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31화

by 오래된 타자기



13장 16
(1873-1874)



훼깡에서 돌아오자마자 으젠은 모리소 집안사람들과 착 달라붙어 지내는 바람에 몸이 축나는 것도 모르고 지냈다. 에두아르는 수잔이 주치의인 시르데 박사를 찾아갈 정도로 병세가 위중한 것에 어쩔 줄 몰라했다. 에두아르가 그녀에게 과일인 배로 담근 독주를 권한 탓일까? 그건 아니었다. 그 역시도 의사가 그녀를 진찰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수잔에게 어떡하면 좋을지 전혀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의사가 처방한 건 하루라도 빨리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바람을 쐬면서 기분전환을 해야만 낫는 병이었다. 가을의 베네치아, 나쁠 건 없잖소? 어서 떠나시오! 조언인지 처방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베네치아, 두 사람이 서로 간의 사랑을 회복하고 다시 꽃 피우기 위해서 그보다 더 좋은 곳은 없었다. 더군다나 모든 것이 다 잘되어가기만 했다. 오라! 베르트가 에두아르에게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곳에서만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풀려갔다.


파리를 도망친 것에 흡족해하면서도 마네는 왜 그런 지를 전혀 깨닫지를 못했다. 에두아르는 수잔을 대동하고 플로리안 집을 드나들면서 제임스 티소와 죽이 맞기 시작했다. 제임스 티소는 마네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사교계를 주름잡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실력은 마네와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수증기가 가득한 오팔 빛 물살에 눈부신” 물의 도시에서 마네는 너무도 빨리 싫증을 느끼고 식상해졌다. 그곳에서 마네는 단지 오래된 르네상스 풍의 건물 외관 장식에만 홀렸을 뿐이다. 오직 “대 운하 물살 위를 둥둥 떠가는 샴페인 빈 병 궁둥이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 호리는 기술이 능란했을 뿐 아니라 하늘이 그를 돕는 듯 운도 따라 제법 여유마저 있었던 티소의 도움을 받아 수잔은 산호로 둘러싸인 섬에 정박해 있는 바닥을 평평하게 만든 너박선상에서 밤새도록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물살이 갈마들 듯 밀려와 부딪히면서 그녀가 눌러대는 피아노 건반음과 화음을 이뤄갔다. 마네는 탁 트인 선상에서 펼쳐진 수잔의 콘서트에 참석하여 전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싹싹한 태도마저 보이면서 티소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음악회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 곤돌라에 탑승하여 수잔이 연주하고 있는 배를 에워쌌다. 청중은 그녀의 연주 솜씨에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넋을 잃은 채, 그녀가 연주하는 걸 지켜봤다. 마네도 박수를 쳤다. 청중들의 환호와 앙코르가 터져 나오는, 아! 그래, 베네치아! 아! 그래, 이제야말로 그림을 그려야겠다?


마네는 때 아니게 무슨 그림이냐는 잔소리에도 아랑곳없이 화구들을 펼쳐 놓았다. 수잔은 아주 매력적인 티소와 팔짱을 낀 채, 나비처럼 이리저리 팔락거리며 쏘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검은빛을 띤 곤돌라, 노를 젓고 있는 얼굴빛 붉은 뱃사공, 푸른 운하, 마네는 화폭을 온갖 색조로 채워갔다. 지나칠 정도로 검은색을 고집하는 건 여전했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게도 색감이 상당히 흐려졌다. 마네 역시 드디어 인상주의만의 흐릿한 표현을 구사하게 된 것이다. 마네는 아흐장퇴유를 화폭에 담을 때와 같이 베네치아를 완성했다.


“내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그림이야말로 진짜 마네다운 그림이란 점이야.” 마네는 그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거의 유일한 장소인 파리로 돌아온 뒤에 말라르메에게 그와 같이 털어놓았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1875, Le Grand Canal à Venise 1.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베네치아 대 운하(Le Grand Canal à Venise)」, 1875. [1]


1875, Le Grand Canal à Venise 2.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베네치아 대 운하(Le Grand Canal à Venise)」, 1875.








[1] 마네가 즐겨 사용하던 검은색이 많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옅어지기까지 했다. 그가 그린 「아흐장퇴유(Argenteuil)」와 함께 비로소 인상주의 그림들에서 시작된 ‘흐릿하게 하기’가 마네의 그림에도 등장하게 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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