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7화
2장 2
(1848-1851)
훈련에 열중하는 모든 견습 수병들은 에두아르를 홀리기에 충분할 만큼 신체적으로 건장한 체격들이었다. 갑판에서 에두아르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신선한 공기를 흡입하며 돛을 올리고 배에 선구를 갖추고 무기를 다루면서 총을 쏘는 일에 신이 났다. 에두아르는 능수능란하게 수병으로서 갖춰야만 하는 기술을 쌓아갔다. 그러면서 약간은 자신 없는 것조차 숨긴 채,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우쭐대기까지 했다.
항해하는 동안 천천히 구름이 몰려들어 소나기를 퍼붓는 일 말고는 이렇다 할 사건이 없었다. 유일하게 기억할 만한 일은 성탄절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공현 축일(동방 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왔던 일을 기념하는 날로 1월 6일)에 모여 앉아 과자를 뽑아 먹은 일뿐이었다!
“주현절(1월 6일)을 보내면서 먹는 과자 속에 사기로 된 잠두콩이 있어 콩을 찾으면 그날의 왕(여왕)이 되는데, 잠두콩을 찾아낸 이는 흑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습생들의 일과는 엄격하게 이루어졌다. 6시 30분 기상, 이어 갑판에서의 일제 점호, 8시 아침식사, 그리고 2시간에 걸친 견습생들을 위한 수학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수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관은 오랫동안 항해를 한 관계로 바다에 익숙할 법도 한데, 병에 걸려 선실에 누워있는 관계로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11시 30분엔 간단히 건빵만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이어 13시에 문학 강좌가 진행되며, 15시에는 영어수업이 이뤄졌다. 16시 간식, 이때부터 19시까지 휴식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22시 소등 전까지 자율학습이 진행되었다. 일과표는 복무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단, 일기가 불순하거나 바다 상황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복무규정에 따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에두아르는 똑같이 반복되는 일과를 금방 지겨워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림을 그리곤 했다. 동료들의 주문에 따라 일과시간을 쪼개어 틈을 내어 초상화를 그린 뒤에 그들에게 건네주곤 하는 일조차 눈에 자주 띄었다.
폭풍우가 몰아닥쳐 배 안의 저장품들을 손상시켰을 때 – 파도의 물보라에 의해 네덜란드 산 치즈를 포장한 박스에 붙은 상표가 물에 젖었다. – 함장은 에두아르에게 상표를 새로이 색칠하여 다시 제작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함장은 아이가 훈련에 잘 따르고 모든 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열린 정신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여 교육만 잘 시키면 훌륭한 해군 수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함장의 관심은 어떻게든지 자질이 뛰어난 해군 병사들을 양성하는 일에 있었다.
선상에서의 난상토론은 격렬한 말다툼으로 돌변하곤 했다. 에두아르는 늘 모두를 화나게 만드는 주제를 꺼내 들었다. 유복한 중산층 부르주아 집안에서 자란 아이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건 비천한 태생의 인간들이야말로 군주제와 가장 부유한 자들에게 스스로 속박되어 간다는 점이었다. 에두아르가 표명한 바에 따르면, 중간 정도의 신분 계급에 속한 퐁티용과 함장만큼은 스스로 공화주의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했다.
함장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휘관으로서 그걸 내색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밤, 함장은 자신의 직속 부하가 어린 공화주의자인 에두아르에게 원한을 품고 죽이려고 달려드는 걸 제지하고는 손에서 칼을 빼앗은 적도 있었다. 에두아르 마네는 배에 승선하면서부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을 뿐만 아니라 화창한 날씨 덕에, 더하여 견습생이라는 신분 덕에 그룹으로부터 보호받기도 했다. 함장은 에두아르에게 밤에 잘못하면 배 밖으로 던져지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다.
1849년 1월 22일 적도제(배가 적도 직하를 항행할 때 행하는 제전)를 행하였다. 바로 전날이 그가 17살이 되는 날이었다! 적도제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풍습에 따라 치러지는 미신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어마어마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그럴싸한 옷차림을 한 점성가가 출현하여 자신은 적도의 아버지 사위라고 말하면서 선원이 적도라 명명한 바로 그 작자라 일컫는다. 또한 저 높은 돛대 꼭대기에서 내려온 마법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면서 몸을 뒤틀어댄다. 그런 뒤에는 다시 돛대 꼭대기로 올라가서는 배의 항로가 적도의 영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적도 신(神)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저녁을 들자마자 커다란 완두콩 줄기만 한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댔다. 마치 밤과 낮을 구분하는 적도 신의 주문을 예고하는 듯 돛대 꼭대기로부터 쏟아져내렸다. 이러한 의식은 모두가 브르타뉴 농부의 풍습에 따른 것이었다! 모두가 풍습에 근거한 의식을 따라 했다. 제사 음식으로 암탉들과 계란들 그리고 밀가루 전병 같은 것들을 준비했다.
모든 게 사실이다! 항로의 기준선 격인 적도의 아버지 편지를 목소리 높여 읽는 순간 그들은 적도를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브르타뉴 농부는 온갖 익살스러운 이야기들을 다 동원하면서 함장의 머리 위에 밀가루를 쏟아붓는다.
배 선두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운 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더욱 그럴싸한 축제의 한 마당이 펼쳐지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차림을 한 인물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는지 아리송하기만 한 괴상망측한 치장을 한 아버지 적도와 그의 아내, 잘 생긴 얼굴을 한 바다의 신 넵튠, 수염이 난 자들은 모두 다 수염을 깎아버리겠다고 덤벼드는 이발사, 그리고 두 명의 군경인 장다흠과 끝으로 악마와 그의 아들이 뒤따른다.
군경 신분인 장다흠은 천막 아래에서 그들에게 적도의 세례를 주기 위한 전수 받은 미래들을 호위하고 있다. 적도를 통과하지 못한 모든 이들은 강력한 힘에 이끌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두꺼운 이불에 둘둘 말린다. 이러한 입회식은 완벽히 동일한 시간대에 이루어진다.
이어서 그들이 걸치고 있는 옷들을 벗어던지고 나서는 물감을 뿌려대고 도료를 바르고 깃털을 뿌려대면 두터운 기름 덩어리를 몸에 바르자마자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 아주 오랫동안. 에두아르는 적도를 통과하면서 치르는 축제의 한마당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아마도 축제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한 아이가 어머니에게 쓴 글일 것이다.
“자 우리는 마침내 적도를 통과한 수병들이 되었습니다! 항해를 하는 수많은 함장들조차 통과하지 못한 적도를 우리가 통과한 것입니다.”
에두아르는 동료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민속 신앙에 따른 축제의 한 마당에서 진지하게 색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적어도 축제는 즐길만한 것이었지만, 그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시간이 빨리 흘러 축제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모든 게 귀찮고 성가실 뿐이었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몇 주가 지나자 마침내 1월 30일이 되었다. 리오까지는 몇 마일을 남겨두고 있었다. 모두가 나서서 배 외피에 다시 칠을 했다. 배를 완벽하게 다시 색칠하지 않고서는 항구에 정박할 수 없다는 걸 누구나가 알고 있었다. 다시 2월 5일이 되었다.
두 달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닻을 내릴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하구에 조성된 2개의 요새에 주둔하고 있는 포르투갈 해안 경비 대원들이 그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깃발이 너무 작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해안 경비대는 선박을 이틀간 배에서 꼼짝 못 하게 만들더니 3일째 되는 날에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렇게 한 주가 흘러갔다. 배에서 내리는 건 금지되었다. 누구나가 그렇듯이 에두아르 역시 시원한 생수가 그리웠다. 끔찍하게도 소금에 절인 짜디짠 고기는 이제 더 이상 먹기가 싫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