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대 미술관
밀라노는 늘 거쳐가는 곳이라 이탈리아 3대 미술관이라는브레라 미술관에 갈 기회가 없었다. 모처럼 밀라노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 미술관을 방문했다.
미술대학으로 사용되는 1층을 지나 2층 입구로 들어서서 제일 처음 만나는 작품은 피렌체 출신의 르네상스 화가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이다.
원근법과 단축법을 이용하여 그리스도가 신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 앞에서 사실적인 생동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특히 작품의 왼쪽 슬퍼하는 마리아의 주름과 축 늘어진 눈매는 작품의 생동감은 물론 슬픔을 더욱 깊게 한다.
자신보다 먼저 자식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 느끼는 어머니의 먹먹한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어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프란체스코의 <수태고지>이다.
대천사 미카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 신의 은총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였다고 알려주는 이 장면에서 화가이자 수도사인 프란체스코의 신성하고 맑은 기운이 두 인물은 물론 작품 속 배경이 되는 강과 숲 그리고 산에 넘쳐난다.
평화로우면서 따뜻한 재빛 하늘이
여행자에게 영원한 안식을 준다.
다음으로 만나는 작품은 르네상스의 3대 화가 중 한 명인 라파엘로의 <성처녀의 결혼>이다
라파엘로 고유의 아름다운 색감과 선 그리고 시적인 정서가 넘치는 작품에서 마른나무에 꽃이 핀 요셉이 마리아에게 반지를 주며 청혼하고 있다.
전래에 의하면 마른나무가지에 꽃이 피는 사람만이 마리아와 결혼할 수 있다고 했다. 요셉 아래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눈에 띈다.
여러 작품을 지나 거장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은 카라바조의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이다.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엠마오라는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하자 주위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의심하며 깜짝 놀라는 장면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이 느껴진다.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어둡게 하고 한 줄기 빛을 통해 예수님과 식탁의 음식 그리고 주변의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눈매와 목주름 그리고 옷자락의 사실적인 질감이 강조하는 카라바조의 기교에서 바로크 시대를 열은 거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다음 작품은 루벤스의 <최후의 만찬>이다.
어둡고 허름한 실내에서 예수는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잔을 놓고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하고 있다.
우아하고 풍부한 바로크적 향기가 작품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예수님에게 모든 제자들이 집중하는 가운데 배신자 유다만이 작품 전면에서 눈을 부라리며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꼬인 다리 아래로 충실함을 나타내는 강아지마저 어둠 속에서 인상을 쓰고 있다.
마지막 작품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키스>이다
합스부르크가와 대적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불안한 동맹을 맺고 전쟁을 수행하는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서 남자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붉은색 의복을 입고 있고 여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푸른색 의복을 입고 있다.
정치적 상황을 표현하는 작품치고는 여인의 차가운 드레스의 질감과 남자의 머리카락 그리고 계단 위의 어두운 그림자가 마치 조각처럼 남녀의 사랑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에서 세계최고의 키스장면으로 선정된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