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와 모네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36화

by 오래된 타자기



14장 3
(1875-1876)



마네는 모네에게 물을 좋아하는 라파엘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항상 물웅덩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에 비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을 쏟아내는 그에게 딱 어울리는 호칭이었다. 르누아르 역시 모네를 칭찬했다. “화가가 잘생긴 건 그렇다 치고 그림마저 뛰어나니 정말 대단해.”


여름 내내 주말마다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세느 강가에서 그림을 그리던 에두아르는 동료들 덕을 톡톡히 봤다. 「선상에서」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듯, 그의 화판이 한층 밝아졌음을 입증해주고 있었다. 얼굴도 밝아졌다.


1874, En bateau.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선상에서(En bateau)」, 1874.


이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화가는 예술가로서 진정 행복했으며, 우정 또한 견고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인간 자체에 대해서는? 이를 완벽히 은폐하는 쪽으로 나아가면서 그 방식 또한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모네가 그림 그리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마네는 모네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데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갔다.


하지만 마네는 모네가 아니었다. 마네는 빛에 따라 사물이 서로 다른 양상을 띠어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다른 화가들과 충분히 공유하고 있었지만, 부득이하게 자신이 바라보고자 한 대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마네는 시선의 욕망을 화폭에 구현하고자 한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우연한 상황이든, 상황이 그런 쪽으로 흘러갔든 간에 매번 인상주의에 대한 논의가 그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주제나 성향에 입각해 볼 때, 이제야말로 인상주의를 야심 차게 견인해 나갈 때라고 판단한 탓이었다.


모네는 자신만의 어떤 독특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쪽으로 파고들었다. 모네 덕분에 마네는 시각에 따른 순수한 현상을 화폭에 구현할 수 있었으나 늘 불안감속에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뭐가 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마네는 무엇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마네는 아주 견고하고도 확실한 것을 좋아했다. 햇빛이 내리쬐는 물살에 살랑거리는 아른거림이나 좋아할 스타일은 아니었다. 화판은 밝아졌지만, 마네는 나름대로 그만의 길을 걸어가기로 작정했다.


좀 더 견고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좀 더 내용을 알차게 하면서 동시에 주제 또한 묘사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혼자서 고독하게, 아니 고독 자체를 즐기듯이 작업해 나가기로 다짐했다. 마네는 그러한 자신의 의도를 숨기지 않은 채, 목표를 확고히 설정해 나갔다.


“스스로 아무 변화 없는 상태에 안주하지 않을 것, 어제 한 일을 다음 날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것, 부단히 새로운 양상들에 고취받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 새로운 지적 또한 겸허히 수용할 것. 건물이나 세놓고 살아가는 이들은……예술가가 아니다.


마네가 인상파 화가들과의 연합을 거부하면 할수록 세간에서는 마네야말로 인상파 예술을 견인하면서 그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고취시키는 화가라는 인식이 점차로 확산되어 갔다. 「아흐장퇴유」 때문에 온갖 수모를 다 겪은 뒤에도 마네더러 돌팔이 화가라고 비아냥대는 원색적인 비난은 늘 따라다녔다.


무엇 때문에 마네는 미술전람회에 작품을 출품하여 전시하기를 고집했던 것일까? 심사위원가운데 어느 누구 한 사람이라도 그의 작품을 받아줄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만사 끝장난 건 아니다. 마네였기에 그렇게 그림을 그린 것일 뿐이다. 마네는 지금까지 해오던 똑같은 방식으로 「아흐장퇴유」 역시 완성해 간 것이며,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과 함께 어울려 그림 그리기 이전부터 항상 견지해 오던 방식에 입각해서 작업한 것일 따름이다.


마네의 인간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그의 작품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그를 헐뜯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를 칭송하는 아이러니가 늘 평행선을 이루고 있었다.


올여름은 훼깡에 가지 않기로 작정했다. 오직 수잔과 모친만이 모리소-마네 가족과 함께 하면 그뿐이었다. 베르트는 자신의 얼굴과 표정에 대해 마네가 이러쿵저러쿵 묻는 것에 가만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냥 쳐다보는 것마저도 싫어했다. 괴물들이어, 안녕!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마네는 친구들과 함께 파리에 남아 아무런 간섭 없이 오직 그림 그리는 데에만 진력했다. 그러나 새로운 국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게 항상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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