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광기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77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마네와 르누아르의 모델이었던 잔느 드 마흐시(Jeanne de Marsy)



17장-1
(1882)



그대 너무나도 좋아하던 태양에게로

내 그대를 이끌었노라. 기억하는가 그때

그대 내 슬프고도 여린 동반자였음을.

그대에게 나 아무런 존재도 못되었구나.

오! 내 기다란 그림자만이 나를 장례 치르는구나.


- 기욤 아폴리네르



마네는 다시 블루에 꽂혔다. 마네는 거리를 이리저리 붕붕거리며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들 가운데 여배우인 잔느 드 마흐시라는 한 마리 나비를 그릴 참이었다. 그녀야말로 찬란한 섬광을 발하는 젊음과 성공의 화신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마네는 어느 날 잔느 드 마흐시를 동반한 채, 양품점엘 들러 모델에 필요한 옷가지와 모자까지 구입했다. 가슴속에 뜨거운 태양이 들어앉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마침내 「여름」의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했다.


마네는 참으로 소소한 인물들을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재능을 갖춘 화가였다. 마네가 그린 여인을 처음으로 목격한 말라르메는 넋이 나간 채 그녀를 한 번 끌어안아보고 싶은 마음에 온갖 미사여구마저 다 바칠 정도였다.


25-1 Femme sur la plage (Jeanne de Marsy), 1881.jpg
25-2 Jeune femme à la pèlerine (Jeanne de Marsy), 1881.jpg
25-3 Jeune fille en chapeau d'été (Jeanne de Marsy), 1881.jpg
25-4 Eté ou L'Amazone ou Cavalière, 1882 - 복사본.jpg
마네가 1881년에 잔느 드 마흐시(Jeanne de Marsy)를 모델로 하여 그린 인물화들. [1]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쁨은 잠시, 또다시 시작된 통증이 마네를 괴롭혔다. 의사 시르데는 광기에 따른 발작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약 성분이 들어간 약을 처방하면서 마네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 나갔다. 마약 성분이 들어간 약들은 마네의 건강 상태를 호전시키기보다는 병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상당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데는 그만한 것도 없었다.


마네는 정신이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다. 기적을 바라지 않는 한, 맨 정신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네가 앓고 있는 병은 급격히 위중해져만 갔다. 몹시도 애타게 갈망하는 영광스러운 순간은 아주 먼 훗날에나 가능할 일이어서 마네는 더욱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네는 자신의 삶을 몹시도 사랑해마지 않았다. 브라질을 여행한 것은 물론,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영원불사의 생명력을 지닌 것들을 찾아 나선 젊은 시절에 대한 너무도 비참한 때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마치 생포된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자포자기 상태에서 죽어가면서도 악착같이 죽음을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도데의 어린 도핀처럼 마네는 죽음에 저항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매달린 채 울부짖기만 했다.







[1] 왼쪽부터 「백사장에서(Femme sur la plage)」, 「젊은 순례자(Jeune femme à la pélerine)」, 「여름모자를 쓴 아가씨(Jeune fille en chapeau d'été)」, 「여름, 아마존 또는 승마복을 입은 여인(L’Été ou L'Amazone ou Cavaliè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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