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35화
14장 2
(1875-1876)
미술전람회에서 마네의 그림에 다시 소동이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아흐장퇴유」였다. 마치 10년 전에 「올랭피아」가 일으킨 소동과 거의 닮은 꼴이었다. 작품에 대한 격렬한 반응이 소동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그건 마치 위대한 인상주의의 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마네는 야외에서, 그것도 물 위에서까지 그림을 그린 것이다! 마네의 회화가 마침내 정점에 이르게 된 것을 의미했다.
그림을 점점 더 큰 크기로 그리는데 발맞추어 캔버스 역시 크게 제작하는 추세에 따라 광폭의 캔버스를 제작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 갔지만, 클로드 모네는 그림을 크게 그리는 일이 없었다. 그가 포커스를 맞춘 것은 항상 좀 더 짜임새 있는 그림이었고, 절묘한 표현을 구사하면서도 고전적이지 않은, 즉 상궤를 벗어나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에두아르 마네는 늘 진창 속에서 허덕였다. 스캔들이나 일으키는 작품을 제작한다는 이유에서 온갖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이제는 그것마저도 습관처럼 굳어졌다.
세간에서 마네를 점잖은 사람으로 여길 수 없었던 이유를 그 자신만큼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세간에서 마네에게 쏟아진 불만은 그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너무나도 저속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뱃놀이하는 사람들에서 보듯, 어떻게 그런 수치스러운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해괴한 짓들을 벌였으면, 모파상까지 그곳을 찾아갔겠는가! 작품의 됨됨이는 어떻고? 음란하고 외설스럽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추잡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지중해 빛 푸른 물살을 닮은 세느 강물의 묘사에까지 비난이 쏟아졌다. 가장 악의에 찬 광기를 유발한 것은 ‘쪽빛 앙금으로 가득 찬 수렁’이었다. 이 같은 묘사는 여지없이 비웃음을 샀다. 「아흐장퇴유」에서 강물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블루는 「발코니」에서의 녹색과 「올랭피아」에서 사용한 검은색과 같이 졸지에 유명해지고 말았다.
마네가 사용한 블루는 여름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와중에 사물들의 고유한 색조가 서로 심한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에서 이를 바라볼 때 자연 발생하는 광학의 결과에 따른 산물이라는 점을 어느 누구 한 사람 눈치챈 이가 없었다. 오렌지를 팔고 있는 여자들을 그린 그림에서 그가 묘사한 것처럼 종이박스로 된 과일상자들을 뚜렷이 부각하기 위해 블루를 사용한 것과 같은 이치였다.
마네는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열정으로 가득 찬 인물들이기를 바랐다. 마네는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모네가 더 이상 포즈를 취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즉시로 모델을 모네에서 자신의 처남인 루돌프로 바꿔버렸다. 루돌프는 네덜란드로 돌아가지 않고 파리에서 지내던 중이었다.
마네는 모델을 구하기 위해 화가의 모델이 되고자 꿈꾸는 이들이 몽마르트르의 삐걀 분수대 앞에서 펼치는 전시장에까지 쫓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맘에 드는 사람을 골라 여름 내내 작품의 모델로 삼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루돌프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고 다니는 사내였다. 마네는 처음 루돌프를 화폭에 담을 때, 애정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으로, 아니면 적어도 뜨거운 욕망에 이글이글 불타는 표정으로 묘사하고자 의도했다. 그런 연유로 뱃놀이를 즐기는 루돌프는 정념에 가득 찬 눈길로 여자를 바라보면서 이 여자와 한 번 즐겨봐야겠다는 음욕의 눈빛까지 더하고 있다.
나이 어린 매춘부의 얼굴은 모든 게 귀찮다는 표정이다. 그녀는 나른하면서도 무심한 표정을 띠고 있을 뿐, 뱃놀이나 뱃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는 사내에게조차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어서 빨리 시간이 다 되어 그림이 마침내 완성된 탓에 꼼짝없이 한 자리에 포즈를 취해야만 하는 지긋지긋한 순간으로부터 벗어나 한시바삐 파리로 돌아가고 싶은 표정이 역력하다.
야외에서, 그것도 햇빛이 쏟아지는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마네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7월의 하지에 더욱 불타는 태양아래 세느 강물에 어른거리는 정경을 화폭에 담았다. 하지만 사물들의 격렬한 대비가 이룬 색조의 폭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만회하고자 마네는 여름의 더운 공기 때문에 느끼는 아른거림을 통해 이를 적절히 조절해가고 있다. 마네가 물빛을 블루로 표현한 건 곧 닥쳐올 검은 폭풍우의 전조와도 같은 것이었다.
미술전람회에서 망신을 당한 건 이뿐만이 아니라 인물의 포즈에도 있었다. 뱃놀이를 즐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와 같은 포즈를 취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여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내의 포즈조차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문제 삼은 것이었다. 배 전체를 그리지 않은 채, 오직 난간에 걸터앉은 인물들만 다루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자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길이 뭔가 석연치 않은 참으로 묘하면서도 야릇한 정황을 환기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림을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제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이 그와 같이 판단하셨다면, 저 역시 관람객의 시선과 별개로 제 생각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단 심미적인 판단은 유보해 두고서라도 말입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이들의 친구이기도 했던 마네는 고전주의 화풍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을 등장인물로 삼기까지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데부탱이나 벨로였다. 심지어는 기인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조지 무어의 초상을 그리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마네는 가장 인상주의다운 인물화를 제작한 화가였다.
과거 보들레르의 글을 출판했던 브라끄몽이나 풀레 말라씨스는 마네를 기리는 ‘마네 그리고 마네비(Manet et Manebit)’라고 적힌 장서표(ex-libris)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는 라틴어로 ‘그는 여전히 자신의 태도를 고집하겠지만, 그에 만족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란 뜻이다.
왜냐면 이렇다. 그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었던 탓이다. 특히 마네에 대한 비난이. 혹자는 그를 가리켜 “기인과 같은 삶을 살다가 결국엔 파산에 이르거나 아니면, 아흐장퇴유로 말미암아 파탄”나기에 이를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다른 한쪽에서는 “당신께서 순연의 자연을 보고 싶다면, 그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면 안 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마네의 기교를 한 번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가 그린 쪽빛 물빛을.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아실 겁니다! 세느 강 물빛이 그와 같다고요? 그를 야유하는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전 박수나 치고 있겠습니다.” 이는 셰노가 한 말이다. 그는 자주 마네가 속한 진영에 있는 화가들이 희한한 짓들이나 하고 있다고 공격하곤 했다. 마네는 처음으로 자신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것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마네는 또한 까스타나리로부터 세 차례나 연속해서 비난을 당했다. 이 소란스러운 와중에서조차 마네는 당당하게 그들을 꺾어버리고 승전가를 부를 수 있었다. “유파를 이끌고 있는 수장과 그의 위상은 동시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
마네는 바야흐로 최고의 지지자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메달은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드 니티스는 메달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1등을 차지하여 레지옹 도뇌르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 일이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이 드가가 소리 지르며 펄쩍 뛰었다. 이런 까닭에 마네는 절대로 상대방을 속이려 들지 않고도 드 니티스를 위로할 수 있었다. “모욕적인 언사라고 생각지 말게나. 내 다정한 친구여. 그건 웃자고 한 농담일세. 자네도 그런 경우가 있질 않았나? 내 또한 그런 것이니 내 진심을 받아주게나. 난 정말 기꺼운 마음으로 자넬 축하하고 있다네.”
마네가 드가에게 해명했다.
“만일 보상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난 그걸 꿈꾸지도 않았을 것이네. 하지만 그러한 것이 존재하는 한, 자네가 수없이 놓친 그 모든 걸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네.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단계조차도 뛰어넘어야 하겠지.”
“아주 자연스럽게.” 드가가 마네의 말을 끊었다. 노발대발하며 드가는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어떤 면에서 부르주아인지를 내가 알고 있는 건 비단 오늘 일만의 일은 아닐세.”
“허 저런! 부르주아라! 얼마든지 자네 원하는 대로 말하시게나. 난 그런 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을뿐더러 아무런 미련조차 남아있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