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방문객 메리 로랑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42화

by 오래된 타자기



14장 9
(1875-1876)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직접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전시회가 개최되었을 때, 마네는 참으로 우연찮은 사건에 흥분되리만큼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관람객이 전시장 안을 자유자재로 이리저리 둘러볼 수 있도록 마네는 전시기간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칸막이 쳐진 공간에서 조용히 관람객들의 반응만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시장 한가운데에서 낯선 여인이 쏟아내는 탄성을 듣게 되었다. “아니 그런데 누가 이 훌륭한 작품을 뭐라 떠들어댄 거야!” 마네는 그 여자가 어떤 작품을 두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슬그머니 모습을 나타냈다. 여자는 그가 그린 「아흐장퇴유」 앞에서 그림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중이었다!


1874, Argenteuil.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아흐장퇴유(Argenteuil)」, 1874.


“혹시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다들 작품이 형편없다고 말하던데, 그와는 달리 여사님께서는 이 작품이 어떤 점에서 좋다고 보신 겁니까?”


마네는 자꾸만 실실 웃음마저 터져 나올 정도로 그녀가 신기하게만 여겨졌다. 자신의 모든 정황을 다 꿰차고 있는 듯한 그 익명의 여인이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평한 것에 마네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마네는 그녀에게 자신의 다른 작품들까지 설명해주고 싶은 감동마저 일었다. 「빨래(Le Linge)」 앞에서 그녀는 마침내 마네로서는 몸 둘 바를 모르는 감탄사를 연방 쏟아냈다. “오! 저것 좀 봐! 너무도 생생한 장면을 담고 있기까지 하네. 실제 빨래를 내걸고 있듯이 박진감마저 넘쳐흐르고 있어. 아이까지도.”


1875, Le Linge.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빨래(Le Linge)」, 1875.



그러면서 그녀는 마네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까지 밝히면서 다시 오겠노라는 약속까지 했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마네는 혼자 중얼거렸다. “똑똑한 여자들도 있구나, 제대로 그림을 볼 줄 알고 이해할 줄 아는…….”


누구 못지않게 메리 로랑은 아름다웠다. 더군다나 그녀는 아주 특이할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갖추기까지 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몸매에다가 풍성하고 기다란 머리칼에 베네치아 스타일의 금발에 이르기까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1882, Portrait de Méry Laurent.jpg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메리 로랑(Méry Laurent)」, 1882.


시골에서 갓 상경하여 무대에서 춤을 추던 초기 데뷔시절에는 그녀는 거의 알몸인 채로 카바레에서 춤추던 무용수였다. 그러다가 소가극(오페라타) 여가수가 되고, 1867년 드디어 「미녀 엘렌」에서 비너스 역을 맡게 되었다. 이때 황제의 치과의사였던 영국인의 눈에 띄어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그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비를 대준 건 물론이고, 아내와 함께 하지 않는 시간에는 그녀를 동반하고 다녔다. 그런 연유로 이름까지 바꿨다. 마리(Marie)라는 프랑스 이름이 영어 악센트를 지닌 메리(Méry)로 바뀐 것이다.


그녀가 마네와 처음 만났을 때는 그녀는 벌써 문학 예술계 인물들과 돈독한 인연을 맺고 있는 상태였다. 베를렌느로부터 위이스망에 이르기까지, 휘슬러에서 샤브리에흐에 이르기까지, 장차 말라르메와도 인연을 맺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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