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의 딸 쥴리가 태어나다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59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에두아르 마네, 아이의 초상, 1879.



15장-14
(1879-1880)



1878년 11월 14일 베르트와 으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여자아이였다. 여자아이 쥴리! 두 사람은 아이의 이름을 쥴리 마네(Julie Manet)라 지었다.


에두아르 마네는 와락 눈물을 쏟았다. 가슴속에 눈물이 철철 흐를 것만 같았다. 수잔 역시 깜짝 놀라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수잔은 마네가 또 다른 아이를 원하였던 까닭에 눈물을 흘렸으리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두 사람으로부터 너무도 어이없는 보복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그녀는 남편인 마네가 비록 기벽에 가까운 비뚤어진 성격마저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인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마네는 젊은 산모를 찾아가 위로한 다음 아틀리에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포동포동하기만 한 아이와 늙수그레한 모습의 으젠을 크로키했다. 그들에게 감동받은 탓이었다. 감동받기는 아이의 친할머니인 으제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천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새 며느리가 마네 집안에 온갖 행운과 복을 다 가져다준 것만 같아 흐뭇하기까지 했다. 왜냐면 둘째 며느리가 그녀에게 정식으로 손주를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하마터면 손주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팔자가 될 뻔했다고 곧 할머니가 될 그녀는 생각했다.


레옹은 펄쩍 뛰면서 앞으로도 사촌이 될 일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보러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매정하게 떼를 썼다. 지난 26년간 레옹은 마네 집안에서 껄끄러운 존재였을 따름이었다. 실상 레옹이 느끼는 감정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정상이 아닌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뿐더러 아버지조차도 스스로 아버지이기를 숨긴 채, 여전히 아들을 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베르트가 살고 있는 파시 집에서 그의 살림집이 있는 클리쉬 광장까지 그 먼 길을 걸어가다가 마네는 견디기 어려운 통증으로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신장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온몸을 저며댔다. 말 그대로 길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갔다. 천만 다행히 집 근처였다. 재빠르게 병실로 옮겨진 그를 의사인 시르데 박사가 치료했지만 주치의는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의 병명을 밝히는 것만큼은 회피했다.


3주가 지나 진단이 내려졌다. 환자인 마네에게 정확한 진단을 내린 의사는 시르데가 아닌 다른 의사였다. 운동 실조증으로 인한 척추가 상한 노증(폐결핵의 옛 명칭)이었다. 매독의 다른 병명에 지나지 않았다. 보들레르나 부친이나 모두 매독에 걸려 신경이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렀다. 마네가 병에 걸린 건 확실했지만, 그나마 정도가 훨씬 덜한 상태였다. 오른쪽 다리가 가끔가다가 뻣뻣해지면서 휘청거릴 정도로 마비증세를 느끼는 정도였다.


“한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다리와 연결된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의사가 그의 병세를 간단히 요약하여 진단을 내렸다. “따라서 걷는데 상당히 지장을 받을 수도 있고, 서 있는 것 역시 힘들 겁니다. 베르트 집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불치의 병인가요?”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나아질 수도 있어요.”


눈을 감자 마네의 두 눈에 “체, 빌어먹을” 소리를 연발하던 죽은 보들레르가 떠올랐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말을 자제하지 못하던 아버지마저 어른거렸다. 정말 이건 아니었다! 그에게 그 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이제 겨우 한창 삶을 꽃피울 나이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메리가 사는 집으로 달려갔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전혀 감추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그녀가 위로하고 나섰다. 그녀의 두 팔에 안긴 마네는 비로소 모든 걸 잊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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