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7화
3장 3
(1851-1856)
마네는 즉시로 사랑이 넘치는 집안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발견했다. 이 사랑이 넘치는 가정은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받아들인 것처럼 그 역시도 받아들였다. 더군다나 이런 차원에서 사랑의 열매인 아이의 이름을 뭐라 지을 것인가?
“모두가 아이의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짓기 위하여 자기를 기다렸어. 레옹은 어때?” 젊은 애 엄마가 먼저 에두아르에게 제의했다.
“좋아. 레옹!”
“그런데 레옹 다음에 성씨를 뭐라 하지?” 훗날 장모가 될 사람이 물었다.
“레옹 린호프.” 수잔이 확고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 아이니 까요.”
“레옹 – 에두아르 린호프는 어때? 네 맘에 드니?”
“하지만 아이는 오직 어머니의 처녀 때 성씨 하나만을 가질 수는 없지. 할머니가 아주 못마땅해하면서 난리를 칠 것 같은데? 코엘라라 함께 부르면 어때? 할머니한테 한 번 물어볼까?”
“코엘라? 어디서 생겨난 이름인데요?” 애 엄마가 물었다.
“내가 어렸을 때 이 이름을 가진 남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거든…….”
“네덜란드 인요?” 에두아르가 물었다.
“네덜란드 어로 발음되긴 하지만 꼭 네덜란드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
“예쁜 이름이네요.” 수잔이 맞장구쳤다.
“동의하는 거니?”
마치 아기 레옹이 이에 동의한다는 듯이 퉁퉁 불어 오른 엄마의 젖을 힘차게 빨아댔다. 그녀는 그녀가 완성한 사랑의 아름다운 열매로 아이를 갖게 되었다. 그녀의 모친은 딸이 낳은 아들을 받아들였다. 할머니도 아이의 목덜미를 다정스레 쓰다듬어주었다.
로돌프는 무릎을 꿇고 아이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레옹은 너무 귀여웠다. 플랑드르 회화 작품 속의 한 장면 같다고 에두아르가 말했다. 그는 렘브란트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여인네들의 열정에 이미 반한 상태였다.
수잔과 수잔 모친 그리고 수잔 외할머니 이 세 여인들은 완벽한 트리콜 삼각모와 같았다. 어린 로돌프는 장난감 구슬을 갖고 놀고 아기 레옹은 네덜란드 세 여자들이 부르는 단조로운 노랫가락에 잠이 들었다.
에두아르가 수잔과 결혼하지 않는 한 수잔의 모친과 할머니는 파리에 계속 체류할 예정인가? 두고 볼 일이었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아끼는 수잔과 아이를 홀로 내버려둘 수만은 없었다. 그녀의 남편이자 수잔의 아버지인 그로테 케르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자신한테 너무도 엄격한 그로서는 고향인 잘트봄멜 대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로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럴 수가! 두 딸이 그런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었다. 장성한 아들도 곁에 있었다.
수잔은 친모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기 레옹도 마찬가지였다. 수잔의 모친은 그런 연유로 딸 곁을 지키기 위하여 파리에 계속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모두가 수잔 모친이 파리에 계속 체류하는 것에 안심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위안을 받기까지 했다. 수잔은 할머니를 리에베 오마테에라 불렀다. 에두아르가 따라 하기엔 발음이 아주 까다로운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할머니 이름을 제대로 부를 것이며, 또한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 분명했다. 왜냐면 할머니가 죽을 때까지 이곳서 머물러 있겠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사랑하는 손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 너무도 확실해 보였다.
아이는 조용했다. 잘 웃고 결코 혼자 노는 법이 없었다. 끊임없이 반드럽고 윤기 도는 젖빛처럼 흰 팔뚝들을 기어오르거나, 다른 또 한 사람인 네덜란드 여인의 하얗고도 부드러운 팔에 감싸여 애정 어린 손길로 돌봄을 받았다. 세 명의 여인들은 그처럼 누가 더 아이를 잘 보살피나 마치 경합을 벌이듯이 아이를 정성껏 돌봤다.
애 아빠의 두 눈에 비친 광경은 다빈치가 그린 「성녀 안나와 딸」처럼 줄곧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티치아노가 그린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눈가에 겹쳐지면서 이탈리아인들의 저 본원적인 모성애를 느끼면서도 플랑드르 태생의 여자들이 자기 집에 쳐들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잔과 그녀의 모친이 네덜란드 어로 시끄럽게 수다를 떨 때마다 귀에 거슬리면서 맘이 언짢아져 에드워드는 어린 로돌프를 데리고 바티뇰 공원을 찾아갔다. 그가 자기 아이와 노는 법을 확실히 터득한 때는 아주 뒤늦게 서야 가능했다.
이 또 한 명의 어린 남자아이는, 하긴 자신이 낳은 애보다는 나이가 많긴 했지만, 자신에게 앞으로 닥칠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으며,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 스스로 길들여져 가게 만들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 이외에도 그녀 주위에 많은 이들이 있었으며, 이들이 벌이는 소란 또한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는 여전히 수잔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를 원했고 그녀와 함께 홀로 있고 싶었다. 두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원치 않았다. 모든 게 점점 더 힘들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