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8화
2장 3
(1848-1851)
처음으로 하선 허가가 났다. 에두아르는 미성년자였기에 보충병이 따라붙었다. 그와 나이가 같은 프랑스 아이였다. 보충병은 에두아르를 찾아와서는 코파카바나에서 모자를 판매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 집으로 데려갔다. 점심때여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친구 옷에 붙어있는 상표를 보고 놀라지 마세요. 이 친구 어머니는 보통 여자가 아니랍니다. 그리고 아들도 주프루아 기숙학교 학생입니다. 이 아이의 집안은 우리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훨씬 유복합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에두아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성주(城主)의 편지를 들고 있었다. 편지 내용은 너무나도 자상한 어투로 에두아르를 받아들여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에두아르는 그들의 예의 바른 태도를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자신의 모친으로 하여금 안심하도록 한 호의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오직 낮에만 가능한 도시 산책을 하기 위해 이 골목 저 골목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그와 동반한 아이는 에두아르보다 훨씬 어렸다. 마네는 저녁식사 이후에는 오직 브라질에서 건너온 사람들만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구의 4분의 3이나 차지하고 있는 흑인들에 대한 규정이 그러하다는 사실에 에두아르는 충격을 받았다.
이 모든 흑인들이 노예로 팔려온 사람들인지는 확실치가 않았다. 단지 백인들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그들을 다룬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에두아르는 퐁티용과 함께 노예시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도처에 거의 헐벗은 채로 젖통을 드러내고 있는 여자들, 누더기 차림의 아이들, 몸을 붕대로 싸매고 있는 남자들,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길 없는 광경에 에두아르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가하는 심한 학대가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검은 피부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퐁티용이 백인 한 사람이 강제로 검은 피부의 여자를 끌어당기는 걸 손을 들어 제지하고 나섰다. 에두아르 역시 소리치면서 달려들었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지역 경찰이 나서서 그를 다짜고짜 체포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에두아르는 배가 기항하고 있는 동안 배 안에 내내 감금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론상으로 프랑스는 1848년 3월부터 서인도제도 식민지에서 노예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에두아르가 기항지에서 믿고 따랐던 안내 역할을 하던 아이에게 쓴 편지에는 그가 감탄해 마지않던 아름다운 몸을 지닌 사람들의 매력에 빠지게 된 자세한 정황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 고장에서는 일컬어 브라질 사람들이라 부르는 백인들만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유로운 신분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거리낌 없이 거리를 활보할 뿐입니다. 그녀들은 민 머리에 가슴과 어깨를 드러낸 채, 간혹 맨 팔로 거리를 자유롭게 오갑니다. 그녀들은 14살 즈음에 결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늘 노예들과 아이들을 동반하고 외출을 합니다.”
그가 쓴 편지들에는 자신이 강렬하게 이끌린 모든 여자들, 즉 백인 여자들이나 혼혈 또는 흑인 여성들에 대한 매력을 상세하게 토로하고 있다. 모친은 아들이 여자에 대한 호기심과 이끌림에 대해 사춘기에 흔히 겪는 이성에 대한 관심일 거라고만 판단했다.
예를 들어 그는 한참 동안 여자에게 눈길을 주곤 했다. 여자는 몸놀림이 능란한 기혼여성이었는데 어깨를 드러낸 채 숄을 이리저리 돌려대면서 그와 장난질을 쳤다. 그녀는 그로 하여금 금방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니 적어도 열정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에두아르는 확신하면서 갈구했다.
“브라질 여성인 그녀는 새침데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납지도 않습니다. 사육제는 아주 우스꽝스럽게 끝났습니다. 저 역시도 다른 이들처럼 희생 제물이자 주인공이었습니다. [···] 온갖 크레올 말(서인도제도에서 백인들을 상대로 원주민들이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를 뒤섞어 쓰는 혼용어)이 난무하는 매혹적인 가정에 숙박하고 있는 지역 미혼남녀들과 장엄한 자연을 구경하러 소풍을 나서기도 합니다.”
실제 사육제는 에두아르에게 있어서 불의 시련이었다. 통음 난무와 광란에 찬 사육제를 지켜보면서 닷새간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에두아르는 사육제 기간 동안 내내 퐁티용하고 두 명의 다른 견습생들과 함께 했다. 그는 “방종과 난삽한 행동을, 또한 간음에 빠져”들었다. 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책이나 성서에서나 보던 그와 같은 용어들의 의미를 진심으로 깨달았다. 예쁘거나 예쁘지 않거나 간에 혼혈 여자애들은 모두 그에게 대단히 아름답게만 보였을 뿐이다.
여자애들은 백인에다가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성적 경험조차 없이 오직 상냥하기만 한 이 4명의 소년들에게 꽂혀 하나씩 꿰차고 있다가 다시 파트너를 바꿔갔다. 그녀들은 4명 다 잠자리를 제공했으며, 그들과 육체관계에 빠졌다.
그러나 너무 난삽하지는 않게 그들과 사랑을 나눴다. 또 한 번 그리고 또다시. 아무런 구속도 제약도 없는 소용돌이는 닷새간이나 지속되었다. 에두아르는 사랑의 감정을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열정이 소진될 때까지 쾌감에 탐닉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그가 실제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딱 한 번, 그의 이면에 자리 잡은 심술궂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진짜로 잔인한.” 어떠한 하소연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수병들과 어울려 유흥가를 돌아다녔다는 기록도 없다.
더군다나 술에 취했다거나 술자리를 벌였다거나 야단법석 소동을 피웠다는 기록도 없다. 으젠에게 보낸 편지에서 에두아르는 “유흥가를 배회하고 다닌 것이 단 한 번뿐이 아니”라고 술회한다. 하지만 선원들이 쓰는 용어인 ‘유흥가’란 단어는 말 그 자체 이상으로 다른 뜻이 없다. 또한 별 대수로운 것도 아니다.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하거나 여자를 쉽게 만나는 곳일 뿐이다. 잠 자지 않고 이 술집 저 술집을 전전하는…….
르 아브르를 떠날 때만 해도 그는 동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황홀하고도 어떤 계시마저 느껴지면서 가슴을 에는 듯한 우수마저 서려있는 아름다운 혼혈 여자애들과의 자극적인 성적 유혹에 굴복당하고 만다. 그녀들을 차례차례 껴안으면서 그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걸 안다. 마네란 인간은 흑인 여자건 혼혈이건 간에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프랑스는 노예제도를 폐지한 관계로 인종차별을 하면 엄벌에 처하고 있기는 하나, 전에는 인종차별에 관한 어떠한 처벌도 없었으며, 또한 인종차별에 대한 관념이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의 모친 역시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였고, 어느 누구도 그러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는 여자애들의 관능적인 팔 놀림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자유를 맘껏 누리면서 열정적이었던 만큼 환각적인 애무까지 즐겼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처음으로 경험한 성적인 폭발을 즐겼다.
성적인 호기심은 모험을 즐기려는 충동보다 더 확실하게 무르익어갔다. 여자들의 성적인 몸놀림에 그는 황홀한 쾌감에 젖어들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 여성들은 사랑의 행위를 아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갔다.
숫총각에다가 얌전하기만 한 채 성기 노출증에 사로잡힌 이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로서는 자신의 저 깊숙한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은폐하기 시작했다.
사육제는 모든 광기에 찬 행동들을 다 용인하고 있었지만 탈영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강제로 배에 끌려오게 되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다시 3일 후에 허가가 나자 그는 하선하여 이곳저곳 술집을 전전하면서 여자들을 찾아 길을 잃고 헤맸다.
삼림이 무성한 자연상태를 찾아 나서려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저 눈부신 광명 한가운데 자리한 시원의 밀림. 아름답고도 불안한 감정이 교차하는! 뱀에 물릴 위험도 각오해야만 한다. 또한 여자애들한테 물릴 위험도 물론……. 하지만 정욕에 대한 유혹…….
정욕의 소굴을 벗어나서야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파충류에 물려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울뱀, 상처가 난 자국을 보니 맹독을 품고 있는 방울뱀이 틀림없었다.
유흥가를 함께 전전하던 단짝 퐁티용은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다는 걸 감지하고 둘이 함께 쏘다니는 걸 중단한 채 재빨리 선상으로 그를 데리고 돌아왔다. 선상에서는 즉시로 경보가 발효되었다. 벌써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물어 뜯긴 상처를 째고 피를 뺐다.
불길한 신호. 의사의 진단은 낙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울뱀의 독은 치명적이다. 죽지 않는다 해도 다시 정상적으로 걷기가 힘들 정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끝내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에두아르는 기항지에 머무는 남은 날들을 모두 다리를 들어 올린 채 꼼짝 못 하고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는 분통이 터져 견딜 수 없었지만 그보다도 다리의 상처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의 다리가 점점 더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배가 출항할 때부터 그를 미워했던 해군 부관은 그의 다리를 쳐다보더니 욕설을 퍼부었다.
“넌 3일 안에 죽고 말 거야. 이젠 소용없어질 테니 네가 차고 있는 시계를 내게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는 오로지 으젠에게만 자신이 위독하다는 걸 알렸다. 창녀촌에서 그가 만난 여자들이 누구인지, 또 자신의 물린 상처에 대해서는 각기 달리하여 편지를 썼다. 죽기 직전의 공포……? 살아가는 동안 그는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만일 그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가 원하는 걸 어떻게 해서든지 이루리라 작정했다.
파리로 귀환했을 때, 에두아르가 절친인 앙토냉에게 털어놓기를 리오에서 찾은 창녀촌이 얼마나 청록빛을 띠고 있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가 수습 선원에 자신을 비교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 수 있을까? 그는 무엇보다도 이국적인 것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을 뿐이다! 그 또한 젊은 혈기에 못 이겨 저지른 탈선과도 같은 것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걸 한 번 맛보자 그것에 다시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것도 지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