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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20. 2022

프라하 국립미술관

삶의 아픔과 위로

어느새 겨울이 바싹 다가와 밤새 눈이 쌓인 프라하의 고즈넉한 길을 걸어 프라하 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프라하 시내의 다섯 군데 궁전에 나누어져 있는 현대미술관 본관에 이르자 맑고 추운 하늘이 여행자를 반긴다.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처음 접히는 작품이 고갱의 자화상이다.



푸르고 환상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고갱은 쓸쓸하지만 도도하게 서 있다. 늘 인생은 고독과 방황의 연속이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외로이 서서 바람 따라 휘파람을 불고 있다.


시커먼 밤하늘 끝에 서 있는 검은색 지붕의 노란 집만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퀭한 눈과 우수 짙은 피카소의 초상화를 지나 다음으로 루소의 작품을 만난다.



파리에서 세관원을 하다가 화가의 길에 들어선 그의 작품에서 당시 유행하던 미술의 기법은 보이지 않는다.


센 강과 정교한 다리 그리고 만국기가 휘날리는 무역선을 배경으로 화가는 우뚝 서 있다. 하늘과 노을마저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듯 심플하고 추상적이다.


세상을 재창조하는 화가로서의 자존감이 묻어 나온 루소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의 팔레트이다.


팔레트에는 사별한 두 아내 <클레망스와 조세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너무 아파서 사무치게 굳어버린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들을 지나자 화려한 프라하의 전경들이 펼쳐진다.



드리마틱하게 서 있는 구시가 광장의 틴 성당과 환상적이면서 화려한 색으로 둘러싸인 카를교의 모습에서 지금 여기 내가 프리하에 있음을 알려준다.



한층을 내려오니 따뜻하면서 시원한 파스텔 풍의 자연을 배경으로 연인들과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상적인 에덴동산에 머무르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에서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지고 푸르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소리까지 느껴지는 소녀의 초상화에서 왠지 모를 소외감과 긴장감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어지는 르느와르의 작품과 프라하 현대화가의 작품에서 행복했던 생의 한때를 떠올린다.


내 삶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기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자식을 기르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체득한 사람들은 비로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랑하게 된다.



눈과 귀 입술 등 모든 것이 사라진 모자의 모습에서 색과 형태만으로도 화가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술관의 마지막 작품들은 체코의 이름모를 현대미술가의 작품이지만 보는 순간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환>이 생각났다.



아버지의 유산을 들고 자유를 향해 떠난 자식이 모든 것을 잃고 집으로 돌아온 탕자처럼, 고달프고 힘든 삶의 여정에서 돌아온 자식이 아버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자 늙은 아버지는 자식의 머리를 만지며 위로하고 있다.



인생의 무수한 풍파를 이겨낸 아버지의 주름진 손위로 고뇌와 따뜻함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다.


바랜 청자켓의 소매와 단추가 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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