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29화
13장 14
(1873-1874)
베르트와 으젠 간의 두 사람의 결혼이 공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샤흐 가에 딸린 정원에서 간소하게 두 사람의 약혼식이 치러지던 날 저녁, 베르트의 모친인 마담 모리소는 자기 딸이 시아주버니가 되는 에두아르와 시시덕거리며 장난치기까지 하는 걸 지켜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했다. 이제 막 자신의 딸이 으젠이 대단히 신중하면서도 조심성 있는 사내라는 걸 알게 된 탓으로 오직 불안감만 더욱 증폭되어 갔던 것이다.
베르트는 하지만 으젠에게 그런 면이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원하는 만큼 돈을 준 사람이 바로 으젠이었다. 꼬흐넬리에게는 절대 비밀이었다.
베르트는 으젠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일까?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베르트의 모친인 꼬흐넬리 모리소는 다른 여식들에게 딸의 심중을 좀 더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편지를 쓰기까지 했다. 세 딸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에드마는 모친에게 고백하기를 이 으젠이란 사내가 비밀리에 베르트의 환심을 사려고 그간 무진 애를 썼다는 것이다. 그것도 벌써 1년이 다되어간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비밀에 부친 탓에 특히 장남인 형에게는 절대 비밀로 지켜야 한다고까지 신신당부했다는 것이다. 몇 달 전부터 두 언니들은 베르트에게 으젠을 남편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이날 저녁 모리소 집안의 정원에서 거행된 두 집안 간의 혼인을 서약하는 약혼식에 에두아르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앞으로 사돈 간이 될 에드마의 남편과 따로 자리한 가운데 이런저런 이야기만 나누었다. 이미 아득해진 그들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 추억에 젖어 온갖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늘 약혼식을 거행한, 일부러 점잔이나 떨고자 안간힘을 쓰는 남녀와는 달리 거의 광란에 가까운 춤을 추던 브라질 여자애들을 떠올리면서 두 사내는 씁쓰레 미소마저 지었다.
기이하게도 즐거우면서도 유쾌할 뿐인 과거에 대한 기억은 모든 정상적인 판단을 넘어서서 마네에게 불안감만 가중시켰다. 마네는 베르트가 끼고 있는 약혼식 반지를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수잔에게 그 같은 반지를 끼워주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그런 자신에 대한 수치심이 번쩍 고개를 쳐들자 서글픔마저 몰려들어 마음이 점차 심란해져 갔다. 견딜 수 없었던지 마네는 아틀리에로 줄달음쳤다.
“그래요 미안한 일이지만, 일요일인 까닭에 늦게까지 작업에 매달려야만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줄달음쳐 아틀리에에 도착한 마네는 샤를 크로가 자신의 작품 『대하(Fleuve)』에 싣고자 이미 오래전부터 부탁한 삽화 제작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는 샤를 크로에게 모두 8점의 동판화를 건넸다. 놀라운 일이었다.
마네가 진짜 열의를 갖고 작업에 매달린 것 같아 샤를 크로는 마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그가 제작한 판타지는 마네의 울적한 심정을 어느 정도 달래주었다. 사랑은 오직 그에게 고통만을 강요할 뿐이었다. 바람기 많은 니나만이 꼭 그러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