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화가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31화

by 오래된 타자기


5장 3
(1860-1862)



샤를 보들레르는 마약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각해져만 갔다. 그러한 보들레르의 모습이 드가에게 공포심마저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드가는 보들레르의 그런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팡탱은 보들레르와 어떡해서든지 떨어져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팡탱은 자신이 보들레르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심한 자괴감마저 느꼈다. 그는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더 이상 보들레르를 동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허나 이러한 정신적이면서도 육체적인 자기 파괴는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그를 괴롭혀댔다. 마네는 아마도 팡탱이 착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일 거라고만 추측했다.


마네, 나다르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모든 걸 탕진한 시인을 위해 간헐적으로 각자 개인적인 방법을 통하여 물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보들레르는 이제 어느 누구 한 사람 그를 신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시인의 모친마저 아들을 저버린 상태였다.


이러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보들레르는 부르주아들에 대한 분노를 더욱 과격하게 표출했다. 그러나 그의 증오나 분노조차도 상스럽고 교양 없는 미개한 인간들의 눈에는 한낱 시건방지고 일개 범용한 인간의 짓거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미개한 인간들이 그를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 내지는 다섯 번 보들레르는 아틀리에로 마네를 찾아가곤 했다. 보들레르는 그와 어울려 대화를 나누고, 마시고, 그를 경모하는 이(팬)들을 만나는 걸 즐겼다.


마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보들레르를 끌어들였다. 불려 간 보들레르는 매번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런 탓에 마네는 보들레르에게 사전에 돈을 꿔주어야만 했다. 마네는 결코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때마다 어김없이 아틀리에에 나타나는 덕분에 마네는 보들레르의 독설에 가득 찬 이야기의 마력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과 회화에 대한 소신에 찬 이야기까지도 귀담아들을 수 있었다. 인간의 성정에 대한 그만의 절망적 인식은 젊은 화가가 귀담아들을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결국 보들레르와 함께 함으로써 마네는 자기 형성 계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마네가 드나드는 카페에서 마네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이제 누구나가 그가 항상 보들레르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익숙해져 갔다. 보들레르는 마네에 의해 특별히 귀한 대접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마네는 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계산을 치르곤 했다. 항상 시인을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발동한 탓이기도 했다.


어떤 의도를 갖고 돈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면? 그림을 그리게 된 이후로 마네의 우정 어린 삶은 연인과의 삶이나 가족 구성원들과의 삶만큼이나 중요했다. 마네는 주변의 어느 누구도 자신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걸 바라지 않았다. 철이 덜 든 탓이 아니었다. 그가 싹싹한 인정미가 넘치는 사람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점점 급한 성격을 갖게 된 탓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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