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시기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34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귀스타브 까유보트, 아흐장퇴유(Argenteuil).



14장 1
(1875-1876)



커튼에 새겨진 것 같은 하얗고 노란 꽃무늬

여름옷을 아직도 입고 계신 당신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든 모든 즐거운 순간들은 사라지고

당신 마음 또한 메말라져 있음을 생각합니다.


- 폴 베를렌느



모리소 집안은 지나치게 자주 선물을 주고받았다. 걸핏하면 선물을 주고받곤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제는 한 집안 식구처럼 되자 마네 집안사람들도 으젠 덕분으로 새롭게 바뀐 집안 분위기에 곧 적응해 갔다. 기이한 건 레옹마저 한 집안 식구처럼 자주 모습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마네는 베르트의 남동생인 티뷔흐스에게 파리 코뮌을 다룬 「바리케이드」를 선물했다. 선멋쟁이 왕당파 정원에 웬 공화주의자의 정원석이? 서로 그림을 주고받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것도 각자가 원하는 주제나 제목을 지닌 작품을 서로 선물하곤 했기 때문이다.


마네는 자신을 둘러싼 온갖 억측을 잠재우고자 아무런 의미도 두지 않은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모친에게, 수잔에게, 베르트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면서 서로 질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레옹에게는 넥타이를 선물했다.


1871, La barricade.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바리케이드(La Barricade)」, 1871.


화가들의 새로운 뱃놀이 장소가 된 아흐장퇴유는 인상주의의 치열한 격전의 장으로 자리 잡아갔다. 마네는 야외에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모네, 프랭, 피사로, 까유보트 곁에서 화구를 펼쳐놓고 그들과 어울려 그림을 그렸다. 르누아르는 그와 같은 모험이 자신에게는 별로라 생각했는지 깊이 관여하기는 뭐해서 단지 일시적이라도 참가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La Seine à Argenteuil par Auguste Renoir.jpg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아흐장퇴유 세느 강 풍경(La Seine à Argenteuil)」.


계절이 무르익어가는 중에 매주 일요일마다 세느 강 양안,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모네 집과 마네 별장 사이의 세느 강가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무리를 지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는 거의 광란에 빠져 날뛰는 여자들과 함께 북적댔다.


정숙함과는 담을 쌓은 듯한 여자들은 허리 받침대를 한 기다란 치마를 걸쳤고, 플란넬 천으로 된 바지를 입고 상반신은 드러낸 채, ‘개구리 형상을 한 이들’, 몸에 착 달라붙은 옷을 입은 채, 머리에는 온갖 형형색색 리본으로 장식한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이들과 함께 깔깔거리며 물놀이를 한답시고 첨벙거리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즐거우면서도 무섭다는 듯이 소리를 내지르면서 누가 탄 배가 더 빨리 내달리는지 내기라도 하듯 타고 있는 작은 배를 힘차게 저어 가는 중에 터져 나오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섞여 바람에 부풀어 오른 온갖 형형색색의 돛마저 펄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모든 그룹이 참가하지 않을 때라도 물가에서 열린 뱃놀이에 적어도 화가 그룹은 늘 얼굴을 디밀었다.


마네가 그린 「물 위의 아틀리에」로부터 「뱃놀이를 즐기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마네의 처남인 루돌프는 교외의 선술집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바람기 많은 아가씨와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마네의 처남은 이제는 더 이상 못 말리는 사내가 되고 말았다.


노래하고 웃고 마시고 포도주 잔을 주고받으며, 그들은 밤새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세느 강에서 뱃놀이를 한답시고 노를 저으며, 한쪽에서는 춤을 추고, 노래하고, 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선술집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광란의 한 장면이었다.


르누아르와 모네는 전혀 피곤한 줄도 몰랐다. 두 사람에게는 광기 어린 삶이야말로 연구의 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주제이기도 했다. 마네는 단지 주말에만 모임에 참석하여 그들과 어울렸다. 날이 갈수록 그들이 그리는 그림은 마네가 그린 그림과 같은 방향으로 선회해 갔다. 인상주의의 선구자이자 그 산 증인이기도 했던 마네와 깊은 우정을 나누기 위함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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