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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May 06. 2023

결국은 사랑

유럽 인문 여행

두 달 전 공지가 나가고 이틀 만에 마감이 된 인문학 여행 강좌인 <나를 사랑하게 하는 유럽여행>이 잡혀 있어서 아내의 간호로 힘든 상황이지만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7시에 2시간씩 8회 강의를 나가야 했다.


수영구청 평생교육원에서 4주 동안 이루어지는 강의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강의를 하면 할수록 많은 분들의 열기가 모여 강의장을 뜨겁게 달구었으며 이는 말할 수 없는 감사함과 더불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런던과 파리 그리고 피렌체와 로마를 여행하면서,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 퐁피두 센터까지의 5천 년 시간여행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오는 인류의 지혜와 유물 그리고 걸작들은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영국박물관의 고대 메소포타미아관에 전시된 <길가마시 서사시>에서 길가마시가 평생을 찾아 헤매었던 불로초를 잃어버리고 넋을 놓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현재의 여신이 나타나 영생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사는 것이 인간에게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카르프 디엠을 떠올렸다.


영국박물관의 고대 그리스관에 전시된  <오디세우스의 귀환>에서 칼리프 요정의 요청으로 신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신의 음료인 넥타르를 먹고 영원한 삶을 사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늙고 병들며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인간의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오디세우스가 인간의 길을 결정하는 장면에서 나와 우리 모두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최근 아내가 많이 아프면서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살아온 내 삶이 오버랩되면서 이제 몇 년이 남았든 아내와 가족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여행하면서 냉혈한으로 알려졌던 마키아벨리의 <신곡>에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만이 지옥으로 들어온다는 이야기와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지만 스스로 이겨내고 자신의 별을 따라가는 삶에서 인간은 가장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에 이르자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키아 벨리는 자신의 별을 따라가는 삶이 지속되는 한 가난도 죽음도 두렵지 않으며 비록 그 항구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만으로 삶의 위로와 가치를 준다고 강조했다.


근대와 현대의 파리를 여행하면서 로트렉과 샤갈의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의 별을 따라간 사람들의 삶이 비록 그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


로트렉은 삶은 충분히 슬프기 때문에 화려하게 그려야 하며 그래서 파란색과 빨간색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으며샤갈은 예술과 삶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색은 사랑의 색이라고 이야기했다.


20세기 최고의 작가중 한명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경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며 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전달하고 있다.      


<이탈리아 기행>에서 괴테는 여행의 목적은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이번 강의를 진행하면서 빈껍데기를 벗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별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정에 사랑이라는 빛을 볼 수 있었다.  


높은 고딕첨탑이나 화려한 궁전 앞에서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사물과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과 사랑만이 여행을 충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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