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내력 류머티즘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48화

by 오래된 타자기



15장-3
(1879-1880)



지난해에 개망신을 당했던 탓으로 마네는 그 순간만 떠올리면 치가 떨렸다. 한 순간 마네는 쿠르베가 한 것처럼 개인전을 개최하기 위한 많은 돈을 어떻게 하면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까지 했다! 개인전을 준비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만국박람회에서 열리는 축제마당에는 개인전을 열 만한 장소가 없었을뿐더러 그럴 가능성마저 희박했다. 공연히 돈과 정력만 낭비할 게 틀림없었다.


1878년 이 해에 마네는 두 번씩이나 연거푸 이사를 해야만 했다. 4번지 건물에서 퇴거를 강요받은 탓에 새로 아틀리에를 구해야 할 판이었다. 더군다나 공교롭게도 일이 꼬이자고 그랬는지 모친이 살고 있는 아파트마저 계약 갱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네는 법원이 정식으로 건물에서 퇴거를 명령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사 갈 수 없다고 악착같이 버티면서 그 모든 걸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은 이사를 가야만 할 상황이었다. 모두가 그를 비굴하고도 비열한 인간으로 치부한 탓에 건물주마저 마네를 부르주아 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로 간주했다. 결국 떠나는 날까지 야단법석을 떨 수밖에 없었다! 마네는 아틀리에를 떠나기 전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축제 파티를 벌일 것을 작정했다.


말 그대로 떠나기 전에 진탕 놀아보자는 속셈이었다. 샤브리에와 수잔은 서로 피아노를 치겠다고 난리법석을 떨면서 팔이 작곡한 가곡을 목청껏 불러댔다. 처음엔 희가극 혹은 리슈팽이 지은 노래를 부르다가 점점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펜바흐가 작곡한 오페라를 합창하듯 반복하여 불렀다.


마네는 저녁 모임을 더욱 늘려갔다. 자신이 몸담았던 거리를 아름답게 떠나는 일만이 중요했기에.


5월부터 7월까지 4번지 거실에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수준 높은 저녁 모임이 이어졌다. 대로에 자리 잡은 마네의 아틀리에에 자주 드나들던 단골손님들은 증권사와 경마장 관계자들, 공장주들, 회계사들, 속물들, 할 일 없이 빈둥대는 이들, 정치인들 또는 천하의 막 돼 먹은 인간들을 막론하고 모든 부류의 인간들이 드나들었다.


그들 모두는 각양각색이긴 했지만, 마네의 아틀리에에서만큼은 점잔을 떨면서 서로 어울리고자 애썼다. 특히 여자들이 더욱 그런 태도를 보였다. 당시 유행하던 우아한 맵시를 뽐내는 여자들이나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자들 모두가 고상한 척 행동했다.


마네의 아틀리에에 모인 대개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각자의 인물 됨됨이를 따져본다든가 하는 일 없이, 또한 어떠한 편견도 없이 서로 뒤섞여갔다. 왜냐면 마네의 태도가 그러했고 더군다나 회합 장소가 마네의 아틀리에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마네는 다친 다리에서 격렬한 통증이 재발하자 아찔한 현기증마저 일어났다. 줄곧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모친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모친이 늘 되풀이하던 “잘 될 거야.”란 말, 모친은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향해 그와 같이 같은 말만 늘 되풀이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모든 게 잘 풀릴 것임은 틀림없었다.


마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적 형질 가운데 하나가 류머티즘이었다. 이 병에 오래도록 시달린 집안 내력이야말로 피곤함만 가중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마네의 상태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은 없어 보였다. 더욱 지독한 것은 브라질에서 맹독을 품은 뱀에 다리를 물린 상처가 세월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아물지 않고 재발하곤 했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마네는 이를 악물었다. 삶에 변화를 주고자 – 이 방면에선 마네는 전문가나 다름없었다 –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자신의 기질을 되찾고자 애썼다. 마네는 남의 흉내를 잘 내기도 했지만, 모든 이에게 기쁨을 주는데 타고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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