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17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철길」 전시 포스터



13장 3
(1873-1874)



베르트는 마네의 작품을 위해 더 이상 포즈를 취하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마네를 위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1월 24일 그녀의 부친이 사망했다. 그녀는 사이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던 부친의 장례식을 묵묵히 지켜봤다. 그녀로서는 어쩌는 도리 없이 잘못을 저지른 데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


마네의 집안사람들도 모두 참석한 가운데 그녀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던 한 남자의 장례식이 오흘레앙주의자들이 고수한 장례 풍으로 치러졌다. 마네는 두 팔로 베르트를 끌어안고 그녀를 위로할 수조차 없었다. 오직 에드마를 껴안고 위로했다. 베르트의 언니 에드마는 마네의 친구였던 퐁티용과 결혼해 살고 있었다.


아틀리에에 놓여있는 작은 서랍이 달린 귀중품 보관용 장식장 안에다가 마네는 부채와 장갑과 차양이 달린 모자들을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해 두었다. 베르트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마네는 새 아틀리에에서 처음으로 그린 그림을 미술전람회에 출품할 작품으로 결정하고 마무리를 끝마쳤다. 빅토린느를 그린 그림이었다. 그녀는 그림 속에서 어엿한 여염집 여인의 모습을 한 아이를 둔 젊은 부녀자로 묘사되었다. 베르트가 아틀리에에 다시 나타나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둔 그림이었다.


이 「철길」이란 작품에는 기차가 내뿜는 하얀 연기가 자욱하다. 그가 있는 건물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아주 친숙한 풍경이다. 평온한 분위기마저 감지되는 풍경과 함께 빅토린느의 모습을 담은 그림은 마네가 이제까지 그녀를 모델로 그린 작품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작품이다. 스캔들이 될만한 소지가 전혀 없을뿐더러 흥미를 끌만한 요소 또한 찾아볼 수가 없다.


철길 변에 설치된 철책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빅토린느는 무릎 위에 개를 끌어안은 채, 책을 읽다 말고 말없이 앞쪽을 응시하고 있다. 목덜미가 드러난 아주 예쁜 드레스를 입은 어린 딸은 등을 돌린 채, 철책 너머를 쳐다보고 있다. 아이가 서있는 곳 아래쪽에 기차가 지나다니는 것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감미로울 정도로 아늑한 분위기가 야릇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눌러버린 채, 작품 전체에 평온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Manet, Le Chemin de fer.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철길(Chemin de fer)」, 1872-1873.


올랭피아의 주인공 빅토린느는 어엿한 한 아이를 둔 여염집 여인으로 변모했다. 마네는 그동안 완성을 미뤘던 그림을 미술전람회에 출품하기로 결정하고 마무리했다. 개 한 마리가 그녀의 오른팔에 안겨있으며, 책을 펼친 상태에서 단추가 달려있는 곳에 빨간색 부채가 접혀있는 상태로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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