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가는 길 121화
갈매기만이 날아다니는 단애에 사람이 오가는 길이 있다. 푸르른 목초지의 경계로 이어진 길, 억새도 아니고 갈대도 아니고 그저 풀이라 이름할 수밖에 없는 들판이 끝나는 지점, 그 길 끝에는 천길 낭떠러지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바닷새들만이 허공을 유영하고 있다. 나는 그 길을 걸어간 적이 있다. 눈부신 아침 아직 아무도 밟지 않았을 거친 풀밭에 뛰어든 새처럼 느닷없이 허공으로 하강하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 거친 파도의 물거품으로 부서지는 순간의 삶을 지켜본 적도 있다.
에트르타(Étretat)에서 생 발레리 앙꼬(Saint-Valéry-en-Caux)를 거쳐 훼깡(Fécamp), 끼베르빌(Quiberville), 바랑쥬빌(Varengeville), 디에프(Dieppe), 르 트레포(Le Tréport)까지 약 130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악기 석회암으로 형성된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는 바닷길을 가리켜 이들은 꼬 지방(Pay de Caux)의 ‘알바트로스 해안(Côte d’Albâtre)’이라 부른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는 시퍼런 파도가 출렁이고 알바트로스라 부르는 커다란 바닷새만이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날고 있다. 이 특유의 풍경엔 거친 파도바람을 막을 방패막이도 온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등대마저도 물러나 앉은 황량한 들판, 간혹 수직으로 바다를 향해 하강하다 하구에서 잠깐 모습을 감춘 뒤, 다시 허공을 향해 솟구쳐 앞으로만 내달리는 해안가 절벽만이 긴 띠를 이루고 있는 풍경, 바다를 에두른 절박하고도 숨찬 망슈 해협의 단애는 그렇듯 많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되살아난다.
화폭엔 때로 거친 파도만이 출렁이고 차마 바다로 뛰어들 수 없는 불안한 바다에 대한 동경이 단애를 배경으로 묘사된 풍경이 자리한다. 바다는 절벽 가까이에서 또는 멀찌감치서 출렁인다. 곧 아연실색 몰아쳐 올 폭풍 앞에서 배 한 척 풍전등화처럼 흔들리는 무력함에는 인간의 의지마저도 한 낱 부질없는 희망에 불과하다는 숙연함마저 자아낸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존재란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절벽 아래쪽을 부서져라 힘차게 때리는 물살의 거센 파도 앞에서는 숙연해질 따름이다.
새처럼 날아오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시로 읊은 이도 있다. 시인의 꿈과 이상은 대양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는 알바트로스였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인의 삶은 도시의 장벽에 갇혀 신음하는 한 낱 보잘것없는 수감자의 우울과 불안, 그리고 울분으로 격렬하게 출렁였을 뿐이다.
이 문학과 예술의 경계선마저 무너뜨린 시적 상징마저도 실상 포도주잔 속에 일렁이는 샤르도네의 맛과 향에 불과했을 수도 있었으련만, 시 밖의 현실, 시인의 내면은 시인 자신의 애처로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불안과 우울을 절박한 심정으로 끝내 폭발시키고 만다.
바다 위를 지치는 선박을 시름없는
항해의 동행자인양 뒤좇는 바닷새들.
Qui suivent, indolents compagnons de voyage,
Le navire glissant sur les gouffres amers.
- 샤를 보들레르, <알바트로스>
자유인이여, 언제나 너는 바다를 사랑하리!
Homme libre, toujours tu chériras la mer!
- 샤를 보들레르, <인간과 바다>
보라 저 운하 위에
배들이 잠듦을
그들의 성미가 방랑자 같아,
세계의 끝에서
그들이 거기 온 것은
네 사소한 욕망도 채워주기 위함일세.
서산에 지는 해는
들판을 물들여서
운하들이며 온 거리거리,
보랏빛과 황금빛,
세상은 잠들도다
저녁노을 훈훈한 빛 속에.
거기선, 일체가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로움, 조용함과 그리고 쾌락뿐.
Voir sur ces canaux
Dormir ces vaisseaux
Dont l’humeur est vagabonde ;
C’est pour assouvir
Ton moindre désir
Qu’ils viennent du bout du monde.
Les soleils couchants
Revêtent les champs,
Les canaux, la ville entière,
D’hyacinthe et d’or ;
Le monde s’endort
Dans une chaude lumière.
Là, tout n’est qu’ordre et beauté,
Luxe, calme et volupté.
- 샤를 보들레르, <여행에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