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60화
[대문 사진] 레옹 레흐미뜨(Léon Lhermitte)가 그린 마네의 초상
15장-15
(1879-1880)
그러자 다시 자신의 초상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거대한 오케스트라 합창단을 연상케 하는 마네의 인물화의 작품 경향으로 볼 때, 르네상스 화가들이 자주 사용한 기법처럼 화면에 꽉 차게 인물의 초상화를 넣는 방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담고자 한 것 또한 때가 그리 늦은 건 아니었다.
머리카락이 뭉텅이채 빠지면서 엉망진창인 머리숱을 한 캐리커처를 그린 지도 어언 18년째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아틀리에서 스케치한 그림이었다! 마네는 먼저 「서있는 모습의 자화상」에 착수했다. 온몸이 마비되어 서있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악전고투를 하며 그린 그림이었다. 거의 장애자 수준의 모습을 담은 것이기도 했다.
오라!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담은 그림 바로 그것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그의 고통에 찬 모습을 보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이어 그린 「화판을 든 자화상」에서는 자신의 반신상을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이제는 나이 먹고 병들기까지 한 파리의 한량의 풍모를 완벽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한 그림에 해당했다.
진주가 박힌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세련된 담황색 웃옷을 입은 모습……. 그러나 괴상망측하고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마네가 수잔을 그리다 만 화폭에, 그것도 수잔을 그리는데 실패한 캔버스에다 자신의 반신상을 그렸다는 점이다.
대체 어떤 사회적 관습이 무서웠길래 마네와 수잔 이 두 사람은 어느 한 사람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정말 비루하게 레옹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이야기도 꺼내는 법 없이, 아이를 두 사람의 어설픈 장난질에 의한 씨앗의 희생물로 삼고자 했을까!
거울에 비친 실물 그대로 묘사한 벨라스케즈와는 대조적으로 마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거꾸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그린 자화상을 보면 붓을 쥔 손이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다. 예술이 언제나 기교에 의한 산물임을 강조해 보이고자 한 탓일 테다.
마네는 그림을 그리는 중에 전해 들은 자신의 병세가 악화된 데 따른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놀라거나 또는 아주 음울한 표정을 짓는 가식적인 모습을 취하거나 그걸 묘사하려고까지 애쓰지 않았다. 그와는 정반대인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화폭에 담고자 애썼다. 마치 죽음 앞에 과감히 맞선 고독하고 비장한 모습을 스스로 확인해 보려 작정한 듯하다.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화가의 상처받은 영혼이듯이 보들레르 풍의 세련된 멋쟁이인 화가는 이제야말로 환락조차도 싫증난 모습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욕주의에는 짜증을 내는 모습이다. 멋 부리길 좋아하는 댄디즘은 단지 옷을 잘 차려입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본질은 병색이 짙은 육체적 고통을 숨기고자 하는 태도와 절망조차도 은폐하고자 잘 웃어버릇하는 데 있다.
“퇴폐적인 유희에 마지막 불꽃을 사르려는 주인공처럼…….”
확실히 병이 난 것이란 확신이 서자 마네가 느끼는 모든 고통이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졌다. 시르데 박사는 마네가 격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확신이 서자 이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의사는 친구인 마네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진단을 내렸다. 물리치료는 물 치료법으로 미호므닐 거리에 위치한 브니 사흐드 의사가 담당하고 있는 병원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이때부터 마네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그리 오랜 시간이 경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남용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병이 난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던 탓으로 사람들은 서로 간에 어떤 약이 어디에 좋다는 둥 의사 처방과는 무관한 일개 개인들의 판단에 지나지 않는 소견들을 교환하던 시절이었다.
마네는 자신이 앓고 있는 병에 새로운 치료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에 혹하여 마네는 돌팔이 의사 치료를 받는 데에까지 덤벼들었다. 한 번만 그런 게 아니라 비장한 각오로 다른 돌팔이 의사를 찾아다니며 치료를 계속 받기까지 했다. 편두통 때문에 고생한 탓에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유사요법 치료까지 받을 정도였다.
심지어 으젠은 가셰 박사까지 찾아가 보라고 권유했다. 가셰 박사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지키는데 적극적이었던 인물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일에 더 열성적인 인물이었다. 게르부와 카페를 드나들던 것도 다 그런 사정 때문이었다.
고통을 줄여보기 위해 매번 마약까지 투약한 탓에 고통이 더 빨리 찾아왔을 뿐만 아니라 강도 또한 열 배는 더 심해졌다. 이젠 버티기조차 힘든 상태가 되었다. 매번 치료를 달리하는 바람에 마네는 녹초가 되었다. 완전히 뻗은 몰골이 되었지만, 치료를 다시 시작하는 도리밖에 달리 강구할 방도가 없어 보였다. 마네는 건강이 회복되기만을 바랐다. 무엇보다도 살고 싶었다. 그처럼 다시 한번 미친 듯이 살아보고 싶었다.
[1] 마네는 왼손잡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왼손에 붓을 쥔 모습에 특별히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