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39화
14장 6
(1875-1876)
1876년 미술전람회 역시 마네가 여전히 지독한 유황냄새를 피운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가 그린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이없을 정도로 당혹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년! 마네는 일단 미술전람회에 작품을 출품한 것으로 만족했다. 「예술가」나 「빨래」는 전혀 껄끄러울 게 없는 작품이었다.
그렇듯 이 두 작품은 말 그대로 전혀 문제를 야기시킬 만한 요인이 없을뿐더러 작품에게서 아무런 동요조차 느낄 수 없는 고요한 정경을 담은 회화 작품에 속했다. “더는 가만히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리 만무한, 다른 한편으로 보면, 스캔들을 일으킬까 봐 두려워할 필요조차 없는 작품에 해당했다.
게다가 마네가 출품한 그림들은 한 번 더 그의 명성을 드높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제야말로 가만히 앉아 자연 명성이 높아지기만을 고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야유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낙선. 아예 전시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저속하고 통속적인, 이제 막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환쟁이 취급까지 받았다.
“그를 낙선시키는 데 동의하는 손들이 높이 올라갔다. 만장일치로 낙선이 가결되었다.” <르 골루아>는 의기양양하게 그와 같이 논평했다. “작품을 출품하는 것조차 10년 동안 금지되었다. 하지만 마네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했다! 그림 두 점은 도로 철회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종신 낙선이라는 불명예가 마네에게 더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마네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직 하나의 저널만이 떠들어댄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저널은 그에 관해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싣기까지 했다. “심사위원회와 마네에 관한 진실 : 마네는 어떠한 이의제기도 없는 가운데 ‘낙선’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더군다나 심사위원회로부터 낙인이 찍히기까지 했다. 과연 누구라고 낙인이 찍혔겠는가? 빅토린느 뮈랑. 결국 또다시 「올랭피아」의 작가로 낙인찍히고 만 것이다!
용기를 내 개막식에 참석하였지만, 출품한 그림들이 전시장에 내걸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이었다.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전시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와 마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람회에 관한 그의 견해를 듣고 싶다는 표시였다. 도저히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갈 수조차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등 뒤에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비난을 퍼붓는 소리도 들려왔다. “들어오기도 어려웠을 테지만, 나가기도 쉽지 않을 걸…….”
뷔흐티는 이지적으로 마네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주의자들을 위한 서문(Préface aux impressionnistes)」에서 다음과 같은 심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술전람회에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관람객의 취향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정도로 충분한 호소력을 지닌 용기 있는 행동과도 같았다. 하지만 마네는 동료들을 저버린 탓에 그 용기마저 헛되이 날려버렸다.”
마네가 처한 상황은 그러한 지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마네는 그나마 남아있던 기력마저 다 상실했을 뿐 아니라 고독했고 서글픈 감정이 복받쳤다. 결국 의욕만 앞섰지 아무런 재능도 없이 관전이나 기웃거린 것에 지나지 않은 꼴이 되고 만 탓이었다.
그가 출품한 「어릿광대」마저도 메쏘니에나 마크 마옹의 작품을 베꼈다는 이유로 압류당하고 말았다. 석판화는 경찰에 의해 치워 졌으며, 판형마저 아예 없애버리려고 군경들인 장다흠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자네 작품을 압류한 건 파리 코뮌을 다룬 어떠한 작품도 허용치 않으려는 의도에서 일거야. 더군다나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기까지 했잖아.” 데부탱이 꼭 짚어서 이야기했다. “자네는 깊이 생각하지 않은 거야. 자네가 나를 그린 건 내게서 뭔가 좋은 인상을 받아서였겠지만, 나 역시도 아주 위험한 풍자글이나 쓰고 있는 작가라는 걸 알고 있기는 했나?” 그는 반은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어릿광대는 「무도회」에도 등장한다. 비록 군중을 향해 등을 돌린 채이지만.
“만일 자네가 어릿광대를 또다시 그리고자 했다면, 자네 눈에 비친 모습에 딱 어울리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거겠지.”
“그렇다네. 내가 그와 같이 표현한 것은 국가와 군을 통솔하고 있는 원수의 단장(지휘봉)에 대한 이중적 의미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네.”
데부탱을 동반한 채, 친구들에게까지 가서 마네가 읊은 시는 다름 아닌 방빌의 시였다. 방빌이 쓴 시는 설명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난해하기만 한 글이었다. 마네가 방빌의 시까지 인용한 것 자체가 방빌이 항상 그를 지지해 주고 옹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인에게는 마네야말로 가장 완벽하리만큼 모던한 감각으로 현대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고의 멋쟁이로 보였다. 더군다나 보들레르로부터 말라르메에 이르기까지 마네의 현대시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관심 역시 높이 샀다. 전혀 가식적이거나 애써 꾸미려 하지 않는 마네의 태도 또한 방빌에게는 감동적이었다. 방빌은 마네가 온갖 기담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구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눈동자에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길
파렴치하며 포만감에 젖어있을 뿐 아니라
신성하다고까지 믿는
그야말로 어릿광대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