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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ug 04. 2023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

빛과 색채의 향연

유럽의 도시중 바다를 배경으로 고색 찬연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베니스에 도착하면 마음속 깊이 숨어있은 빛과 색채가 살아난다.



마음속에 숨어 있는 빛과 색채를 폭발하듯 쏟아내는 곳이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이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대리석 위로 금빛 바탕에 상징적인 중세시대 화화가 여행자를 반긴다.



성경 속 이야기를 담은 성화에는 빛과 색들이 경건하면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당시 보석보다 비싼 청금석인 라피스 아줄리를 갈아 만든 파란색이 성모 마리아의 옷부터 성인들의 옷까지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어 당시 베니스가 얼마나 부유한 도시국가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신 중심의 중세시대 회화는 인간중심의 르네상스시대의 원근법이나 인간의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성인의 머리에 후광이 빛나고 각자의 상징물 (베드로는 열쇠 사도바울은 칼)들이 인물들의 특별한 존재감을 부여한다.


아카데미아 미술관 2층으로 가면 르네상스 베네치아파의 대표적인 화기인 벨리니와 조르조네 그리고 티치아노와 그의 제자였던 틴토레토의 작품이 넘쳐난다.



첫 번째 눈길을 끄는 작품은 조반니 벨리니의 <성 욥의 제단화>이다.



하나님을 섬기면서 돈과 재물의 유혹 등 여러 가지 고난을 넘으며 마침내 신실힌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는 수염 난 욥의 모습이 화면 왼편에 보인다. 오른편에 보이는 이는 로마장교로써  기독교를 탄압했다가 친구의 순교로 기독교 편을 들어 화살을 맞아 순교한 성 세바티안이다.


베네치아파의 화려한 빛과 색이 화면 가득히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하단의 악기를 연주하는 세 천사는 이후 음악천시의 원형이 되었다.


다음 작품 역시 벨리니의 제단화이다.



작품에서 피렌체 르네상스의 날카로운 감수성과 딱딱한 형태감과는 달리 부드러운 빛의 처리와 섬세한 색은 나무 와 하늘 그리고 성모마리아의 아름다움을 유연하면서 신비스럽게 보여준다.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다음 작품은 티치아노의 벽화 <성모 마리아의 봉헌>이다.


 

마리아의 어머니 성 안나는 나이가 들어서 자녀가 없자 자식이 생긴다면 신께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위 장면은 젖을 뗀 마리아가 성전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르네상스 회회의 특징인 원근법과 사실적인 색감들이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다음으로 티치아노의 제자로 초대형 회화를 주로 그린 틴토레토의 작품들 앞에서 회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함에 놀란다.



신약성서의 저자이자 베니스의 수호성인인 마가의 기적을보여주는 <노예의 기적>이라는 작품에서 성인 마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고문의 고통에서 노예를 구출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오른쪽에는 프로방스 출신의 부자가 옥좌에 앉아 맞은편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마가 성당을 방문한 노예를 고문하고 있다. 이때 성 마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고문 도구를파괴하자 부자와 사형 집행자 및 군중들이 놀라고 있다.


도발적이며 혁신적인 이 작품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마가와 그의 머리에 빛나는 후광이 작품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틴토레토의 다음작품인 <레위가의 만찬>은 원래 최후의 만찬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코피를 흘리는 하인과 어릿광대 그리고 강아지를 비롯하여 원숭이까지 등장하여 엄숙한 최후의 만찬을 베네치아의 한 귀족 집안 잔치같이 묘사하고 있다.


특히 예수님 주위에 신교를 믿는 독일인들이 그려져 있어 베로네제는 신성모독과 불경죄라는 명목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그림을 수정할 것을 명령받는다. 하지만 베로네제는 창작의 자유릉 주장하며 제목만 <레위가의 만찬> 으로 바꿔버리며 형벌에서 벗어났다.


이어서 섬세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인물로 화면을 채우는 로렌조 로토의 작품들을 만나자.



동굴에서 해골과 십자가로 메맨토모리를 보여주는 프란체스코 성인의 신비감에 빠져드는가 하면 지적인 허영을 경계하는 책과 도마뱀을 앞에 둔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에 한참을 서 있기도 한다.


다음 작품은 조르조네의 <늙은 여인> 이다.



화가는 왕과 귀족이 아닌 일반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 그녀는 늙어가면서 모든 욕심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체념한 듯 초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조르조네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은 생략하고 검은색으로 단순화하였다.


조르조네는 인간중심의 르네상스화회의 본질인 평범한 인간을 그리면서 르네상스 정신의 깊이를 더했다.


다음 작품 역시 조르조네의 <폭풍>이다.



시적인 정서가 전체적으로 흐르는 이 작품에서 한쪽에서는 나체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젓을 물리고 반대편에서는 군인이 이를 지켜보는 긴장감이 돋보인다. 멀리 먹구름 속에 번개가 치며 이들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조르조네는 중세시대의 상징주의 회화의 특징인 금 빛 배경을 자연스럽게 인간의 눈에 비친 하늘로 바꾸며 풍경을 작품의 주인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먹구름 낀 하늘에
벼락같은 번개가 그 신호탄이었다.


마지막 작품은 티치아노의 <피에타>이다.



검은 동굴 속에서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와 예수 그리고 오열하고 있는 막달라 마라아의 모습이 선명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불타는 듯 흘러내리고 있다.


당시 카를 5세를 비롯하여 수많은 왕들의 초상을 그릴정도로 정교한 형태와 색을 구사한 티치아노는 자신의 무덤을 장식할 마지막 작품에 완벽한 기교를 쓰지 않고 마치 자신의 불완전한 영혼을 보여주듯 미완성적인 형태와 검은 배경을 사용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고백하고 받아들일 때
구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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