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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08. 2022

보르게세 미술관

사랑의 고통

로마에  때마다  마음에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있어 번번이 발길을 돌렸던 보르게세 미술관에 왔다.


보르게세 공원 안에 있는 미술관은 평화롭고 한적하다.


로마 최고의 바로크 조각가인 베르니니의 후원자였단 보르게세 추기경이 수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입장하자 가장 먼저 베르니니의 <페르세포네의 납치>가 눈앞에 펼쳐진다.  



저승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에게 반하여 그녀를 지하로 데려가려고 납치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작품에서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격렬한 생동감을 느껴진다.


사랑에 눈이 멀어 한 여인의 삶을 망친 하데스의 초점 없는 눈과 근육질의 몸매 그리고 페르세포네의 얼굴에서 비극적 사랑의 고통이 느껴진다.


조각가였던 아버지에 의해서 일찍부터 조각을 시작한 베르니니는 성인이 되자 이탈리아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세상의 명성에 만족하제 않고 자신의 팔을 몇 번이나 불로 지질 정도로 작품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미켈란젤로가 있다면 바로크 시대에 베르니니가 있다고 말했다.


베르니니의 다음 작품은 <아폴로와 다프네>이다.



몸에서 뻗어 나오는 월계수 나무와 잎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작품에서 아폴로와 다프네의 아름다운 모습이 돋보인다.


태양의 신이자 예술의 신인 아폴로는 에로스의 화살에 맞아 요정 다프네를 사랑하게 되지만 다프네는 그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납 화살을 맞아 도망을 다니다가 끝내 월계수 나무로 변한다.


아폴로는 이를 분통해하며 앞으로 모든 승자에게 월계수관을 주어 다프네를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조각관을 지나 회화관으로 이동하면 라파엘로의 작품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라파엘로 특유의 빛과 어우러진 원색의 색감과 사실적인 표현은 시대를 지나 여행자에게 인물의 숨결과 옷의 촉감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만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은  <레다>이다.



백조로 변한 제우스가 레다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다빈치 특유의 톤과 공기마저 보이게 하는 스푸마토 기법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르게세 미술관을 빛나게 하는 작품은 카라바조의 작품들이다.  



강렬한 명암법과 사실적인 표현으로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하는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슬픔이 느껴진다.


그중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다비드>이다.



어린 시절 고아가 된 카라바조는 수도원에서 성장하며 그림을 배웠다. 어릴 적부터 회화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성품이 난폭해 늘 주위 사람들과 싸웠으며 사소한 말다툼 끝에 마침내 살인을 저지르고 나폴리로 도망을 가야만 했다.


나폴리에서 그는 골리앗을 든 다비드 초상화를 그려 교황님에게 보내면서 용서를 구했다.


작품에서 골리앗은 죄를 짓고 추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놓았고 다비드는 젊고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어 젊은 자신이 늙고 추한 자신의 목을 베고 참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여행자는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하며 카라바조를 이해한다.  


카라바조는 후에 사면을 받았으나 나폴리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배안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그의 나이 39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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