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병 고통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57화

by 오래된 타자기



15장-12
(1879-1880)



고통 중에 가장 고통스러운 건 우정에 의한 상처였다.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천벌을 받았는지 뒤레에게마저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뒤레는 처음으로 펴낸 『인상파 화가들(Les Peintres impressionnistes)』이란 저서에서 몇 줄에 걸쳐 친구인 마네를 겨냥한 듯한 정체 모를 비난을 퍼부었다.


이 책은 모네를 비롯하여 피사로, 시슬레, 르누아르 그리고 베르트 모리소를 기리는 의미심장한 책이었다. 베르트 모리소는 여자란 이유로 성씨와 함께 이름도 함께 사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성씨와 함께 이름을 같이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특별히 이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베르트는 점점 배가 불러왔다. 으젠은 모친의 품에 친손자를 안겨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모친인 으제니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공식적인 친손자가 태어날 참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에두아르는 난생처음 어머니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유권조차 박탈당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네는 어머니의 재산이 다 자기 차지가 될 것이라고 늘 생각해 오던 차였다. 하지만 마네는 베르트가 배가 불러올수록 욕심 많은 아이처럼 고통스러워했다.


마네는 자신의 친동생으로부터 이중으로 짓밟힘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 하나는 으젠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 여기는 여자를 빼앗긴 것 하며, 이제는 모친의 유산마저 날아갈 판이었다.


6개월이 흐른 10월 어느 날, 집안에 아무도 없는 가운데 정적만이 흐르는 중에 수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연초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이 다시 도지면서 자리에 몸져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던 탓일까? 수잔은 대답할 줄도 몰랐고 말을 꺼내는 법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자리를 털고 일어선 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그녀가 병에 쇠약해져 몸져누웠다고 생각하기 전이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내는 늘 힘들어하면서 다리를 절룩거리기까지 했다.


마네는 왼쪽 다리에서 다시 통증을 느꼈다. 뱀에게 물렸던 상처가 도지면서 1870년 보불전쟁 당시 파리 포위공습이 있던 시기에 다친 부위 역시 부풀어 올랐다. 부친의 경우와 같은 경우일까? 다리 아픈 것은?


그렇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경우와는 완연히 달랐다!


병은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피곤하면 다시 재발하는 것이 병이다. 그림을 그린다고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있다 보니 지독한 테레빈유 냄새가 코를 찔러 두통에 시달린 탓이었다. 뿐만 아니라 어리석게도 혼자 온갖 별 걱정을 다 한답시고 나댔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그런 맘이지 않겠는가?


마네가 병색이 몰라보게 나아지자 시르데 의사는 어물쩍하게 넘어갔다.


류머티즘, 시르데 박사가 결론을 내렸다. 나이가 들면 모두가 앓는 병이다. 마네 집안에서만큼은 일찍 찾아왔을 뿐이다. 마네 나이 이제 겨우 마흔다섯이었다. 너무 일찍 찾아온 병이었다. 마네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한시바삐 모든 걸 완성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림 그리는 일에 매달려도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의학상으로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민간요법에 의한 약물치료까지 받아보았다. 시르데의 진찰 결과에 따르면,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었다. 시르데 박사가 즉시로 마네의 아픈 곳을 전부 수술하자 마네는 다시 기분 좋은 상태가 되었다.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통증마저 싹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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