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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Mar 31. 2023

칼루스테 굴베키안 박물관

리스본 최고 박물관

포르투갈의 석유왕 칼루스테 굴베키안이 40년 이상 수집한 작품들이 전시된 리스본의 박물관에 도착하자 무엇보다 풍요로운 자연이 여행자의 마음을 푸르게 한다.


푸른 숲과 공원을 예술작품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을 입장하자 제일 먼저 카노프스 단지가 관림자를 반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내해야 할 생로병사를 벗어나 불멸의 삶을 꿈꾸었다.


그들은 영혼불멸의 미라를 만들고  죽은 이의 부활에 사용될 육체에 담긴 내장을 하나하나 꺼내어 정성 들여 카노푸스 단지에 담았다.



네 개가 한 세트를 이루는 카노푸스 단지의 뚜껑은 지상의 신인 호루스의 네 아들인 자칼(두 아무 테프)과 매(케베세누 푸) 그리고 사람(임세티)과 개코원숭이(하피)로 장식되어 있으며 각각의 병에 죽은 이의 위장과 창자 그리고 폐와 간을 담았다.


리스본 박물관에 전시된 사람모양의 임세티 단지 아래로 정교하게 쓰인 상형문자에는 현세의 삶이 사후세계에서도 지속되기를 바라던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소망과 정성이 깃들여 있다.


카노푸스 단지 전시실을 지나 다음 전시실로 들어서자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스승이었던 도메이코 기를란다요의 <젊은 여인의 초상>이 여행자를 끌어당긴다.



피렌체, 삼위일체 교회의 예배당을 장식했던 작품 속 여인은 당시 유행하던 피렌체 패션의 옷을 겹겹이 입고 빨간 산호 목걸이를 하고 있다.



섬세하게 균형 잡힌 젊은 여인의 모습이 단아하면서 품격 있는 색채와 어우러지면서 르네상스시대에 추구했던 이상적인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여인의 어깨가 약간 잘려나갈 정도로 디테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고 그려졌음에도 사랑스러운 여인이 바로 앞에 있는 듯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젊은 여인 옆으로 이집트로 탈출하는 어린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요셉의 모습이 담긴 성화가 눈에 띈다.



작품에서 고난의 행군에 지쳐 있는 성가족 주위로 평화와 안식을 상징하는 천사들과 세례자 요한 그리고 성스러운 빛과 지혜의 램프를 들고 있는 시라큐스의 성 루시아가 성가족을 위로하며 축복하고 있다.


작품 중앙에 생명이 가득한 중앙나무를 중심으로 대칭과 균형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목가적인 분위기가 장시간의 여행에 지친 관람자의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한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한 박물관에서 여행자를 반기는 작품은 루벤스의 헬레나이다.



1630년 루벤스는 앤트워프의 부유한 비단 및 카펫 상인의딸인 헬레나 푸르망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다.


당시 루벤스보다 36세나 어린 헬레나는 루벤스의 눈에 보석처럼 아름다웠으며 생동감이 넘쳤다.  



루벤스는 타조 깃털이 달린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는 헬레나 푸르망이 입고 있는 블랙 새틴 슈트의 질감과 부드러우면서 대담한 살의 우아함을 과시하며 그의 넘치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루벤스와 더불어 화려하면서 장엄한 바로크 시대를 이끈 렘브란트의 작품이 루벤스 작품 옆으로 두 점이 보인다.  


밝고 가벼운 작품을 그린 루벤스에 비해 무겁고 진지한 작품을 그린 렘브란트의  작품에서 그 특유의 연극적인 명암법이 인물의 복잡하면서도 풍부한 심리적 내면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인상파를 열었던 마네가 그린 <체리를 든 소년>이 보인다.



작품 속 주인공인 시터는 마네의 작업실에서 붓과 팔레트를 빨아주며 소일거리로 보내다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마네는 이 작품에서 사실적인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체리라는 과일을 통해 소년이 매우 섬세한 감각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네는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아 이제 더 이상 귀족과 종교에 바치는 화려한 신화나 종교적 주제에서 벗어나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에서 시민들의 모습과 일상을 그리며 근대적인 인상파 시대를 열었다.    


다음으로 1848년 영국에서 형성된 라파엘로 전파 운동의 일환으로 등장한 심미주의 작품 <비너스의 거울>이다.



에드워드 번 존스 경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빅토리아시대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했다.


그는 고전 의상을 입은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 시적인며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하며 르네상스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박물관의 마지막 작품으로 1880년대 후반 영국에서 활동한 사전트의 <버드나무 아래 펀트에서 잠든 여인과 아이>라는 작품이 다가선다.



19세기 프랑스 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사전트는 지베르니에서 모네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일상의 삶과 빛을 찬양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갔다.


작품에서 버드나무 그늘 아래 꿀잠을 자고 있는 여인과 아이는 여름 오후의 더위 속에서 바지선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녹아들며 하나가 되고 있다.


젊고 싱싱하면서도 편안한 엄마의 푸근한 냄새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반짝거리며 강을 물들이고 있는 빛이 하나가 되는 이 작품에서 사전트는 어린 소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천국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와 반짝거리는 빛 그리고 시원한 그늘과 바람은 여행자의 모든 걱정거리를 사라지게 하며 어린 시절 추억여행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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