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88화
11장 2
(1870-1871)
마네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향하여 엄청난 욕설을 퍼부었다. 이 때문에 그 역시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베르트에게서 받은 영향 탓이었다. 오! 숲에서 길을 잃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정원은 그렇게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상냥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리소 집안은 마네로 하여금 베르트가 그러했듯이 시집 안 간 처녀와 함께 바깥 안뜰에서 그림 그리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야외에서 그것도 직접 그림을 그리고자 한 것 자체가 헛된 시도였다. 아주 인색하고 쩨쩨한 탓이었을까?
흥분한 마네는 바로 대들었다. 그러자 베르트 모리소는 마네에게 프랭클린 거리에 면한 그녀의 화실을 기꺼이 제공했다. 그는 그곳에서 베르트의 형제인 아무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 있던 티뷔흐스와 발랑틴느라 불리는 모리소 자매의 둘도 없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예전에 그린 그림과 같이 풀밭 위에서의 포즈를 연출했다.
그가 막 그들을 스케치하려 할 때, 발랑틴느의 모친이 마네 앞에서 포즈를 취한 딸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마네? 안돼! 시집도 안 간 딸이 젊은 사내와 풀밭에서 나뒹굴고 있었던 탓이었다! 딸의 어머니는 다시는 마네가 모리소 집안에 발을 못 부치도록 단단히 별렀다. 그리고 저주받을 놈의 화가라고 소리 질러댔다. 저주받은 화가, 영원히 그에게 따라다닐 수식어였다.
한편 베르트의 언니인 에드마가 아이를 낳기 위해 파리에 있는 친정집을 찾았다. 말 그대로 어린 동생 곁을 차지하고 털썩 들어 누워버렸다.
베르트의 화실 문턱을 넘어서 그녀가 작업하는 걸 직접 지켜본 이후로 마네의 그림 분위기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띤 것은 물론이고 한층 밝아진 것만큼은 확실했다. 또한 그림의 분위기만큼이나 색조 또한 밝아졌다. 비록 실내에서 그린 그림이긴 하지만, 야외에서 그린 그림처럼 밝은 색조를 띠기 시작했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작품과 아주 흡사한, 보세요! 나 또한 그들처럼 그릴 수 있소이다 하는 식이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난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는 걸 더 좋아할 뿐이외다 하고 그가 외치는 것 같았다.
“그래요. 「정원에서」야 말로 당신의 솜씨가 한층 진일보해졌다는 걸 입증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 나아졌을 뿐이에요. 현대적이긴 하지만 너무 지나쳐요.”
전시회 개막식 날 베르트는 비참하게도 그와 같이 평했다.
“야외에서 그린 그림 같지가 않다고요. 당신이 그린 「브리오슈 빵」 말이에요. 예, 그래요. 당신의 정물화에 대한 가장 지독한 궤변 같아 보여요. 「피아노 치는 여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람들이 당신이 뒤에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말하진 않나요? 마치 당신에 관한 소문을 기정사실인양 떠들어대는 분위기예요. “난 결혼한 남자다. 내 여자에게 진중할 뿐인 남자다!” 하지만 누가 당신 말을 납득하겠어요? 당신 자신 말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에서」는 참으로 기이하게도 아무런 이의 없이 관전을 통과했다. 이로써 마네는 오로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대열에서조차 선두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역시! 마네다운 그림이군.”
“아니야. 자네는 최고의 화가답게 더 실력을 발휘해야만 해.” 팡탱은 농담조로 이야기를 건넸다.
기쁜 나머지 마네는 친구들을 만나러 뛰어갔다. 오로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족들이 여전히 맘에 걸렸다. 오로지 베르트만이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던 탓이다.
베르트를 잊으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여전히 그녀만을 생각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가까운 친구들만이 애처롭게도 그녀에게 빠져있는 사랑의 고통을 덜어줄 것만 같았다.
마네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바지유가 운영하는 꽁다민느 거리에 위치한 화실로 달려갔다. 그곳은 우정을 되새기기 위한 모임이 자주 있었던 곳이고, 그 역시도 수없이 그들이 그리는 그림 앞에 포즈를 취한 곳이기도 했다.
팡탱은 마네를 기념할 프레스코화를 막 끝내려던 참이었다. 그림 속에는 졸라를 비롯하여 매트르, 모네, 르누아르, 쇨데레, 아스트뤼크, 바지유 그리고 마네 자신도 함께 했다. 꽁다민느 아틀리에서의 시간이 마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마네가 동료 화가들 가운데 가장 젊은 친구인 바지유를 애처롭도록 매력적인 모습으로 강조하여 화폭에 그려갈 때, 바지유는 한쪽에서 르누아르의 유쾌하고 명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마네는 그가 스케치한 것들을 특징 잡아 한 땀 한 땀 자신의 고유한 우수를 방울져 맺히게 하는 데 천부적 소질을 타고 난 듯 보였다.
스스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음에 자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던 마네는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는 기쁨을 나누면서 모임을 유연하게 이끌어갔다. 바지유는 동료들에게 마네를 위하여 한 번 더 포즈를 취하게 해달라고 애걸하기까지 했다. 친구들 역시 마네를 위하여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할 수 있다고 떠들어대면서 이제는 어느 한 사람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그들만의 우정을 다시 되새겨봐야 할 때라고 기쁜 듯이 이야기했다.
팡탱이 완성한 너무나도 탁월한 작품에 비해 마네는 너무도 초라할 정도로 고작 「바티뇰의 화가들」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가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은 가족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동일한 예술적 신념을 소유한 동료들과 작업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그들 중에 어느 누구 한 사람 바지유의 아틀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것이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영광스러운 일이 될 줄은 까마득하게 몰랐다. 그 와중에 여름이 너무 성급하게 빨리 찾아왔고 다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기만 했다. 6월이 되자 파리는 숨조차 제대로 내쉬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드 니티스가 에두아르와 수잔을 생 제르맹 앙레로 초대했다. 마네는 이를 기꺼이 수락했다. 생 제르맹 앙레는 파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가족들한테는 비밀에 부쳤다. 신중한 친구가 ‘아주 바른 영혼’의 소유자임을 발견한 마네는 그에게 「정원에서」라는 작품을 선물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과 같이 햇빛 가득한 곳에서 며칠을 편히 쉬게 해 준데 대한 고마움의 뜻으로 기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