 식물처럼 부활하였다는 것을 상징한다. 오시리스 위로 그의 아들이 제물로 바친 호루스의 눈이 보인다. 호루스의 눈은 왕권을 보호하며 건강을 상징한다.


또한 오시리스 앞으로 카노푸스 단지가 보인다. 이는 죽은 자의 장기를 보호하는 단지로 이를 돌려줌으로써 죽은 자는 영원하고 평화로운 사후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고 왕국을 지나 중 왕국에 넘어가는 제1중간기에 이집트는 대 혼란에 빠진다. 각 지역에서 파라오가 득세하며 연일 전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고 민심은 흉흉했다.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 이때 이집트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옛날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정이 없고 마음은 탐욕스러워서 서로의 재산을 뺏으려 한다.

더 이상 사회에는 정의는 없고 나라는 악한 이들에게 넘어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이며 죽음은 마치 환자가 병에서 회복되는 것과 같다.


혼란의 1중간기를 살고 있는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과 질서의 신인 <라>를 불신하고 오시리스를 섬기기 시작했다. 오시리스는 두 번의 죽음에서 부활한 저승의 왕이었다.

더욱이 오시리스는 그들에게 농업을 비롯하며 집과 문자 그리고 시간을 선사한 구세주였다. 그들은 정의롭게 산다면 오시리스의 도움을 받아 부활하여 내세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국 박물관 65번 전시실로 이동하면 이집트인들이 죽어서 가기를 열망했던 내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65번 전시실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네바문의 무덤에서 발견한 벽화에서 네바문은 가족과 함께 나일 강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의 아내와 딸이 강가에서 노는 동안 그는 새 사냥을 하고 있다. 네바문의 아내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으며 향신료를 담은 연회용 머리 장신구를 하고 있다. 네바문의 딸은 네바문의 다리를 잡고 연꽃을 꺾고 있다.


네바문 아래에서 사냥을 하는 고양이는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를 잡고 있으며 그 옆으로 세 떼와 길쭉한 막대 모양의 식물인 파피루스가 보인다.


특히 고양이의 눈은 도금이 되어 있어 빛과 질서를 상징하는 태양신을 형상화하고 있다. 고양이 밑에 있는 오리는 바람과 공기의 신인 아문 신이 신성시하는 동물이다. 그 아래 물속에 보이는 물고기는 부활을 상징한다.


벽화의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네바문은 영원한 행복과 젊음을 상징하고 있다. 주위의 기름진 늪은 부활과 에로틱함을많은 동물들과 장식들은 부를 상징한다.


네바문의 머리 뒤쪽 상형문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상형문자가 보인다.



그는 사냥을 즐기며
영원한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죽은 뒤에 그들이 원하는 내세는 살아있을 때의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네바문의 벽화는 보여준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66번 전시실의 미라이다.



인간의 영혼이 심판을 받아 내세에서 다시 부활하리라고 믿었던 이집트인들은 영혼이 부활하여 내세를 여행할 때 그들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장식을 미라 위에 두었다.


케이트베 미라는 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장신구를 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배에는 하늘과 밤의 신인 날개 달린 누트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는 쇠똥구리 장식과 내세에서 그녀를 위해 일할 하녀인 샤브티 인형조각이 보인다.


현대적 CT 스캐닝 기술은 그녀가 기원전 900년쯤에 사원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30~40대의 나이에 동맥경화로 숨졌으며 기름진 음식을 즐기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었다


그 옆으로 아르테미도루스의 미라 관이 보인다.


저승길의 보호자, 호루스를 상징하는 매의 모습 밑으로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관위에 그려진 초상화에서 그가 가장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는 삶을 살은 고대 이집트인들은 살아 있을 때의 황홀한 시간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며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정의롭게 살기를 열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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