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54화
15장-9
(1879-1880)
1880년 10월 7일 오전 6시부터 파리의 마들렌느 대로는 죽음을 슬퍼하며 오열하는 검은 옷을 입은 거대한 군중의 물결로 넘쳐났다. 여자들 모두가 제국을 상징하는 보라색 블라우스들을 입고 있었다.
침울하게 무겁게 내리누르는 낮은 하늘아래 몰려든 군중들은 영구차마저 제대로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서고 나섰다. 온갖 꽃들이 둘러싸인 영구차는 이름깨나 알려진 연극 공연장에서 보낸 20여 개가 넘는 화환들로 뒤덮였다. 관위에 올려진 방석에는 국가가 수여한 레종 도뇌르 훈장이 놓였다.
마들렌느 성당의 커다란 오르간이 연주하는 행운의 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너무도 작은 체구의 이 거창하기만 한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들의 청춘과 젊음과 무심함을 장사 지내는 이 모든 이들을 다 수용하기 위해서는 이 큰 성당마저 너무 작고 좁을 뿐이었다.
교회의 출입문들은 모두 열려있는 상태로 성당 안에서 연주되는 그가 작곡한 음악은 파리의 온 거리를 향해 울려 퍼져나갔다. 오펜바흐의 종부 성사를 위한 대미사에는 마네가 그린 「튈르리 정원에서의 음악회」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참석하여 서로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모두가 호프만의 이야기의 모티프가 된 「천주의 어린양」과 「상투스」를 노래 불렀다. 그가 작곡한 파리의 삶(La Vie parisienne)……, 이테 미싸에(Ite missa est) 곡들이 미사 중에 흘러 퍼지기도 했다.
마들렌느 성당 앞을 출발한 장례행렬은 묘지로 향하기에 앞서 자크 오펜바흐가 살아생전의 추억이 담겨있는 성소들을 두루 거치면서 그의 시신이 매장될 몽마르트르 묘역으로 향했다. 저 멀리로는 오펜바흐가 창립한 오페라타 극장인 파리 부프 공연장(Bouffes-Parisiens)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둥 번개가 번쩍이면서 가느다란 얼음처럼 차가운 빗줄기가 푸와소니에흐 대로와 콩세르바투와르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장례행렬이 나아가는 길에 번개가 번쩍이면서 천둥소리 또한 이어졌다.
행렬이 클리쉬 대로에 이르렀을 때는 파리 하층계급에 속한 이들이 그가 작곡한 「미녀 엘렌」에 나오는 곡을 다 함께 합창하면서 행렬이 대로를 지나가는 걸 막아서기도 했다. 「대공녀(Grande Duchesse)」를 작곡한 음악의 아버지는 홀로 세상을 뜬 게 아니었다. 제2 제정도 그와 함께 음울하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마네는 아틀리에로 돌아가서는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다. 마치 신열에 들뜬 사람 같았다. 한마디 말도 없이 자리에 몸져누운 수잔을 꼭 집어서 힐난하는 듯한 그녀를 염두에 둔 행동 같기만 했다. 아무런 탄식이나 설명조차 없었다.
수잔은 빗길에 운구차를 따라가지 않고 오직 장례미사에만 참석했다. 그녀가 추위를 탄 건 아닐까? 아니다. 그녀는 절대 그렇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무슨 까닭으로 그녀는 고통스러워한 걸까? 의학상으로는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이 도진 까닭이었다.
온전히 몇 달간을 마네와 모친과 레옹이 번갈아 가며 수잔을 병간호했다. 수잔은 그들에게 웃거나 말하거나 대답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떤 불만이나 하소연을 털어놓은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은? 그럴 용기마저 수잔에게는 없었다.
수잔이 앓고 있는 병을 어떻게 지칭해야 하는가? 시르데 박사마저 그녀를 치료하는 걸 단념하고 말았다. 수잔은 다만 고양이들만 어루만지면서 고양이들하고만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고양이들만이 그녀를 이해한다는 식이었다. 고양이들은 병든 그녀의 침상을 완전히 점거한 상태였다.
마치 그녀를 지켜주고 그녀의 심정을 대신 부글부글 끓게 만들겠다는 듯이 그녀를 감싸고돌았다. 고양이들은 또한 그녀를 간호한답시고 서로 교대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늘 그녀에게 적대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만일 수잔이 마네에 대해 진저리 칠 정도로 싫어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