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드 칼리아스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19화

by 오래된 타자기


13장 5
(1873-1874)



마네는 또한 니나 드 칼리아스와 조우하기도 했다. 과거 바지흐의 애인이기도 했던 그녀는 샤흘르 크로스와 사랑에 빠진 여인이었다. 그녀는 마네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바티뇰 무안느 거리에 살고 있었다. 이상야릇한 이국정취에 빠져 온 거실을 요란하게 꾸며놓고 온갖 부류의 사람들과 한창 교제 중이었다.


모든 사내들은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녀는 몸이 뜨거웠으나 마네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차가웠다. 니나는 마네에게 베를렌느가 벨기에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미련한 인간. 그 재능에 감옥 창살을 붙잡고 시나 읊고 있다니.


니나는 아주 독특한 인물이었다. 태어날 때 이름은 안느 마리 갸이야흐 혹은 비야흐였다. 이후에 여러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그녀는 수없이 변신을 거듭했다. 자유로운 영혼이자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이기도 했던 그녀는 사교계나 들락거리는 반은 속물이나 다를 바 없던 여자였다.


그녀의 애인들은 그녀의 후한 마음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시, 데생,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부친의 막대한 연금에 손을 대기까지 하여 남들 못지않은 부유한 생활까지 누리고 있었다.


탁월한 피아니스트에다가 쾌활하고 매력적이기까지 한 탓으로 그녀를 좋아했던 이들은 그녀의 재능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였지만, 사리판단이 분명할 정도로 정확했다. 자정에 저녁 파티를 하는 특이한 성격마저 지니고 있어서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그녀의 집으로 초대받았다.


크로스가 마네를 데리고 간 곳도 그녀의 집이거니와 그곳에서 마네는 처음으로 말라르메란 작자를 알게 되었다. 니나 집을 드나드는 친구들은 나름대로 다들 한 가닥 하는 인물들이었다. 시인 말라르메는 영어 선생이란 토가를 뒤집어쓴 채, 속으로는 그녀를 끌어안을 것만 꿈꾸는 쾌락주의자였다. 마네 역시 그런 그를 그림으로 남길 참이었다.


자신의 뮤즈와 내밀한 관계에 빠져들면서 마네는 회화 주제들을 다양하게 늘려갔다. 그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기분 전환의 차원에서 그린 그림도 상당했다. 그는 니나의 살롱에 몹시 이끌렸던 탓에 이상야릇하고도 기묘한 온갖 잡다한 특징을 모두 구비한 듯한 목신(牧神)을 자신 쪽으로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노력했다. 그런 노력 끝에 그녀가 마침내 마네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게 되었다. 베르트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섯 해 만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오 하느님!


마네는 행복한 마음으로 니나를 그렸다. 그림 여기저기서 그녀의 선정적이고도 도발적인 유혹의 냄새가 물씬 풍겨났지만, 그림은 두 사람이 약속한 바를 표현한 거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림은 두 사람 간의 우정의 증표를 대신한 것이었다. 관능적 쾌락에 얽혀 들지 않고도 오직 굳건한 우정을 나눈 두 사람만의 순순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완성된 그림이었다. 니나는 그러한 마네의 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마네 역시 그녀의 우정에 스스로 깊은 위안을 느꼈다.


1873, Nina de Callias.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니나 드 칼리아스(Nina de Callias)」, 1873.


그림이 너무도 아름다웠던 까닭에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남편인 칼리아스 신사분께서 그녀에게 강력히 요구한 탓이기도 했다. 2월 어느 날 얼음처럼 차가운 날씨 속의 이른 아침에 미스터 칼리아스는 4번지 아틀리에 앞에서 마네를 기다렸다.


아틀리에에 들어선 남편은 뭐라 마네에게 주장이나 요구도 하지 않은 채, 더군다나 마네가 하는 일을 훼방 놓으려는 마음조차 없었다. 남편은 묵묵히 자신의 아내의 자태를 담은 그림이 이젤 위에 너무도 당당하게 올려져 있는 걸 바라보았다.


그녀는 볼품없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 누구 못지않은 신사에 해당하는 칼리아스가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을 말없이 그림 속의 아내만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돌려 이야기했다.


“그래요, 그녀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제 이름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제 성씨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제가 그녀에게 부여한 성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다만 그녀가 가볍게 처신하는 바람에 그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당신은 너무도 예의 바른 사람이라서 그녀를 이토록 아름답게 그린 까닭에 내 살아생전 이 그림을 남에게 보여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 아내 그림을 그려주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마네가 뭐라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휙 하고 나가버렸다. 두 사람 사이에 너무 예의 바른 처사이기만 했다!


그림을 과연 무사히 미술전람회에 출품할 수 있을까?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 남은 채였다.


관전에는 니나를 그린 그림 대신 「오페라에서의 가장무도회」나 출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마네는 즉시로 「무도회」를 마무리하고자 서둘렀다. 왜 좀 더 일찍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더군다나 만일「무도회」를 출품한다면 작품이 지닌 시사성으로 말미암아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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