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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Oct 19. 2024

치매


귀가 어두워도 세상사 돌아가는 일 다 읽어내셨듯이

말이 어눌해도 세상사 이치 다 알고 계셨듯이

어머니 당신의 세계는 넓고 따뜻하기만 합니다.


냄새는 맡으시나요?

촉감은 느껴지시나요?

저를 알아보실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세상 깊은 밤에

촛불이라도 켜드리렵니다.

걷지도 못하시는 당신께

지팡이가 되고 싶습니다.


이른 새벽 촛불마저 꺼지면

알아보지 못한 죄 탓하시며

서글피 눈물 쏟아내실 원망에

죄책감을 더해 펑펑 울어나 보렵니다.


당신의 가녀린 손을 꼭 쥔 채로

이별을 이야기하던 골목길에서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나약한 마음을

한없이 보듬어주던 따뜻한 눈길을 잊을 길 없어


흘리는 눈물이 가루 가루 먼지꽃 되어 내려앉지만

이 싸늘함의 정체 모를 설움의 눈꽃이 자라

당신의 눈망울로 다시 피어나고 싶습니다.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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