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13화
12장 16
(1872-1873)
1873년 가을에 감베타는 마네가 군 총사령관이었던 바젠 원수의 소송에 참석하여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을 허가했다. 하지만 마네는 이 동시대에 벌어진 사건을 역사화로 제작할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다. 모든 게 귀찮고 성가시게만 여겨졌다. 으젠이 마네에게 왜 그런 지를 설명해 주었다.
“넌 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넌 예술계나 정부 기관을 막론하고 모두가 다 네게 갑옷과 투구를 씌워줄 것이라는 허영심에 부풀어있는 관계로 그들과는 결코 대적할 수가 없어. 넌 동시에 프랑스 군대를 그 끔찍한 파리 공습과 잔인무도한 내전 상황으로까지 잘못 끌고 간 지휘관들을 모두 숙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군국주의자처럼 행동하고 있어.”
동생이 옳았다. 마네는 도저히 반박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는 늘 진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네는 동생 말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반대를 표명하는 묘한 입장을 취했다. 그게 마네의 본모습이었다. 양다리를 걸친 그만의 균형 감각이었다. 마네는 동료들을 속죄의 희생양으로까지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부조리할 뿐인 위엄을 갖추고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만 했다. 아직 부르주아 근성이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모네가 마네의 태도에서 무엇이든지 스스로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부르주아의 전형적인 자만에 찬 모습을 읽은 건 정확했다. 특히 드가 같은 경우에는 마네가 고집 피우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그르렁대기까지 했다.
베르트는 그들의 말에 전혀 끼어들 마음조차 없었다. 그녀는 마네가 주최한 그들만의 첫 번째 그룹 전시회에 동료들이 그녀도 끼워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응했을 따름이다. 이 첫 번째 그룹 전시회가 급한 마음에 결정된 건 고사하고, 서둘러 준비한 탓에 엉성하기 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데 모였다. 그리고 함께 전시하기로 결정하고 작품을 내걸었다. 그들이 바라는 회화 예술의 발전을 위한 투쟁에 기꺼이 동참했다.
문제는 누가 전시회장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다투는 듯한 와중에 그들 모두가 과연 단합하고 연대하고 가까워지고 서로를 위해 모든 걸 양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베르트는 마네에게 모두가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고 있으나 함께 느끼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마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참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말에 마네는 발끈했다. 마네는 그처럼 다음 미술전람회에야말로 독립작가전(Salon indépendant)이 될 것이란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돈은 어디서 나는데? 누가 당신들을 도와줄 건데? 난 아니야. 절대로!”
마네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가 하는 말에서 나름의 고독과 번민이 물씬 풍겨났다.
“일반 대중은 당신이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우리 화가 그룹을 선두에서 이끌어가고 있다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나는 그 어느 단체의 우두머리가 아니야. 어떤 유파에 속한 멤버도 아니고. 나 홀로 자유롭게 서기 위해 이제까지 비싼 대가를 치러왔을 뿐이야. 난 그것만을 위해 노력해 왔어. 일반 대중도 언젠가는 그런 나를 이해하겠지. 1873년 미술전람회는 그런 면에서 나를 좀 더 진일보하게 만들어줬을 뿐이야. 안 그래?”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함께 가요. 당신은 당신의 자리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것도 맨 앞에.” 베르트는 애원했다.
“누가 작품을 고를 것이며 선별할 건데?”
“아무도요! 모두가 자발적으로 작품을 내걸 거예요.”
“당신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정상적인 판단이 아닐뿐더러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결정을 내린 건 아닌가?”
마네는 심사위원회와 작품 선발에 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제까지 그를 괴롭혀 온 모든 문제점들을 열거해 나갔다.
“난 매일마다 당신들의 낙선 작가들만의 전시장을 돌아보았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허접하고 너절한 뭔가가 있었네.”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아마도. 미술전람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드가가 짜증을 냈다.
“확실한 건 그와 같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이라네. 그대들은, 그대들은 정말 탁월한 뭔가를 갖춰야만 할 걸세.”
“자넨 완전히 몰상식한 말을 하고 있어.” 드가가 역정을 냈다. “사실주의 운동은 이미 시작됐어. 투쟁의 질서 정연한 단일대오만 취하면 되네. 오직 악의적인 생각으로 우리를 제명시킨 이 추악한 거드름이나 피우는 작자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되네. 절대 흩어져선 안 돼. 각자 제 몫을 해도 되지만, 사람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그룹을 지어 달려들지 않으면 안 돼. 한쪽은 화가들이고 한쪽은 예술가들이잖아. 그러니 온전히 하나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해. 사실주의 전시회(Salon réaliste)는 확실해야만 한다네. 살아남아야 해! 전시회는 매년 개최되어야만 하고 연례행사가 될 것이네. 만일 필요하다면 내 기꺼이 있는 돈을 다 쏟아부을 수도 있어. 어쨌든 난 혼자가 아니니까.”
마네는 화가들의 사회 참여를 주장하는 바가 사회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에서 드가의 말에 반발했다. 더군다나 누구에게도 감히 그걸 주장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에서였다. 드가가 말하는 내용을 뜯어보면, 마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자들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끔찍한 생각마저 들었다.
수잔만이 그런 마네를 이해했다. 두 사람은 마치 불행을 예견한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사회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낙오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그렇듯이 이미 두 사람은 부부로서 서로 어울리지 않은 채, 심지어는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아이까지도 비밀에 부치고 살아가고 있었다!
마네는 이미 관전을 통하여 자신의 이름이 꽤나 알려졌다고 생각했는지 무엇이 최선일까를 고민하다가 드가가 제안한 사실주의 화가들과의 연합을 거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베르트조차 단념한 것일까? 마네는 뭐든지 파렴치할 정도로 한 가지에 집착하는 괴상한 버릇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