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36화
5장 8
(1860-1862)
마네는 <이탈리아인들의 대로(boulevard des Italiens)>에 위치한 카페들, 예를 들어 <아름다운 폴란드(Petite Pologne)> 구역에 위치한 카페들을 드나드는 이들이 그에게 시비를 걸 때까지 태연히 늑장 부리며 그들을 빤히 쳐다보는 걸 즐겼다.
그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살아남아 파리에까지 흘러들어 카페들을 전전하고 다녔으며, 몸에서는 이가 들끓고, 평판 또한 거칠고 지저분했을 뿐 아니라 불쌍하기도 한 모든 족속들이 불한당 아니면 불량배에 가까웠다.
인간 존재에 대한 위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 비렁뱅이들이 드나드는 곳은 인간 말종의 세계였다. 더하여 이 새롭게 등장한 신분은 제국을 위해서도 아주 위험한 요소였다!
황무지, 공사판의 가건물들, 풍차들, 더럽고도 불결한 허름한 가옥들, 바람에 건들거리는 누옥들, 이 모든 것들은 마네가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여 파헤쳐낸 작품에 묘사한 주인공들이다. 일례로 아주 커다란 화폭(1.88 x 2.48 m)에 그린 바이올린을 켜는 늙은 유태인 남자 뒤로 보이는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이 「늙은 연주자」를 마네는 살롱 머신(미술전람회에 출품할 걸작)을 꿈꾸던 것처럼 메달 머신(수상을 위한 대작)이라 이름하였다.
이 작품과 연계선상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압생트 주를 마시는 사람」이란 그림을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늙은 연주자」만 놓고 보더라도 누더기를 걸친 어린 여자아이, 어린 꼬마 녀석들이 와토가 그린 ‘어리석은 이들’과 신통하게도 닮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네의 또 다른 작품인 「리본을 달고 있는 동양인 사내」에서는 어느 누구 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다 비참한 가운데 고립되어 있는 인간 존재를 읽을 수가 있다. 이와는 다르지만, 앞으로 완성될 「튈르리 공원에서의 음악회」라는 작품은 「늙은 연주가」에서 묘사한 인물들과 닮은 유형의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머릿속에서, 스케치북에서 착실히 다져나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왜냐면 등장인물들은 모두 한결같이 서로 간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인물들이 그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하며,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독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명목으로 오스만에 의해 뿌리 뽑힌 인간들, 황무지 같은 빈터에 다 쓰러져가는 움막을 짓고 사는 내쫓김을 당한 이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느 도지사인 오스만 남작이 밀어붙인 이 지역에 아이러니하게도 마네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표류하는 존재들에 가까운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뜨내기였을 뿐 아니라 보헤미안의 형제들이기까지 했다.
미술전람회에 다시 작품을 출품하기 위하여 마네는 형식적인 준칙에 따르기로 스스로 맘먹었다. 관전의 강요된 구속에 따르기로 한 이상, 그에 준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건 물론이고 규격마저 관전이 선호하는 방식을 따를 것을 작심한 데 따른 것이었다. 모든 것이 완료되었다. 주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관전의 방식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관전은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었다. 또다시 거절당할 수밖에! 다른 곳에서의 전시조차 금지당했다. 약이 오르고 화가 치민 마네는 모든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분한 생각에 마네는 새로 사귄 두 명의 동료들과 함께 에칭에 의한 동판화 작업에 착수했다. 희한한 성격을 지닌 건 물론이고, 지나친 기교만을 추구하며, 빈정대길 좋아하고, 잘 웃는 미국인 친구였던 휘슬러와 알퐁스 르그로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세 사람은 함께 동판화 제작 공방을 차렸다! 구호는 발명(고안)으로 정했다! 또한 꺄다흐가 오로지 동판화만을 전시할 목적으로 리슐리외 가 66번지에 갤러리를 새로 오픈했다. 꺄다흐는 동판화 작품들을 더욱 빛나게 할 목적으로 판화를 곁들인 책도 한 권 펴냈다. 책은 누구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발간한 것이 아닌 이상 실망할 이유조차 없었다.
동판화에 거의 미치다시피 열광적이었던 꺄다흐는 이 새로운 매개체인 판화를 곁들인 책과 갤러리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마네로서도 내일 마침내 영광의 날이 도래하리라 확신하고 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꺄다흐는 판화를 곁들인 책을 유리 진열장 안에 보관하기로 결정하였다.
더군다나 보들레르는 『일화적인 사건을 기록한 잡지』에서 이를 상세히 기술하기까지 했다! 판화가 수록된 책 또한 읽힐 수 있다는 걸 의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