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65화
[대문 사진] 클로드 모네에게 화가로서의 갑작스런 명성을 얻게 해 준 아내 까미유를 그린 「녹색 옷을 입은 여인(La Femme à la robe verte)」(1866).
15장-20
(1879-1880)
모네에게 불상사가 닥치는 바람에 만사를 제쳐놓고 그를 도와야만 할 상황이 벌어졌다. 모네의 모든 그림 속에 등장할 정도로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할 뿐인 아내였던 까미유가 두 사람 사이에 난 아들 둘만 남겨둔 채, 세상을 뜬 것이다. 마네는 서둘러 모네에게로 달려갔지만, 둘도 없는 친구의 슬픔을 덜어주기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모두들 모네를 위로하는 마음에 모네가 살고 있는 집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알리스 오슈데가 여전히 모네 곁을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알리스는 드가와 르누아르 그리고 피사로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모네를 잘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자였다. 그녀가 모네를 돌보며 산지도 꽤 되었다.
알리스의 남편 에흐네 오슈데는 오직 인상파 화가들만의 작품들을 끈질기게 사 모은 탓에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화상 오슈데는 자신이 이미 판 작품을 되사는 일도 흔치 않았다. 그는 아내가 모네에게 푹 빠졌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체한 것일까?
알리스는 그림 따위에 홀릴 여자가 아니었다. 모네의 인간성에 빠져든 것이다. 두 사람 다 같이 인생이 파탄 난 건 물론, 두 사람 다 각자 남편 아내 몰래 불륜의 관계를 지속해 오던 사이였다. 남편 오슈데는 그런 아내를 이해했다. 예술가들의 삶이란 것이 처음에는 다 그렇듯이 대단히 멋져 보이면서 재밌는 삶처럼 비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알리스가 병들어 몸져누운 까미유를 간병하겠다고 모네의 집에 정주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달이 흘렀다. 남녀가 눈이 맞아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이 꽤 오래 지속되어 온 셈이다. 더군다나 알리스는 모네를 결코 떠나는 일 없이 여섯 아이들까지 건사하였다. 알리스가 남편인 에흐네와의 사이에서 난 자식이 넷이고, 모네가 까미유와의 사이에서 난 자식이 둘이라, 그들에게는 도합 6명의 아이가 딸려있었다.
그들은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양쪽 집안 아이들 역시 한 가정의 아이들처럼 서로 어울려 무럭무럭 자랐다. 에흐네 오슈데는 일 때문에 늘 집을 비우다가 전혀 일거리가 없는 한가한 때에만 겨우 집에 들어와 식구들과 어울렸다. 대가족처럼 살아야 할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인상파 화가 집단을 일별 해보면, 그들은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거의 소유욕이 없거나 배타적이지 않고 무엇이든지 서로 나누려는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두드러져 보였다. 더해 사고나 행동 또한 자유분방할 뿐만 아니라 속내의 비밀까지도 격의 없이 나눌 정도로 서로 친밀한 우정 관계가 그들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친구들과의 사이가 여전히 그와 같은 인간관계에 바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마네는 깨달았다. 마네는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사실마저 깨달았다. 마네가 남들만큼 추위를 덜 타는 체질은 아니었기도 했다.
까미유의 장례식은 인상파 화가들 집단이 전부 한 자리에 모인 거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모임에 가까웠다. 세잔마저도 모네와 슬픔을 같이하려고 액스(액상 프로방스)에서 상경했다. 알리스가 장례식에 참석한 모든 친구들 뒷바라지를 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그녀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아이들을 일일이 다 손으로 건사했다. 참으로 평온하며 안온하고 화기애애한 가정이었다.
마네는 수잔이 죽은 다음에나 가능한 일일 거라고 혀를 내둘렀다. 수잔이 죽으면 베르트와 결혼한다? 과연 베르트가 그걸 원했을까? 알리스처럼? 그녀는 한 멋진 화가가 자신의 삶에 그늘을 드리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레옹은? 이 친구는 뭐가 될 것인가? 아니다, 꼭 나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너무 쩨쩨하고 인색할 뿐 아니라 레옹을 너무 무시한 처사에서 비롯한 과소평가된 물음일 수도 있다.
마네와의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그게 뭔고 하면 모네야말로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에게는 알리스가 있었기에 까미유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일 안에 붓을 다시 쥘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며, 두 아들 또한 자기들이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가정을 이뤄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