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69화
16장-1
(1880-1881-1882)
희망은 그처럼 격렬하기만 하였노라.
- 기욤 아폴리네르
새해 선물로 탬버린을!
농담이 아니다. 1879년 성탄절에 마네를 둘러싼 화가 그룹은 갤러리 <현대적인 삶>에서 각자가 준비한 탬버린을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샤르팡티에 갤러리가 새로 기획한 그룹 전시회 테마는 바로 그처럼 화가들의 그림이 담긴 물건을 새해 들어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이고자 한 기발한 착상에 근거한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림이 담긴 물건들은 하나같이 다 잘 팔렸다!
20년 전 젊은 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든 이러한 동료들과의 새로운 도약은 그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행복하게 웃고 떠들면서 서로 부둥켜안은 채, 기쁨을 나누는 여유마저 갖게 만들어주었다.
마네는 오히려 반은 사람 얼굴이면서 반은 포도 형상을 한 그림을 내걸었다. “모두가 참여하는 마당에 타조알이라고 안 될 건 또 뭔가!” 샤르팡티에는 마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부활절을 기해 각자 껍질에 물감으로 장식한 계란들을 전시하여 판매하는 것마저 기획했다. 부활절을 기하여 그들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린 계란까지 판매할 생각까지 한 것이다.
모두 모여 함께 축제를 벌일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네와 드가는 다른 화가들과는 별도로 이 하찮은 짓거리에 화를 냈다. 두 사람 다 그런 짓을 할 나이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했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제작한 탬버린들과 계란들을 전시할 예정이었다. 말 그대로 쓸데없이 허세 부리는 일 없이 기꺼이 연대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다른 이들은 그나마 3프랑 6상팀도 아쉬운 형편이었다. 전시에 참여한 화가들 모두가 이를 격려하는 마흐그리트 샤르팡티에가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다는 사실에 고무된 듯 환호성마저 내질렀다. 그녀는 모임의 여왕으로 추대되었을 뿐 아니라, 예술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절대 고도의 황무지에서 최후로 살아남은 자들 인양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들 모두가 정도를 막론하고 이 여자에게 홀딱 빨려 들었다. 그녀의 요리솜씨 또한 얼마나 뛰어났던지 화가들이 남긴 뒤치다꺼리까지 말끔히 정리할 정도였다. 그녀가 연 살롱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샤르팡티에는 점차 사교계를 주름잡는 새로운 권력자의 모습으로 변모해 갔다. 온갖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금요일마다 그녀의 집에 모여들었다. 르누아르는 그녀로부터 최초로 후원을 받은 화가가 되기까지 했다.
모두가 샤르팡티에, 그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갤러리 <현대적인 삶>이 수년 동안 작품을 발표해 온 작가들에 한해 전시회를 개최한 이유에서였다! 그런 일은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은 일일뿐더러 상상조차 가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더구나 참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뻔뻔스럽고도 대범한 시도이기까지 했다.
일은 잘 풀렸을까? 르누아르가 제일 먼저 불쾌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다음 차례는 모네였다. 샤르팡티에는 그들이 관객을 끌어 모으고 성공을 거두었으며, 몇 점의 작품까지 팔았으니 다음 차례는 마네이어야만 한다고 귀띔했다! 그녀의 말에 마네는 그러마 하고 약속했다.
1880년 4월 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전시회에 예술적 소양을 갖춘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와서는 마네가 최소한도로 엄선하여 내건 10점의 유화와 15점의 파스텔화를 서로 감상하겠다고 전시장 안을 가득 메웠다. 결국 전시회는 어떤 면에서는 의미심장한 성공을 거둔 거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마네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회화를 논하고, 예술을 이야기하고, 또한 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전시회를 더욱 빛내고 동시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샤르팡티에는 카탈로그까지 제작했다. 카탈로그 안에다가는 마네가 석판화로 제작한 삽화 2점을 거의 억지로 빼앗다시피 하여 게재했다.
그녀는 또한 전시장 안의 동선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확연히 파악하고 있었던 지라 갤러리 안은 온통 관람객으로 바글댔다.
전시장 안은 여전히 예술가 형제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아주 참신할 뿐만 아니라, 이미 마네가 작품을 통해 입증한 바 있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과 기법의 혁신에 맞먹는 거의 동일한 수준에 입각한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는 작가들이었다. 만일 마네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면,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마네를 비난하며 심지어 욕설까지 퍼부어댔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공교롭게도 일이 잘 성사되려 해서였을까? 1880년 4월 화창한 봄날에 갤러리에 전시된 총 25점에 달하는 마네의 작품들은 모두 새 주인을 만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인상파 화가들의 다섯 번째 전시회였다.
[1] 마르셀 푸르스트(Marcel Proust)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서 마흐그리트 샤르팡티에(Marguerite Charpentier)가 매주 금요일마다 개최한 살롱 모임을 묘사할 정도로 그녀는 당시 문학 예술계를 주무르던 큰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