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44화
[대문 사진] 낙선작가들의 전시회가 개최된 파리 샹젤리제 산업박람회장
6장 2
(1863)
낙선자들의 전시회에 작품이 걸리던 날 관전의 특혜에 따라 가장 엉성한 그림들이라 여긴 작품들이 거꾸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전람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엉터리 전시회라 이름 붙였다.
사람들이 그렇게 지껄여대도 또한 공식적인 전람회에 타격을 입히고자 시도했음에도 어느 누구 한 사람 그들을 제지하고 나선 사람은 없었다. 전시 기간에 벌어진 세간에서 발생한 사건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다음 기회를 엿보는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런 부르주아 태도를 보이지 마세요...
적어도 쿠르베의 작품에 감탄해 보세요!
-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
5월 15일 마침내 독립작가들은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의 작품을 수록한 소책자는 그들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한 행정기관과의 일련의 협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행정기관은 우선적으로 그들이 쓰레기 같은 작품들이라 명명한 작품들을 수록한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걸 거부했다.
이어 예술의 후원자가 그 비용을 대신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하자 행정기관은 카탈로그를 제작하기 위한 너무도 미흡한 명단만을 제공해 주었다. 오라! 깜빡 잊어버린 탓이라고? 정확한 명단이 누락된 것이 확실하다면 애당초 전시 심사 서류가 잘못 작성된 것이 아닌가? 오직 683개의 작품만이 통보되었으니 말이다.
전시회 카탈로그 표제 또한 낙선작가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1863년 샹젤리제 전람회장 궁전에서 심사위원회에 의해 거부당한 작품들과 황제 폐하의 결정에 따라 전시가 허가된 작품들에 관한 미술전람회 부록”이란 표제는 그와 같은 사실을 입증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표제를 붙인 이유는 뭘까? 혼란만을 가중시킨 결과를 초래한 건 아닐까? 더하여 전람회 운영위원회 측은 진짜 미술전람회 기간 내에 작품을 판매하는 걸 금지하였다. 진짜 전람회와 황제의 의도가 반영된 전람회가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것이다. 그것도 회전문 하나로 나누어져 있을 뿐인 한 공간에.
첫날 인정받지 못한 작품들이 걸려있는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7천 명에 달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숫자의 군중이 쇄도했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전시장 이곳저곳서 불온한 움직임마저 감지되었다. 실크해트 모자를 쓰고 잘쑥한 허리를 한 몸매로 보아 예술에 꽤나 소양 있는 애호가들쯤이나 상류층 인사들이 분명한 그들은 전시 중인 작품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낙선작가들의 작품에 달려들어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림이라는 둥, 작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둥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는 소리가 전시장을 마치 개에게 짐승 내장이 던져진 상황처럼 이리 뜯고 저리 뜯는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시작부터 엄청난 소동과 함께 고함치는 소리에 섞인 빈정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난무했다. 오직 스캔들만을 일으킬 작품이 분명하다는 반응 속에 작품이 걸려있는 매 5미터마다 연쇄적으로 소동이 이어졌다.
소름 끼치도록 혐오스러운 작품이나 본 듯,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마다 한결같이 끔찍하다는 반응으로 가득 찬 고함지르는 소동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예술작품에 대해선 한마디 말도 없이 배를 움켜쥐고 킥킥대는 웅성거림 또한 끊이질 않았다. 군중들은 마치 그와 같은 그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증오와 히스테리에 찬 잔인할 정도로 끔찍한 반응을 보이면서 미친 사람처럼 노발대발할 따름이었다.
그들은 작품들을 벽에서 떼어내 찢어발길 듯이 덤벼들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날뛰는 모습이었다. 마치 불가촉천민들을 대하듯 낙인찍힌 낙선작가들의 작품들만을 한데 모아 전시한 전람회장은 그 같은 증오만이 표출되면서 화가들을 혐오하는 듯한 비웃음 소리마저 난무했다.
다 같이 미쳐 날뛰는, 모두를 질겁하게 만들 뿐인 소란과 소동을 벌인 이유는 대체 어떤 이유에서인가! 그래서 어떤 기쁨을 얻겠다는 심산인가? 그처럼 저주와 모욕으로 가득 찬 욕설만을 퍼붓는 것이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인가? 그래서 다행이란 심사는 대체 어떤 발상에서 기인한 것인가? 첫날부터 낙선작가들의 전시장 분위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한데 뒤엉켜 나뒹구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독립작가들의 작품들이 그처럼 스캔들을 일으킨 것에 화가들 자신도 놀랐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틀리에에서 본의 아니게 낙선에 따른 긴 침묵의 시간을 가진 그들이 어떻게 불행만을 자초할 붓질만을 의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오랫동안 고심하여 구상한 끝에 공들여 완성한 그들의 풍경화들과 인물화들이 어느 날 갑자기 증오의 대상이 되고,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한심하다는 반응이 뒤섞인 폭소를 터트릴 줄을 과연 어느 누가 예상하였겠는가?
첫날의 관람객들의 소동은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한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공포심을 조장하기에 충분한 외침들이 난무하고 소문을 듣고 충격에 빠진 하층계급에 속한 이들까지 낙선작가들의 전시회에 들이닥쳐 난동을 피운 사건은 이전에는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던 일이었다. 그 어떤 예술가도 그와 같은 소동을 예상하고 있었던 이는 없었다. 현실적으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탓이었다.
다른 이들을 하대하길 좋아하는 지배계급에 속한 이들 모두가 낙선작가들의 작품들을 한데 싸잡아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작품으로 몰아세웠다. 증오와 분노심은 도를 넘어 성깔을 부리면서 작품에 삿대질을 해대고 욕설마저 퍼붓고는 심지어 작품을 훼손하려는 수작까지 벌였다.
난처해진 주최 측은 다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면 이제는 전시장 자체가 엉망진창이 될 것은 물론이고 작품까지도 훼손될 위험에 처했다는 걸 인식하고는 가장 물의를 일으킬만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가능한 한 관람객의 손이 미치지 않는 벽 높은 곳에 걸어놓고 전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참으로 불행한 화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휘슬러, 세잔, 마네, 피사로, 기요맹, 팡탱 같은 화가들은 일반 관람객들이 자신들의 작품 활동이야말로 정당했다는 걸 인정해 주고 또한 자신들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꿈꿨다!
대체 어떤 착오가 있었던 것인가! 전혀 엉뚱하게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여기저기서 어떤 알 수 없는 분격에 찬 소동이 일어나면서 관람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마네와 휘슬러의 작품이 가장 큰 물의를 일으켰다. 휘슬러의 「젊은 백인 아가씨」는 목젖을 뜨겁게 달구었다. 관람객들은 작품의 됨됨이 보다 그림 제목에 더 분노가 치밀었다! 세잔은 사람들이 팔꿈치로 서로를 밀치면서 그가 그린 그림 앞에 서서는 마치 제목에 담긴 의미를 간파했다는 듯이 포복절도하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마네만큼 커다란 소동을 일으킨 경우는 없었다.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그가 출품한 「목욕 또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란 그림은 욕설이 담긴 야유마저 쏟아졌다. 마네의 「목욕」은 마치 박람회장이나 전람회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지 흥행몰이를 위한 작품처럼 낙선작가들의 전시 작품들 가운데에서 제일 혹독한 평가를 받은 작품이었음은 물론, 전람회장에 들어찬 관람객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의 관람객들이 폭소와 야유와 비난을 퍼부은 거의 유일한 작품에 해당했다. 낙선 작가들의 작품을 보러 가는 일보다 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또 비너스야...
개나 걸이나 비너스야!...
대체 여자들이 뭘 어땠길래 그렇다는 거야!...
-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
물론 작품을 직접 보고 비난을 쏟아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남들이 다 빈정대며 폭소를 터뜨리면서 야유하는 바람에 덩달아 같이 비난을 쏟아붓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비난은 근본적으로 대중에게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 음모에서 획책된 것으로 그와 같은 선동적 도발행위 또한 예술작품에 대한 겸허한 태도는 고사하고 작품조차 제대로 감상하지 않은 채, 단지 대중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부추기고자 한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경쟁하듯 작품에 침을 뱉으마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화제로 삼을 만한 탐탁한 이야기는 아니나, 일반 대중은 극단적으로, 심지어 남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엘리트들을 따라 하려는 모방 심리에 따른 행동을 취하곤 할 뿐이다.
회화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모티프에 대한 취향이 어찌 단두대 기요틴처럼 단 칼에 베어지듯 한결같을 수 있으며, 어찌 그처럼 한데 터무니없이 작품들을 싸잡아서 압살하는 짓을 벌일 수 있을 것인가?
이제까지 관전에서 그와 같은 해프닝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낙선작가들의 전시회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이었다. 게다가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실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그 위력은 대단하여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러한 소란으로 말미암아 한층 흥분한 관람객들은 분노와 증오심을 애당초 야기한 게 뭔지를 밝혀내려고 관심을 집중하면서 작가 한 사람 그것도 그가 그린 작품 한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이 바로 공식적으로 「목욕」이란 제목이 붙은 저 너무나도 유명한 마네의 누드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