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도시 시에나

시간여행

by 손봉기

시에나에 도착하여 길을 걷다보면 조개껍데기를 뒤집어놓은 모습의 캄포 광장이 나온다.


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오랜 풍파를 이겨낸 조개가 품어낸 진주처럼 반짝거린다.


캄포광장에는 1348년에 완성된 102미터 높이의 탑을 가진 푸블리코(공화국) 궁전과 가이아의 분수가 있다.



푸블리코 궁전에 들어서서 수많은 시에나 파(사실적이구 합리적인 공간감을 추구한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파와는 달리 아직 중세시대의 서정적이며 우아한 감성 세계를 추구한 화파) 작품을 감상하다가 2층 마지막 방에 들어서면 로젠제티의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의 알레그로>을 만난다.


좋은 정치를 보여주는 오른쪽 벽화에는 거대한 저울을 이고 있는 정의의 여신이 보인다. 저울 위로 지혜를 상징하는 책을 들고 있는 천사가 저울의 중심을 잡고 있다.



정의의 여신 왼쪽으로 죄를 지은 사람에게 형벌을 내리고 오른쪽으로는 선한 일을 한 사람에게 상을 내리고 있다. 정의의 여신 아래로 덕을 상징하는 흰 옷의 여인이 보이고 그 옆으로 당시 시에나를 다스리는 귀족들의 행렬이 보인다.


귀족들의 행렬을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좋은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타난다.


좋은 지도자의 머리 위로 신앙과 자선 그리고 희망을 나타내는 천사들이 보이고 왼쪽으로 평화와 인내 그리고 신중함의 여신들이, 오른쪽으로 관용과 중용 그리고 정의를 나타내는 여신들이 보인다.



좋은 지도자 옆으로 좋은 정치를 행할 때 농촌과 도시에서 시민들이 각자의 일을 하며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농촌 풍경위에 천사가 들고 있는 휘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정의의 여신이 모든 권력으로부터 비리를 척결해 왔기 때문에 도시국가의 시민들은 겁에 질리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하거나 여행할 수 있다.


좋은 지도자 맞은편에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에는 바퀴를 들고 있는 악한 지도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머리 위로 탐욕 자만 허영의 천사들이 보이고 그 옆으로 잔인함 속임수 사기 포악 분열 전쟁을 상징하는 악마들이 보인다.


악한 지도자 옆으로 나쁜 통치를 하면 도시는 분열과 싸음으로 얼룩지고 폐허가 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푸블리코 궁전을 나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시에나 대성당으로 향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화려한 고딕양식의 대성당이라는 말답게 성당은 살아 움직이는 듯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시에나 대성당으로 입장하자 호화로운 조각을 새긴 팔각형의 설교단을 중심으로 줄무늬가 들어있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으며 기둥뒤로 보이는 벽에는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바닥까지 중세 이탈리아 장인들의 정성과 실력이 성당 안을 경이롭게 만들고 있다.


시에나 대성당의 백미는 성당 바로 옆에 있는 두우모 오페라 박물관에 있는 두초의 제단화 <장엄한 성모>이다.



아기예수를 안은 성모주위로 성인들과 천사들이 둘러싸고 있다. 황금빛이 가득한 작품에서 성인들과 천사들의 표정 및 동작들이 다양하다.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는 제단화는 고전적 기품이 작품 가득히 넘친다.


14세기 초, 시에나 신앙인들은 미사시간에 두초의 제단화 앞에서 신비로움과 경건함에 압도당하며 신에게로 다가 갔을 것이다.


시에나 대성당을 나오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광장으로 뻗어 있는 골목길에는 밀라노나 피렌체에 흔 볼 수 있는 명품가게도 보이지 않는다.


적색과 갈색의 중간쯤 되는 벽돌로 지은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중세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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