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Nov 17. 2022

프란츠 카프카

삶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21일간의 서유럽 여행을 마치고 프라하에 혼자 남았다.


3일 후에 도착하는 새로운 팀을 기다리며 프라하 중심지에서 벗어난 돈 지오반니 호텔에서 묵었다.


돈 지오반니 호텔은 모차르트의 영혼을 불러오려는 듯 로비로 들어서자 모차르트의 피아노 음악이 흐른다. 나이가 드신 분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시는데 한 음 한음이 깊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서니 방의 벽에는 모차르트의 글이 적혀 있다.  



음악은 악보에 있지 않으며 침묵과 침묵 사이에 있다.  


20일간 힘든 몸을 포도주와 맥주로 달래고 끝없이 잠에 빠져들었다가 깨어나고 다시 잠이 들고를 반복하다가 다음날 자리를 털고 밖으로 나왔다.


프라하는 3일째 비가 오고 흐리다.  


호텔을 나와 사거리를 지나니 호텔 창문에서 보았던 공동묘지가 나왔다.  


삶과 죽음이 같은 조각이라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떠 올리며 공동묘지로 들어서자 프라하 시민들이 공동묘지를 공원처럼 즐기고 있다.  


시내 중심지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공동묘지는 프라하 시민들에게 휴식과 안식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담겨 있는 공동묘지에서 제일 처음 접한 무덤은 체코에서 유명한 로커의 무덤이다.



로커의 비석에 새겨진 그림을 살펴보면 프라하성을 보여주는 머리를 지나 어깨에 이르면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로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뱀이 베드로의 천국의 열쇠를 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그 아래로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이 보이고 그 주위로 지구를 날아다니는 비행기와 노아의 방주속 지구본이 보인다. 그리고 그 중앙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당신은 여기 있다.  



로커의 무덤을 지나 일가족이 그려져 있는 무덤에 이르자 알 수 없는 뭉클함이 스쳐 지나간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사실주의자 쿠르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무덤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무덤 위로 개인의 사진과 조각들이 산사람처럼 다양하고 풍부 한 감정을 여행자에게 전달한다.



어떤 무덤 위로는 편안하게 미소 짓는 천사가 있는가 하면 어떤 무덤에서는 전쟁에서 희생된 남편을 위해 오열하는 부인의 모습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희화화한 무덤에서 서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씻은 듯 사라지기도 한다.  


공동묘지의 마지막 무덤은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무덤이다.



<변신>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주인공이 어느 날 벌레로 변하자 처음에는 가족들이 그를 정성 들여 위해주다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이자 그를 버린다.


그리고 벌레로 주인공이 죽자 가족들은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소풍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얼마 전 늙고 병들어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내며 모든 상황을 나에게 맞추며 나를 위로한 상황이 떠오르기도 하고 갑자가 코로나로 죽은 친구의 무덤 앞에서 서로 바빠 소주 한 잔 하지 못한 나 자신의 자화상이 오버랩되어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래도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 생각한다면 불가항력적인 죽음 역시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다.


삶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죽음 역시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프라하의 공동묘지를 나서는데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처럼 낙엽진 나무들이 묘지 입구를 향해 쓸쓸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르게세 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